정의선, 리더십 강화 '탄탄대로'…걸림돌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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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리더십 강화 '탄탄대로'…걸림돌 없나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3월 26일 0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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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선임…지배구조 개편안, 리콜 사태로 리더십 '시험대'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최근 부친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순조롭게 승계받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굵직한 사업적 과제들을 눈앞에 두고 있어 지배력을 강화한 동시에 리더십을 증명해 보여야 할 상황에 놓였다.

현대자동차는 22일 제51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또 같은 날 열린 현대모비스 제42기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현대차그룹 정점에 있는 두 계열사의 수장에 오름으로써 그룹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정몽구 회장은 작년 3월 현대건설 기타비상무이사직을 내려놨고 현대차 대표이사 임기도 내년 3월 16일까지로 1년 가량 남은 상황이다. 이날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는 사내이사를 연임했지만 와병 중인 가운데 경영 일선에서는 멀어짐에 따라 그룹 향방이 정 수석부회장 손에 달린 모양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번 주총을 계획대로 매듭지을 수 있었던 데는 그간 이어온 자사주 소각, 미래 사업 투자 계획 발표 등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행보를 활발히 이어온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27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 및 미래기술 등 새 먹거리 분야에 5년간 45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사업 실적을 늘려 수익성을 회복하는 등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한 뒤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작년 12월 3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3개월 가량 기간 동안 자사주 매입을 실시해 시가총액을 4조원 가량 늘리기도 했다. 이밖에 주주들이 글로벌 업계 성장 둔화, 무역 갈등과 같은 요인으로 그룹 경영이 어려운 처지라는 점에 공감해 지지 의사를 밝힌 점도 정 수석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호재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번 주총 결과를 기반으로 작년 3월 실패로 돌아간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할지 여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현대모비스의 사업을 두 부문으로 분리하고 이 가운데 하나인 국내 모듈 및 A/S 법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함으로써 출자 구조를 개편한다는 취지였다. 분할합병을 통해 주가가 상승한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부수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기존 현대모비스 주주와 엘리엇의 반대로 개편안은 도입되지 못하고 현재까지 표류돼왔다. 현대모비스의 '캐시카우'인 국내 사업을 현대글로비스에 떼어내 줄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이 이유다.

현대차그룹의 두 주력사가 이번 주총에서 주주의 적극적인 지지를 확보한 만큼 흐지부지돼온 지배구조 개편안 도입을 재추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주주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회사 경영 불확실성을 감안해 최고경영진에게 힘을 실어준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 시도는 무리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용절감이 올해 사업 관건이 된 상황에서 지분구조 변경으로 발생하는 세금 지출이 작지 않은 점도 정 수석부회장의 발목을 잡는 요소라는 관측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대로 현대글로비스를 개편안에 추가하든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하든 대규모 지출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그룹 대내·외 여건이 확보돼야 하는 시점이라 최고 경영진이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핵심인 현대차가 품질 이슈로 국내외 시장에서 곤욕을 치르는 상황도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국 코네티컷주 검찰은 지난 20일 현대·기아자동차 가솔린 모델에 장착된 세타2엔진의 화재 위험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앞서 리콜이 이뤄진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는 제보가 접수됨에 따라 사태파악에 나섰다. 현대·기아차가 그간 미국에서 세타2엔진 결함으로 리콜을 실시한 차량은 누적 183만대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가 지난달 20일 엔진 결함 은폐 의혹과 관련해 현대차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정 수석부회장에게는 이번 사태로 정몽구 회장이 임기 동안 강조해온 '품질 경영' 기조에 금이 간 상황을 만회하고 브랜드 신뢰를 회복할 의무가 주어졌다. 주력 그룹사 대표이사를 맡자마자 리더십을 제대로 증명해보여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에 대한 언급을 일절 삼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정 수석부회장이 리더십을 공고히 할 기반을 갖췄다고 해서 당장 현안을 헤쳐나갈 묘수를 얻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재 경영 승계 과정의 초창기에 머물러 있어 여전히 정몽구 회장의 그늘 아래 놓인데다 직면한 현안들은 중장기적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이 최근 유망 분야에 투자하는 등 미래 산업을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하지만 앞서 했어야 할 일을 이제 하는 것이라 특기할 만한 요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수석부회장이 현재 주도하고 있는 사업 전략의 성공 가능성은 (수많은 변수를 고려할 때) 사실상 반반"이라면서도 "다만 현대차그룹이 과거 리스크를 회피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정 수석부회장이 위협요소를 안고 가는 정석적인 전략을 펼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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