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도 벽 와르르…소주 도수 낮추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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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도 벽 와르르…소주 도수 낮추는 속사정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3월 22일 0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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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참이슬 후레쉬'도 17도로 조정, 원가절감∙소비자 친화 정책

▲ 홈술, 혼술족을 공략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보다 가벼운 맛의 소주가
▲ 혼술족을 공략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보다 가벼운 맛의 소주를 출시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독한 술의 대명사였던 소주가 점점 순해지고 있다. 국내 점유율 1위 '참이슬 후레쉬'마저 '처음처럼'과 동급인 17도까지 도수를 낮추며 저도화 흐름에 탑승했다.

원재료를 절감하면서 '가벼운 한잔'을 추구하는 최근 주류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한 조치다.

하이트진로는 주력 제품인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17.2도에서 17도로 낮춰 이번 주부터 순차적으로 출고할 계획이다. 아직 도매 업체에 재고가 남아있기 때문에 더 순해진 참이슬 후레쉬는 빠르면 내주 말부터 유통망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업체가 도수를 조정한 것은 지난해 4월 0.6도를 낮춘 지 불과 1년여만이다. 참이슬의 원조인 '진로소주'가 1924년 처음 출시됐을 때 도수가 35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 가량 낮아진 셈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미 부산∙경남 지역에 '참이슬 16.9'를 특화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지방권에서 순한 소주에 대한 수요(니즈)가 특히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홈술' '혼술' 트렌드가 번지자 도수를 또 다시 낮추게 됐다.

그러면서 20.1도의 '참이슬 오리지널', 25도의 '진로 골드' 등 라인업은 함께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참이슬 후레쉬는 롯데주류의 '처음처럼'과 동일한 도수를 갖추게 됐다. 앞서 롯데주류도 지난해 17.5도였던 처음처럼의 도수를 17도로 하향 조정했다.

상황은 지방 소주들도 마찬가지다.

부산∙경남에 근거를 둔 무학은 지난 2006년 주력 제품인 '좋은데이'의 도수를 16.9도로 낮춘 데 이어 지난해 출시한 '좋은데이 1929'의 도수는 15.9도로 확 내렸다. 라이벌인 대선도 2017년 1월 '대선블루'(옛 C1)를 16.9도로 조정하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대구∙경북을 무대로 하는 금복주도 최근 'New 맛있는 참'을 출시하면서 도수를 16.7도로 설정했다.

일각에서는 소주 도수를 0.1도 낮출 때마다 원재료인 주정(에틸알코올)이 줄어 1병당 0.6~1원 가량의 원가 절감 효과가 나는 것이 저도화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입 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 전통주 업체들은 악화일로를 걷는 중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적은 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주가 '박리다매' 제품인 점을 감안하면 절대 적은 금액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홈술과 혼술이 전국적인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주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을 원인으로 꼽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소주뿐 아니라 위스키, 와인도 소비층을 확대하기 위해 도수를 속속 내리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순한 소주에 익숙해지면서 보다 더 낮은 도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도수 차이가 느껴지지 않게 맛이나 주질을 조정하기 때문에 원가 절감 효과는 거의 없다. 소비자 니즈 때문인 측면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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