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차 문을 열고 좌석에 올라타는 게 매우 편하다. 저지상고와 시트 포지션이 적당한 수준을 갖춰 무릎과 허리를 굽히는데 전혀 부담이 없다. 시트는 약간 넓지만 앉았을 때 몸을 잡아준다는 느낌이 들어 착석 공간이 남는데 따른 불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주행질감이 그간 타본 어떤 차량들과 비교해도 탁월한 수준을 보인다.
핸들이 약간 무겁게 돌아가지만 어떤 주행상황에서도 흔들림없는 조작성을 발휘한다. 두 페달 답력은 미세한 단계로 구현된다. 페달을 밟는 만큼 즉각 반응이 나타나지 않지만 가속하거나 제동할 경우 차가 덜컹거리거나 차량을 원하는대로 제어하기 위한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없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속력은 서서히 올라간다. 저속 상황에서 젠틀하게 빨라지지만 시속 60㎞ 이상 중속 이상에서는 미처 느낄 새도 없이 가속된다. 차를 멈출 때도 탁월한 제동 성능을 발휘해 최종 정지 상태에 이르는 찰나 느껴지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놀라운 주행성능 가운데 하나는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다. 서스펜션은 약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있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폭신폭신한 느낌의 충격 흡수력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객실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탑승자의 안정감을 더해주고 차가 실제 속력보다 더 빨리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뒷좌석에 탄 일행이 '도로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 든다'고 표현할 정도다.
비교적 긴 휠베이스를 갖추고 있고 훌륭한 타이어 접지력을 구사함에 따라 곡선 구간을 지날 때나 크게 방향 전환하는 상황에서 탑승자 자세를 잘 잡아준다. 이밖에 엔진음이나 노면 소음이 차량 아래에서 아득하게 들리고 풍절음이 상당 부분 차단되는 등 정숙성이 보장되는 점도 차량에 품격을 더하는 요소다.
실 연비는 공인 연비보다 약간 더 잘 나오는 편이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강원도 화천군까지 80.4㎞ 구간을 왕복 운행하며 연비를 두 번 측정했다. 교통량이 적은 시간대에 서울양양고속도로를 거쳐가며 고속 주행을 종종 실시했고 히터는 3~4단 세기로 틀었다 끄기를 반복했다. 신호를 받거나 앞차와 간격이 많이 좁아질 때를 제외하고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최대한 관성 운전을 실시했다.
이 때 기록한 연비가 9.4㎞/ℓ, 9.9㎞/ℓ로 공인 연비 8.3~9.1㎞/ℓ보다 살짝 더 높게 나왔다. 정속 주행을 실시할 경우 10.0㎞/ℓ를 충분히 넘길 수 있을 듯하다.
G80의 실내 구성도 정성스러운 집사의 서비스처럼 탑승자 편의를 위해 반듯하게 갖춰져 있다.
1열 통풍·열선시트와 열선 핸들, 주행모드 변경 등 주요 기능의 버튼들이 기어 노브 아래 직관적으로 모여 있어 원하는 걸 찾느라 헤맬 일이 없다. 2열 좌석에도 통풍·열선시트가 갖춰져있다. 또 이를 조작할 수 있는 버튼과 함께 1열 시트 포지션 등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좌석 가운데 암레스트에 모두 탑재돼있다. 뒷좌석에 앉는 고객이 레그룸을 확보하거나 발 아래 짐을 싣는 등 각종 이유로 앞좌석 위치를 조정하기에 용이하다.
이밖에 외부 시선이나 햇빛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는 차양막이 문 유리와 차량 후면 유리에까지 적용돼 안락함을 더해준다.
준대형 고급 세단으로서의 정체성과 여유로운 퍼포먼스에서 느껴지는 중후함은 감성적인 측면 뿐 아니라 성능에 있어서도 탑승자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넓은 실내 공간과 국내 소비자들이 희망하는 옵션을 센스있게 잘 갖춘 점도 큰 매력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