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의 측면부 이미지를 결정하는 캐릭터라인이나 도어 벨트라인 등 요소에는 그 나름의 특징이 있지만 두드러지는 차별성은 보이지 않는다. 후면부도 뒷유리 위를 지나는 에어 스포일러나 트렁크 도어 중간에 부착된 닛산 엠블럼, 뒷 범퍼 하단 스키드 플레이트 등 흔한 특징들만 자리잡고 있다.
그나마 엑스트레일의 정체성을 가장 강렬하게 드러내는 부분은 전면부다. V자 형태의 크롬 그릴과 자루없는 칼날을 연상시키는 헤드램프는 닛산만의 듬직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엑스트레일에 있어 인상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는 이런 강인한 외모와는 다르게 차량을 경량화했다는 점이다.
일단 차문과 트렁크가 굉장히 가볍다. 최근 타봤던 동급 국산차들과 비교할 때 문이 굉장히 쉽게 열리고 닫힌다. 문을 닫거나 열 때 부드럽고 조용해 젠틀한 감성을 자아낸다. 핸들링도 굉장히 가볍고 정지 상태에서 차량을 출발할 때도 준중형급 차량이 묵직하게 이동하지 않고 매끄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처음 탈 때부터 운행 후 내릴 때까지 경쾌함을 유지한다.
주행성능은 양호한 편이다.
가속력이 좋다. 2.5ℓ 고배기량의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것 치고는 출력이나 토크 면에서 국산차 저배기량 모델과 비교해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시원시원하게 달리는데는 문제없다. 핸들이 가볍게 돌아가 조작하기 편하지만 고속 주행 상황에서 결코 불안하지 않다. 조향기어비가 비교적 높아 핸들의 미세한 떨림에도 차량이 쉽게 비틀거리지 않기 때문이다.
엔진음도 잘 차단된다. 배기량을 모르고 운전했다면 더 적은 수의 기통이 달린 터보 엔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경쾌하고 가벼운 엔진 구동음이 들린다.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으로부터도 제법 자유롭다. 노면 충격을 잘 흡수한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나 불규칙한 도로를 지날 때 너무 물렁하지 않은 서스펜션이 노면에서 전해진 진동을 초기에 잘 제압한다.
실 연비는 약간 더 잘 나온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강원 춘천시로 이어지는 65.5㎞ 구간을 운행했다. 날씨가 다소 훈훈해진 날 낮에 춘천으로 이동하는 동안 히터는 따로 틀지 않았고 최대한 관성운전을 실시하며 급제동이나 급정거는 하지 않았다. 춘천에서 남양주로 다시 돌아올 때는 밤이라 히터를 3~4단 정도 틀어놓은 채로 달렸다. 두 번의 측정 과정에서 지나쳤던 서울양양 고속도로에는 교통량이 많지 않아 종종 고속 주행을 실시했다.
엑스트레일이 주행성능이나 디자인에서 많은 장점을 드러내지만 일부 성능이나 사양, 편의성 측면에서 국산차에 비해 다소 부족한 점이 발견된다.
제동성능이 매끄럽지 못하다. 브레이크 페달은 무겁지 않지만 다소 경직돼 있어 미세하게 조작하기가 어렵다. 또 페달을 어느 정도 밟아도 제동력이 필요한 만큼 발휘되지 않아 늘 예측 제동해야하는 점도 불편하다. 달리다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완전히 멈출 때 페달을 최대한 신중히 조작해도 덜컹거리며 멈추는 것을 피하기가 어렵다.
편의 사양 가운데 가장 불편한 요소는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다. 터치에 대한 화면 반응이 너무 둔해 같은 버튼을 여러 번 눌러야 하는데다 이용하려는 기능의 버튼이 아닌 인근 버튼이 눌려 원치않는 기능이 실행되기도 한다. 또 라디오 방송이나 스마트폰 음악을 듣다가 핸들에 장착된 볼륨조절 버튼을 누르면 센터페시아 내비게이션 화면이 라디오 화면 또는 미디어 화면으로 전환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내비게이션 음성안내 볼륨을 조정한 뒤 시동을 껐다 다시 걸어야 변경한 설정이 반영된다.
이밖에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2열 좌석 열선·통풍시트가 없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닫혀있는 도어 창문 유리를 내릴 때 '툭'하는 소리가 크게 나는데다 창문을 열고 싶은 만큼만 연 채로 고정할 수 없는 점도 불편하다.
엑스트레일은 각종 측면에서 수수하고 듬직한 매력을 갖추고 있지만 동급 국산차에 비하면 사양에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 입맛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세세한 옵션들에 구애받지 않거나 닛산만의 정갈한 감성을 느끼고 싶은 소비자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