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의 요리조리] 식품업계 외래어 남발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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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의 요리조리] 식품업계 외래어 남발 이대로 좋은가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2월 25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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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콩글리시(Konglish). 한국어(Korean)와 영어(English)의 합성어를 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문법을 무시하고 영어를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최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한본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짐작했듯이 한국어와 일본어를 혼용하는 경우를 뜻한다.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해외 업체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되고 전체 소비시장이 세계화되면서 자정은 더욱 힘들어졌다.

식품업계에서는 이 같은 경우를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커피 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테이크 아웃'(포장)이라는 용어를 흔히 사용한다. 최근에는 4차산업혁명과 인건비 상승 등 요인에 의해 '키오스크'(무인 판매기)를 설치한 매장도 늘어난다.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주요 상권에 '플래그십 스토어'(대형 매장)를 여는 업체도 많다.

중∙장년층에게 생소할 수 밖에 없는 단어다. 업종 특성상 주요 타깃이 25세부터 35세까지 소비자인 점을 감안해도 배려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일본어 침투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CJ제일제당은 기존에 판매하던 '얼큰 우동'을 '카라이 우동'으로 개편했다. 풀무원도 지난해 출시한 일본식 우동 제품 이름에 '키츠네'라는 일본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맵다는 뜻의 '카라이'나 여우라는 뜻의 '키츠네'를 일반 소비자들이 알아채기는 힘들다.

이밖에 찹쌀떡이라는 한국어를 놔두고 '모찌'라는 일본어가 흔히 사용되고 있으며 샌드위치 대신 '산도'라는 일본식 영어를 사용한 제품도 종종 눈에 띈다.

해외에서나 먹을 수 있던 메뉴를 국내로 들여와 선보인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한국어 번역 없이 외래어를 남용하다 보면 세대간 격차를 촉발할 수 밖에 없다.

이 글을 계기로 나의 언어 생활도 되돌아보게 됐다. '시마이'(종료)나 '와꾸'(틀), '나와바리'(영역) 등 일본어를 일상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던 모습 말이다.

언어가 갖는 힘은 위대하다. 국내에서 쓰이던 '먹방'(먹는 방송)이라는 단어가 한류 열풍을 타고 전 세계에서 'Mukbang'이라는 영어로 표기되는 사례만 봐도 그렇다.

K-푸드라는 애칭을 얻은 우리 식품 산업이 더 큰 추진력을 얻기 위해 우리 것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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