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고객 수하물로 돈 벌면서 관리는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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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고객 수하물로 돈 벌면서 관리는 소홀?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2월 21일 0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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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물 파손∙분실에도 대처 미흡
▲ 제주항공 지상조업 자회사 JAS 소속 직원이 근무하는 모습.
▲ 제주항공 지상조업 자회사 JAS 소속 직원이 근무하는 모습.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제주항공(대표이사 이석주)이 수익원 다변화 일환으로 유상 제공해온 위탁수하물 서비스 덕에 지난해 짭짤한 수입을 거뒀다. 하지만 고객들 사이에서는 제주항공의 부실한 수하물 관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작년 항공운임 외 항공 서비스 관련 영업으로 벌어들인 부가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5.3% 증가한 9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초과수하물 유료 서비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8.5%나 증가한 193억원을 기록했다. 기내 상품 판매를 비롯한 부가매출 분야 가운데 가장 큰 액수와 증가폭을 보였다.

제주항공이 초과수하물 서비스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여객을 상대로 초과수하물 비용 부과 체계를 세분화해 고객 지출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2015년 9월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무료 적재 한계를 넘어선 수하물에 대한 비용을 고객으로부터 받기 시작했다. 신규 노선 취항 등 기존 영업 전략으로는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어려워진데 따른 조치다.

제주항공은 초과한 수하물 중량에 대해 킬로그램 단위로 비용을 매기거나 한 수하물 당 허용 무게를 넘어서는 경우 짐을 따로 싣게 한 뒤 비용을 부과했다. 이후 다른 국적 LCC들이 연쇄적으로 제주항공 비용 체계를 도입함에 따라 LCC 이용객들의 비용 부담이 확대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제주항공은 경쟁사와 비교해 고객에게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수하물 비용 부과 체계로 수익성을 더욱 강화시켰다. 진에어와 달리 '찜 특가' 등 할인이 많이 적용된 항공권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기본 무료 위탁수하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특가 항공권을 구매한 고객은 기내에 반입되는 짐 외에는 수하물을 맡기지 않아야 할인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진에어는 항공권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예매 고객에게 동일한 무료 위탁수하물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이 같은 수하물 정책으로 재미를 보는 가운데 고객들은 수하물 관련 사고를 겪으며 피해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고객은 제주항공에 위탁했던 수하물이 분실됐는데도 항공사 측에서 제대로 배상해주지 않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피해구제를 요청했다.

이 고객은 지난 9일 제주항공 인천-도쿄(나리타) 노선 여객기를 타고 현지에 도착한 뒤 운송 위탁한 여행캐리어를 인도받았다가 캐리어 바퀴가 파손된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제주항공 직원은 회사 수하물 피해 배상 규정 상 수하물 내부가 보일 정도로 손상된 게 아니면 배상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앞서 지난달 3일에는 다른 제주항공 이용객이 출장차 인천-방콕 노선을 이용했다가 항공사 측 실수로 수하물을 분실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더욱 논란이 된 부분은 해당 분실 사고를 두고 고객을 안내했던 태국 제주항공법인장이 대처에 미흡한 모습을 보인 점이다. 해당 이용객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 따르면 태국법인장은 수하물 분실 위치를 당초 인천이라고 안내했다가 방콕이라고 번복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이에 더해 제주항공 여객운송약관의 실제 내용보다 축소한 수준의 액수로 배상해줄 수 있다고 설명하는 등 서툴게 대응해 고객 불만을 증폭시켰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제주항공은 사업 및 매출 규모에 비해 수하물 관련 고객 피해 사례를 더욱 자주 양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국내 항공사별 승객 화물 분실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2013~2017년 기간 동안 분실사고 89건을 일으켰다. 아시아나(139건)에 이어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2017년 일으킨 위탁수하물 파손 사고는 5937건으로 대한항공(1만1361건), 아시아나(7228건)에 이어 가장 불량한 수준을 보였다.

제주항공은 갈수록 운항 편수와 이용객 수가 늘어남에 따라 수하물 관련 사고 사례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면서도 현재로서는 관련 사례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수하물 관련 고객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세가 확장됨에 따라 사례 건수를 줄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상 조업 자회사를 직접 차려 관련 서비스 수준을 강화하는 등 현재 실시하고 있는 방안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항공사들이 포화상태인 업계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수하물 등 제반 서비스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항공사들이 소비자 피해를 더욱 원활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한다고 주장한다.  

정영란 녹색소비자연대 상담센터 팀장은 "수하물 관련 고객 피해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는 업계 경쟁 심화로 항공사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킬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공사는 관련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배상을 진행하는 등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하는 역할에 지금보다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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