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의 밑줄긋기] 르노삼성 노사 서투른 주먹다짐에 눈살…'오월동주' 되새겨야
상태바
[최동훈의 밑줄긋기] 르노삼성 노사 서투른 주먹다짐에 눈살…'오월동주' 되새겨야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2월 18일 08시 00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자 입장만 고수할 뿐 상대 설득할 줄 몰라…배 침몰 않게 우선 힘 모을 때
PHOTO_20190213152920.jpg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작년 임금 및 단체 협상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각자 다른 생각에 빠져 좀처럼 입장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사는 작년 6월 임단협을 앞두고 상견례를 실시한 뒤 14차례에 걸쳐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노조는 잇따른 협상 결렬에 뿔이 나 3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을 깨고 르노삼성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파업을 단행했다. 이달 1일까지 30차례, 112시간 실시했다.

지난 2017년 기준 시간 당 61대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춘 부산공장의 경우 파업으로 바깥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자동차가 7000대에 육박하는 셈이다. 사측은 파업에 따른 손실 규모가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노사 갈등의 주된 이유는 지난 2017년 부산공장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연간 호실적을 기록한 부분에 대한 보상인 작년 기본급 인상 여부다. 르노삼성은 2017년 자동차 27만여대를 판매하며 2000년 회사 출범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M6, QM6 등 신차가 국내·외 시장에서 높은 호응을 얻은 점이 성과에 주효했다.

하지만 경쟁사의 라인업 대거 강화와 글로벌 자동차 수요 침체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불과 1년만인 작년의 경우 5만여대 가까이 감소한 22만여대를 파는데 그쳤다. 올해도 중국 시장 성장세 둔화, 주요국 통상갈등 같은 요인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작년보다 더욱 침체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으로 2년 전 성과를 달성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겠다는 입장이고 사측은 다가올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보상을 줄여야한다는 주장이다.

노사 갈등에 대한 외부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양측 모두 자신의 입장을 갖고 상대를 설득시키는데 너무나 서툰 탓에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기 때문이다.

사측은 노조를 향한 모그룹의 경고 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조합원들이 돌아가며 시청하도록 했다. 영상에서는 그룹의 한 임원이 등장해 파업을 이어갈 경우 로그에 이은 후속 물량 배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며 사실상 노조에게 으름장을 놨다. 그렇지 않아도 교섭안 관철 의지로 쌍심지를 켜고 있는 조합원들의 불난 가슴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노조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최근 세달 간 유례없는 파업을 단행하며 2015년 이후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라는 훈장을 스스로 반납했다. 임단협이 툭하면 해를 넘겨 타결되던 자동차 업계에서  그동안 귀감이 되던 르노삼성 노조였다. 그런 르노삼성 노조가 갑자기 사측과 격렬히 대치하는 모습은 군산공장 폐쇄를 둘러싸고 경영진에 총부리를 겨눈 한국지엠 노조와 닮아 보인다.

노사가 위기의식을 공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점은 앞서 양측이 평행선을 걷다 결국 혈세지원을 얻어 숨통 틔운 쌍용자동차와 오버랩된다. 지금 행보가 혹여나 정부 지원을 노린 방편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마침표 없는 대립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되면 회사를 이끄는 사측만 손해 볼 뿐 아니라 근로자들에게도 피해가 전가된다. 노사가 자존심 지킨답시고 서로 '너는 내 운명'이라고 터놓고 말하지 못하겠다면 현 상황을 '오월동주'라고 여겨 일단 살고 보자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멸이다.

사측은 직원 기본급 동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노조가 굳힌 결심을 일부라도 전향할 수 있도록 조각을 다듬는 심정으로 신중하고 노련하게 설득해야 한다. 노조는 사측의 위기의식에 동조하는 것이 굴복하는 것이라 여기지 말고 부산공장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합리적인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