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샘물 "속물이어도 괜찮아" 성차별 마케팅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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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샘물 "속물이어도 괜찮아" 성차별 마케팅 눈살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2월 14일 0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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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측 "소비자 심려 끼쳐 죄송, 해당 제품 지난달 전량폐기"

▲ 풀무원샘물이 성차별적 요소를 담은 라벨 문구를 사용했다가 일부 소비자들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
▲ 풀무원샘물이 성차별적 요소를 담은 라벨 문구를 사용했다가 일부 소비자들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풀무원샘물(대표 조현근)이 성차별을 연상시키는 마케팅으로 일부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공론화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는 불편한 심경을 표현한 소비자들의 글을 손 쉽게 포착 가능하다.

풀무원샘물은 풀무원과 세계 1위 생수 기업 네슬레 워터스(Nestlé Waters)의 합작회사로 지난 2004년 출범했다. 대표 제품으로는 '네슬레 퓨어 라이프'와 '풀무원샘물 by Nature'가 있다.

풀무원샘물은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취지로 지난해 9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백일장을 진행했다. 이어 12월께 최종 선발한 세 가지 문구를 '풀무원샘물 by Nature' 라벨에 적용한 특별 에디션을 선보였다.

문제는 카피 내용과 일러스트 묘사에 성차별적 요소가 존재한다는 데 있다.

지하 천연암반수인 제품의 특성을 표현했다는 '난 네가 속물이어도 괜찮아'와 '요 물, 아주 요물일세?' 두 가지 카피는 여성 일러스트를 사용한 반면 '야근은 밀물, 월급은 썰물, 이 물은 샘물'이라는 건설적인 내용의 카피는 남성 일러스트를 활용했다.

일러스트 속 캐릭터의 옷차림도 남성은 정장, 여성은 민소매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포즈 역시 남성은 팔을 위로 든 진취적인 자세라면 여성은 셀카를 찍는 것으로 묘사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요물, 속물 같은 단어에는 꼭 여성 이미지를 붙이더라" "제품 특성을 꼭 저런 문구로 표현해야 했나" "풀무원 믿었는데 실망이다"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풀무원샘물 관계자는 "제품 라벨에 디자인된 부적절한 그림과 문구로 소비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깊이 사과 드린다"며 "해당 문구는 특정 성별에 국한된 것은 아니며 올해 1월 즉시 해당 제품 생산을 중단했고 당시 이미 시중에 유통된 제품을 제외하고는 전량 폐기처분했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 소비자들에 한정된 '불편함'일 수도 있지만 소수의견을 간과해선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앞서 bhc치킨은 '음식 계산을 남성에게 의존한다'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여성혐오(여혐) 기업으로 낙인이 찍혔다. 2015년 '뿌링클 사줄 사람 없는 여자분들 필독'이라는 문구를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시장점유율과 인지도가 선두권 업체에 비해 미미한 풀무원샘물의 경우 이번 건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할 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닐슨데이터 기준 2017년 국내 생수시장은 삼다수가 41.5%, 아이시스가 10%, 백산수가 7.5%로 '철옹성'을 형성한 상태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차별적 문구라는 것을 인지 못해서 발생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이를 제지할 법은 없지만) 성차별 표현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흐름의 소비자 운동이 이어진다면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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