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짠물배당 불가피" 과연?…속 들여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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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짠물배당 불가피" 과연?…속 들여다 보니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2월 13일 0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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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줄여 기업가치 상승?…연구개발∙투자 인색하고 임원 보수 '펑펑'

▲ 남양유업이 저배당 기조를 유지해 기업가치를 상승시켰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연구개발과 투자에는 인색한 성향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 남양유업이 저배당 기조를 유지해 기업가치를 상승시켰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연구개발과 투자에는 인색한 성향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남양유업(회장 홍원식)이 '짠물 배당'을 개선하라는 국민연금의 제안에 "배당을 확대하면 최대주주에만 이익이 돌아간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배당률이 업계와 비교해 현저히 낮고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인색해 또 다시 변명만 늘어놓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7일 남양유업에 대해 "배당 정책을 담당할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라"라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결정했다. 지분 6.6%를 보유한 2대 주주로서 '스튜어드십 코드'(주주권 행사)를 실행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배당이 낮은 기업에 대해 처음에는 '저배당기업'으로 지정하고 가시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2년차에는 '비공개 중점관리기업', 3년차에는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관리한다. 남양유업의 경우 지난해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됐음에도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자 결국 주주권 행사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남양유업은 2015~2016년 2~3%대였던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2017년 17%까지 끌어 올렸다. 하지만 이는 순이익이 50억원으로 급감한 데 기인한 것이었고 그마저도 코스피 상장사 평균인 33.81%의 절반에 불과했다. 현금배당도 2011년부터 보통주는 1주당 1000원, 우선주는 1050원으로 유지해왔다.

업계 경쟁 대상인 매일유업과 롯데푸드가 각각 9%대, 8%대 배당성향을 보인 것과도 대조적이다. 시가배당율로 비교해도 남양유업은 0.1%로 매일유업(0.69%)과 롯데푸드(3.9%)에 비해 낮다.

논란이 일자 남양유업은 나흘 후인 11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연금의 제안을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배당을 확대하는 것은 지분 절반을 가진 최대주주의 배를 불리는 셈이기 때문에 사내유보를 통해 기업가치 상승에 힘쓰는 게 낫다는 도덕적 이유를 들었다. 현재 남양유업 최대주주는 홍원식 회장(51.68%)이며 특수관계인(2.17%) 지분을 합치면 총 53.85%로 압도적이다.

문제는 홍 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 보수 지급에는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남양유업 등기임원 총보수는 2015년 28억8200만원, 2016년 31억4700만원, 2017년 27억8500만원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홍 회장이 가져간 보수는 16억1800만원, 18억8100만원, 16억1900만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낮은 배당으로 사내유보금을 축적한 현금부자 남양유업이 정작 R&D와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양유업의 2017년 연구개발비 규모는 62억원으로 매출 대비 0.53%에 불과했다. 매일유업(91억원)과 빙그레(99억원)가 각각 1.04%, 1.22%에 이르렀던 것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또 최근 5년간 투자 규모도 770억원 수준으로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증권가에서는 남양유업이 의지만 있다면 차등배당을 실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차등배당이란 대주주에 소액주주보다 낮은 배당률을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차등배당은 최대주주의 양보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어 "투자의 경우 빚을 내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남양유업은 외부 차입 없이 내부 유보금으로만 진행했기 때문에 비용이 아니라 질을 봐야한다"며 "공장 준공뿐 아니라 노후시설 관리 등에 꾸준히 투자해 유형재산으로 녹아져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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