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료 줄이려면 과실상계율을 조정하라
상태바
자동차 보험료 줄이려면 과실상계율을 조정하라
  • 양채열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2월 08일 10시 47분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채열2015.jpg
작은 길과 대로가 만나는 지점의 신호등이 없는 T자형 교차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손실을 부담해야 할까? 책임에 비례하여 손실을 부담하면 될 것이다. 이 손실금액 분담 비율은 운행행태와 그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건전한 교통문화를 확립하고 교통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손실분배방식을 결정하는 '과실상계율'을 효율적으로 책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T자형 교차로 사고시 소로에서 대로로 진출하는 우선권이 없는 운전자가 손해금액 전체를 부담한다. 즉 [0:100]의 비율을 적용한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통행우선권이 어떤 운전자에게 있는지를 파악해서 우선권이 없는 운전자에게 모든 손실을 부담시킨다.

따라서 통행우선권이 없는 운전자는 우선권이 있는 운전자에게 항상 양보하는 운전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우선권의 유/무를 명확히 나타내기 위하여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는 우선권이 없는 차로에 정지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동일한 교통사고의 경우에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대부분 [20:80]이 적용된다. 우선권을 가진 운전자도 손실을 분담하게 된다. 그리고 상황요인에 따라 경감조정을 한다. 당연히 사고처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과실이 더 많은 가해 차량이 고가일 경우에는 거의 책임이 없는 피해자가 자기 차량가격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가해자에게 배상해야하는 웃지 못 할 사태도 발생한다.

교차로에서 우선권이 없는 차량이 진출하게 되면 우선권이 있는 운전자도 사고발생시 손해를 분담하기 때문에 피하게 된다. 이래서 대로의 교통 장애가 발생하고 교통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 경우 주요 선진국 사례를 따라 우선권이 없는 운전자가 모든 손실을 부담하는 [0:100]의 손실부담률을 적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20:80]이 적용되는 유형의 교통사고는 대부분 [0:100]으로 변경해야 한다. 이는 공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증진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특히 비싼차량이 이른바 '칼치기' 중 사고가 나면 [0:100]으로 책임을 물어야 외제 고가차량의 칼치기가 줄어들 것이다.

이처럼 최초 권리의 유무에 따라 책임여부를 가리는 것은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 권리를 가진 자가 제대로 보호 받고 권리 없는 사람이 부당이익을 보지 않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사고 발생 시 권리가 없는 운전자가 손실액의 전체를 부담하면 우선권이 있는 운전자에게 항상 양보하는 운전을 하게 되면서 사고관련 비용도 낮아질 것이다.

미국 초등학교에서 학생끼리 싸움이 있으면 선생님의 질문은 정해져 있다. "누가 먼저 싸움을 걸었느가?"이다. 우리나라처럼 무조건 많이 다친 사람을 피해자로 그 상대방을 가해자로 취급하지 않고 싸움 발생의 이유를 파악해 최초 유발자를 꾸중한다. 학교에서의 싸움만이 아니라 쌍방폭행의 경우도 유사한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이 원리를 조금 더 깊게 적용할 수도 있다. 불법 주차해 교통장애를 유발하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인데 이 경우 유턴 장소에서 불법주차 차량과 U턴 차량의 충돌사고시 최초 유발자인 불법주차차량에게 손해금액 전체를 물리는 것이다. 그러면 교통에 막대한 장애를 초래하는 주요 장소에는 불법주차가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이다.

교통에 약간의 장애만 유발하는 불법주차차량에 대해서는 사고발생시 현행과 같은 손실률을 적용한다면 막대한 장애를 초래하는 주요장소(교차로, U턴 장소 등)는 불법주차차량과 이동차량의 충돌/접촉 사고 발생 시 최초 불법주차차량이 모든 손실을 부담하도록 과실상계율을 변경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공권력으로 불법주차를 단속할 필요가 없다. 사고 발생 시에 손실분담의 조정을 통하여 관련자의 유인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면 공권력의 작용과 행정비용이 최소화되면서 사회적인 효율성과 공정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양채열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참샘 2019-02-12 04:13:22
매우 합당한 내용입니다.
추가한다면 미국 등 선진국이 고교때부터 운전면허시험을 학교에서 발급하게 하는 것도 바른 운전습관을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교차로, 진입로 우선권은 사고예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