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조, 경영정상화에 또 나랏돈 요구?…여론마저 등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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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노조, 경영정상화에 또 나랏돈 요구?…여론마저 등 돌려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1월 30일 0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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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지원·형평성 논란…열쇠 쥔 사측, 결단 어려울 듯
▲ 한국지엠 부평 본사.
▲ 한국지엠 부평 본사.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사측과 당초 합의를 깨고 현재 무급휴직 중인 군산공장 잔류 근로자의 생계지원금을 분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앞서 한국 철수설을 두고 사측을 비판하던 여론이 노조를 비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작년 5월 말 이룬 합의에 따라 군산공장 잔류 근로자들을 무급휴직자로 전환했다. 대신 같은 해 12월부터 24개월 간 생계지원금을 노사 각각 절반씩 지급하기로 했다.

무급휴직자 1인당 생계지원금은 225만원으로 노사는 한 근로자에게 각각 112만5000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이달 8일 기준 군산공장 출신 무급휴직자는 301명으로 노조가 매월 이들에게 지급할 지원금 규모는 3억4000만원 수준이다.

노조는 지원 기간이 다가오자 지원금 부담이 너무 크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수입에서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 비해 커진 것은 사실이다.

노사는 작년 5월 타결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 조항대로 기본급은 동결되고 성과급은 지급받지 못했다. 2017년 임단협 기준 성과급이 1인당 1050만원이 지급돼온 점을 감안하면 월 수입이 평균 88만원 가량 줄어든 셈이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R&D) 법인 지엠테크니컬센터 코리아의 설립으로 조합원 수가 줄어드는 점도 노조를 초조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엠테크니컬센터 코리아로 전적한 직원들은 기존 조합원들과 다른 법인에 소속되기 때문에 자체 노조를 새로 구성하거나 아예 만들지 않을 수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이들을 설득해 '2사 1노조'를 구성함으로써 세력을 유지하고 생계지원금을 공통 분담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기존 노조 구성원들 간 의견 대립이 나타남에 따라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하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작년 노사 합의에 따라 무급휴직자 생계지원금을 조합비로 갹출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노조 집행부에서는 노조 탈퇴를 우려하는 분위기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D 법인 소속 직원들이 생계지원금 갹출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남은 한국지엠 조합원들이 각자 부담해야 할 지원금은 다소 증가한다.

지난 8일 기준 기존 한국지엠 조합원 1만190명 가운데 소속을 옮기는 직원은 사무직 1629명, 생산직 450명 등 2079명이다. 한국지엠에 남는 조합원은 8100명 가량이다. 기존 조합원이 매월 내는 생계지원금은 3만3000원 수준이지만 전적 이후 남은 조합원들이 낼 액수는 4만2000원에 달한다. 조합비는 늘어나고 경영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복리후생 혜택은 감소한 상황에 처한 구성원들이 동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받아내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최근 제88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무급휴직자들의 생계지원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내용의 특별단체교섭 요구안을 마련했다.

무급휴직자의 휴직 상태를 유급휴직으로 전환해 정부로부터 향후 최대 6개월 간 사측 지원금 112만5000원의 최소 3분의 2(75만원)에서 최대 4분의 3(84만원) 수준까지 지원받자는 의도다. 이 경우 노사가 함께 부담할 지원금 액수는 225만원에서 최대 141만원까지 줄어든다. 이에 따라 노조는 매월 1인당 70만5000원씩 2억1000만원 지원하게 되고 조합원 1명 당 부담금을 2만6000원까지 감축시킬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임금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 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으며 '귀족 노조'로 불려온 한국지엠 노조가 비교적 작은 돈에 목맨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노조의 평균임금은 작지 않은 편이다. 한국지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조합원의 평균 연봉은 지난 2016년 기준 8700만원에 달한다. 기본급은 작년 2월 타결된 2017년 임단협에서 인상됐다가 2018년 임단협에서는 동결되고 성과급까지 배제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보배드림 등 자동차 커뮤니티나 관련 기사 댓글에는 '노조가 혈세로 자기 잇속을 채우려고 한다', '욕심이 과하다'는 등 말들을 쏟아내며 노조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당초 사측과 고통을 분담하며 한 식구였던 군산공장 직원들을 품겠다고 했지만 결국 입장을 번복한 셈"이라며 "그간 한국지엠 한국 철수, 노조 세력 와해 등을 프레임으로 억울함과 피해를 호소해오다 자기 발목을 잡은 모양새"라고 말했다.

노조가 무리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 이들의 요구가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고용 관련 법에 따라 노조 요구에 대해 사측이 응해 기존 합의 내용을 변경하면 고용노동부는 이를 승인하는 역할만 수행한다. 사측 결단에 결과가 좌우되는 상황이지만 앞서 천문학적인 혈세를 지원받은 사측이 여론을 의식해 쉽게 결정내리기 어려운 입장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지엠은 판매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무급휴직자를 생산라인에 배치하는 최선책을 쓸 수 없는 실정"이라며 "사측이 노조 요구를 들어준다고 해도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조나 다른 완성차업체 노조의 처지와 비교해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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