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발목 잡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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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발목 잡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1월 29일 1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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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정보가 손 안에 들어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스마트시대가 됐다. 인공 지능(AI),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지능정보기술이 산업과 서비스에 융합되어 모든 제품·서비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4차 산업 혁명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의 소비자 서비스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의 일정률(100%~70%)을 보장해 주는 상품으로 인기가 꽤 좋다. 3천396만 명이 가입해 가구당 3건, 전인구의 77%가 가입해 있다. 입원, 통원은 물론 약제비까지 보장해 주므로 당연히 보험금 청구횟수가 많다. 몇 푼 안 되는 진료비를 받기 위해서 병원에서 서류를 떼고 보험사에 직접 청구하기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보험사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각기 다른 경우도 있고 병원에서 서류 떼는 데 몇 시간씩 허비해야 하고 서류발급 비용도 꽤 비싸 '보험금보다 청구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는 상품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작년 말 전국 1000명의 소비자를 상대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지급사유가 발생했으나, 5.1% 정도의 소비자가 청구를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구를 포기한 보험금은 외래(통원)진료비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약 처방, 입원비 순이었다. 청구를 포기한 이유는 금액이 적고 청구절차가 번거롭고 시간이 없어서 등의 순 이었고 진단서 발급비용 등이 발생해서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실손의료보험의 청구간소화를 요구하는 응답자가 77.6%를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일부 대형병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전자적 방식으로 '치료 및 영수증 서류'를 병원에서 직접 보험사로 보내주도록 하자는 법안이 보험업법개정과 공사의료보험연계법 등 2건이나 발의되어 있다.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문제는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소비자요구가 있어 왔으나 10년이 넘어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금융위와 보건복지부등 TF를 만들어 운영해도 지지부진하다. 이유는 병의원이나 의사들의 반대 때문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환자정보를 민영보험회사에 제공하기 싫다는 입장이고, '진료정보'는 자신들도 소유권이 있다며, 더구나 무상으로 줄 수는 없고 비용을 받아야 하겠다며 '환자'를 볼모로 삼고 있다. 이들의 억지 입장에 보건복지부 역시 동조하며 편을 들고 있다.

병의원이나 의사들의 반대하는 이면에는 건강보험료의 '부당청구'와 '비급여부분'의 노출을 우려해서 그렇다. 건강보험의 급여부분 중 본인부담분과 비급여부분의 일정률을 보장하는 상품으로서 보험사는 급여부분 의료비와 비급여부분 의료비 등 모든 비용정보를 알아야 '본인 부담 의료비'를 계산해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데, 현재 건강보험공단의 진료심사평가원에는 '급여의료비'만 제출이 의무화 되어 있어, 비급여를 포함한 모든 의료비가 전산으로 제출의무화가 되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병의원에서 발생하는 모든 의료비를 알 수가 있다는 허무맹랑한 '우려' 때문에 적극 반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이미 전산화 되어 시스템이 운영 중이다. 자동차손해배상법에 의해 자동차보험 피해자의 진료정보가 병원에서 건보 심사평가원을 통해 손해보험사들이 온라인으로 받아보고 있다. 이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하면 해법은 간단하다. 손해보험사에서 전보험사로 확대하고, 제출대상을 비급여까지 확대하면 된다. 모든 정보를 다 보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요구하는 정보만 보내면 된다.
 
소비자에게 병원 창구에서 기다리게 하고 시간을 허비하며 '종이'로 서류를 발급해 주는 것보다 병의원이 더 '시간'과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병의원과 의사들은 진료비 정보 노출을 우려해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소극적이고 정부 기관인 보건복지부 공무원마저 이들 편을 들며 복지부동 움직이지 않고 있다.

80%의 국민들이 원하는 일이고 소비자편익을 증대시키는 일에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의 청구 간소화'는 법제정 이전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서면 쉽게 시행될 수 있는 문제다. 이러한 일을 10년이 넘도록 방치하고 책임을 떠넘기며 직무유기 행위를 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 할뿐만 아리라 소비자주권 시대에 소비자를 무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 행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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