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오비맥주 너무 비싸" 새 회사 설립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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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오비맥주 너무 비싸" 새 회사 설립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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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3월 16일 0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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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매물로 나온 오비맥주를 사지 않고 새로 맥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오비맥주 대주주인 벨기에 AB인베브사가 제시하는 막대한 매각금액을 수용하느니 차라리 적은 돈으로 맥주회사를 신설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1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이달 초부터 AB인베브측과 수차례 가격협상을 벌였으나 현격한 입장차이를 확인하고 차선책으로 '맥주회사 신설'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전해졌다.

AB인베브 측은 외신 등을 통해 오비맥주 매각금액으로 20억달러 수준을 제시했지만, 롯데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계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JP모건 홍콩지사에서 진행한 오비맥주 입찰에서 양측이 수차례 조율 끝에 롯데 측은 인수금액으로 1조6천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AB인베브측이 최소 2조3천억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롯데가 맥주회사 신설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AB인베브의 요구대로 오비맥주를 인수할 경우 노후 공장설비 등을 보수하는 데 2천억~3천억원이 추가로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인수금액은 2조5천억~2조6천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최근 소주 '처음처럼'을 인수한 롯데가 종합주류회사로 발돋움하려면 오비맥주 인수가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음에도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오비맥주 인수금액이다.

AB인베브가 두산으로부터 오비맥주를 인수하면서 실제 투입한 돈은 약 1조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다 2004년 4월 오비맥주 유상감자 과정에서 1천600억원을 회수해갔으니 실제 투입된 돈은 8천억 수준이라는 것이 주류업계의 정설로 굳어져 있다.
AB인베브는 결국 10여년만에 무려 3배가 가까운 차익을 챙기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만일 롯데를 포함해 국내 기업이 AB인베브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고 오비맥주를 인수할 경우 막대한 국부가 유출됐다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롯데로서는 AB인베브의 요구조건을 결코 수용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롯데는 맥주회사를 새로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1조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B인베브가 제시한 금액의 3분의1로 맥주회사를 세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맥주회사를 신설할 경우 주류면허를 새로 획득해야 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새로 창출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
이런 점에서 사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오비맥주를 저렴하게 인수하는 것이다.

롯데가 맥주회사 신설 카드를 꺼내 든 것도 이런 여러 사정을 자연스럽게 부각하면서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AB인베브를 압박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관측도 있다.

AB인베브 측이 그동안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을 통해 언론플레이를 해온 데 대한 적극적인 대응차원이라는 분석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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