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KCGI '호텔 사업 정조준'에 촉각…조양호 숙원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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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KCGI '호텔 사업 정조준'에 촉각…조양호 숙원 어쩌나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1월 23일 0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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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주력 사업인 항공업과 시너지 도모, 천문학적 투자 이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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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한진칼,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주력사 지분을 인수해 목소리를 키워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최근 그룹의 취약점인 '호텔 사업'을 향해 메스를 들었다. 이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항공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공들여온 호텔 사업에 대한 주도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1일 KCGI는 '국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한진'이라는 제목의 공개서신을 통해 한진그룹 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한 투자 방안으로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KCGI가 지목한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부문'은 △칼호텔네트워크 △와이키키 리조트 △LA월셔그랜드호텔 △왕산 마리나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이다. 대부분 숙박 사업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최근 수년간 경쟁이 치열한 숙박사업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함에 따라 적자를 이어왔다.

그룹에서 해당 사업의 주축을 맡고 있는 계열사는 지주사 한진칼과 대한항공이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의 경우 △왕산레저개발(100%) △한진 인터내셔널(100%) △한진 인터내셔널 재팬(50%) 등 비상장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계열사들은 항공 여객이 여행지에서 묵을 숙박 시설을 따로 찾을 필요없이 항공권과 숙박권을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는 등 사업 간 시너지를 도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바닥을 기었다. 대한항공은 2016년 68억2800만원 수준으로 반짝 흑자 전환했지만 2017년 중국 금한령으로 여객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500억8802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1~3분기에는 누적 영업손실이 801억3224만원에 달했다.

KCGI는 이 같은 실적 악화가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주식 가치 저평가를 초래하는 등 악재로 국민에게 피해를 전가한다고 본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자본(3조6031억원) 대비 부채(21조8989억원) 비율은 607.8%에 달한다.

KCGI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여행업 경기에 민감한 사업구조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호텔사업 확장으로 수익성 악화와 재무구조 위험성이 증가한 상태"라며 "해당 사업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항공의 호텔 사업은 조양호 회장의 숙원인 만큼 사업 방향 재검토 방침을 둘러싼 KCGI와 총수 양측 간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조 회장은 그간 해당 사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자녀에게 주요 계열사 경영을 맡기는 등 애착을 보여왔다.

조 회장은 지난 1989년 대한항공 계열사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을 통해 윌셔그랜드호텔을인수했다. 이어 2009년부터 8년 간 1조1300억원(1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최첨단 시설을 갖춘 호텔 및 오피스 복합 건축물로 리모델링했다. 이는 조 회장이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과 국내 최초 조인트벤처 사업 모델을 운영하는 등 항공 사업에 있어 가장 공들이고 있는 시장인 미국을 적극 공략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또 조 회장은 2017년 4월 차녀 조현민을 한진칼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에 선임하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당시 나이 69세를 맞은 조 회장이 세 남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는 행보로 분석하기도 했다. 차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게 항공 사업을 일임하고 '땅콩 회항'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대신 조현민에게 관광·레저 사업을 넘긴다는 추측이다.

대한항공은 KCGI의 공개 서신에 관련해서는 공식 언급을 삼갔다. 다만 KCGI의 지적과 압박 에도 호텔 사업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 사드 보복 조치를 해제하는 등 긍정적 요인이 뒷받침돼 해외 여객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또 최근 칼호텔 개·보수를 완료하고 5성 등급을 취득하는 등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바탕으로 수익 제고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최근 불황을 지나고 있는 항공업계에서 단순히 항공업에만 주력하는 것은 경쟁력 상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호텔 사업이 타 사업과 커넥션을 강화할 경우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고 사업 자체가 장기 추진을 요구하는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대한항공의 기존 사업 기조를 지지해야 한다는 관측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은 호텔 사업을 비롯해 수익성 높은 부대 사업들로 그간 각종 유동성 위기에 대응할 수 있었다"며 "인내심을 갖고 부대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신용등급 회복을 위해 균형감 있는 방안을 마련해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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