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서의 유사 협회, 더 이상 인허가하지 말아야
상태바
정부부서의 유사 협회, 더 이상 인허가하지 말아야
  • 김필수 교수 perec@naver.com
  • 기사출고 2019년 01월 21일 15시 59분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92545_262891_4652.jpg

각 정부 부서에는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이 항상 존재한다. 특히 사단법인은 관련 기업체와 개인 등 다양한 회원을 중심으로 관련 산업 발전이나 정부 자문 등 공공성 측면 사안의 많은 부분에 관여한다.

사단법인 가운데에는 정부부서별로 다양하고 특화한 협회가 있고 규모가 대단한 단체도 있는 반면 유명무실한 협회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기업체 등 회원에게 권리나 책임을 부과하고 상당한 부분에서 공공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부서별로 용이하고 쉬운 절차를 통해 사단법인을 내주는 부서가 있는 반면 거의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 부서도 있다.

제대로 된 협회의 경우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주고 보완해준다. 또 모든 것을 다할 수 없는 정부를 대신해 공공성을 가지고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정부가 관련 제도나 법령의 문제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이 큰 만큼 정책 보완적 성격을 가진 협회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사단법인은 일반적으로 공공성을 부여받지만 개인이나 회원사의 사리사욕 충족에 목적을 두고 활동하는 곳도 많다. 정부가 확실하게 협회의 공공성이나 활동 및 역할을 꼼꼼이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특히 최근 정부 부서가 나서 부처 간 이기주의를 따라 관제 형태의 협회를 발족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존 협회와 성격이 유사한 협회가 발족하는 경우 관련 협회에 확인 공문을 보내 문제가 있는지 또는 인허가를 해줘도 되는지, 관련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은 있는지 등 여부를 필수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절차가 무시되거나 슬쩍 인허가를 내준다든지 아니면 위에서 압력을 받아서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당국은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아예 외면하거나 인허가 관련 문제에 관련이 없는 듯 무관심하게 대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허가로 관련 산업 활성화가 몇 년간 도태되거나 아예 뒤쳐져서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정부가 유사 협회를 복수 인허가해주고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등 논리로 나서서 호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국민에 전가된다.

정부는 관련 협회가 중복됨에도 불구하고 인허가를 해준 경우 이에 대한 부작용이나 혼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주변 의견은 무시하고 '아니면 말고'라는 갑질 식으로 인허가를 실시할 경우 책임을 통감하도록 하는 게 향후 발생하는 부작용을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다.

최근 자동차 분야에서 발생한 몇 가지 사례를 보자. 6년 전 당시 정부에서는 새로운 산업 혁신을 찾는다는 취지로 자동차 튜닝분야의 산업화를 촉진한 경우가 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자동차튜닝산업협회를 발족해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기했다. 하지만 바로 뒤를 이어 국토교통부가 자동차튜닝협회에 대해 인허가를 내줘 대항마로 삼았다.

이후 필요없는 다툼이 두 정부 부서에서 진행됐고 당연히 관련 두 협회도 불협화음이 많이 발생했다. 결국 4년 이상을 허송세월하는 동안 자동차 튜닝 산업 활성화는 쉽지 않았고 두 부서 간 협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발전 타이밍을 놓치던 중 정권이 바뀌자 두 부서는 언제 싸웠느냐는 듯 관심을 두지 않고 있고 당시 갈등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은 일선에서 모두 부담했다.

얼마 전 국토부에서 다른 튜닝관련 협회를 또 하나 인허가했다. 그러나 인허가 이후 관심은 전혀 없다. 모두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행동하고 있다. 필자가 10년 전 친환경 경제운전인 에코드라이브 운동을 도입할 당시에도 환경부와 국토부가 싸우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다. 이제는 관심조차 없어져 운동이 제대로 활성화하지 못했다.

정부부서간 이기주의뿐만 아니라 같은 부서 내에서 문제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현재 국내 이륜차 산업과 문화는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이륜차 메이커는 대부분 중국 등지로 관련 시설을 옮긴지 오래고 이륜차 문화는 외면받고 있다. 산업이라 칭하기도 어려운 조그마한 분야로 전락했다.

이러한 이륜차 분야에 협회는 5개나 존재한다. 하나는 환경부 소속이고 나머지 모두는 국토부 소속이다. 당국이 사안에 따라 적당히 넘어가며 인허가를 내준 협회들은 통일되지 않은 채 자리만 차지하고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심지어 자고나면 협회가 하나 만들어진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최근 이러한 행태가 또 하나 잉태되고 있다.

한국전기차협회는 전기차가 태동한 지난 5년 전 전기차 보급의 책임을 지고 있는 환경부 산하 조직으로 발족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각종 정책 세미나는 물론 정책용역을 통해 정부 정책의 정당성과 일관성에 동조하기도 했고 정책이 아니면 안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협회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전기차를 대표하는 공공성을 갖춘 협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환경부는 물론이고 산자부, 국토부 등 여러 조직에서 최대한 자문해주며 관련 사안을 챙기고 있다.

하지만 최근 화두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쏠리면서 중소기업 2~3곳과 개인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산자부에 전기차산업협회 등 유사 협회를 또 발족하려 하고 있다. 이후 발생하는 부작용은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다. 해당 협회는 당연히 성장할 것이고 전기차 분야는 통일성과 시너지가 필요한 실정에서 부처 간 이기주의가 작용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다. 환경부와 산자부의 불협화음도 커질 것이고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각종 사례를 직접 경험한 필자는 자동차와 같이 여러 부서가 겹치고 협조가 핵심이 되는 경우 국무총리실 산하로 등록되는지를 확인했었다. 이 결과 총리실은 관련 협회가 없어서 결국 해당 분야에 대해 가장 역할을 많이 할 수 있는 부서로 갈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경험했다.

이제는 정부 각 부서가 경쟁하기 보다는 관련 협회에 함께 협조를 구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기가 됐다. 각 정부 부서의 사리사욕이 아닌 공공성을 내세우며 길게 보는 시각을 갖추기를 촉구한다. 아니면 중요한 사안에 대해 관련 협회 인허가를 국무총리실에서 관장하는 것도 좋겠다.

협회 인허가는 당연히 유사 협회가 있는지, 관련 사안은 있는지, 산업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공공성이 있는지 등 여건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내줘야 한다. 관련 사안이 발생할 경우 관련 협회에 대해 공문을 발송하는 것도 필수요소다. 부작용에 대한 책임도 확실히 물어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산업부 2019-02-01 10:51:05
자동차 튜닝에 앞서 안전이 우선되어야 하니, 자동차튜닝산업협회를 없애고, 국토부 협회소관으로 통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