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말리부 1.35터보, 작은 심장에서 터져나오는 맹렬함
상태바
[시승기] 쉐보레 말리부 1.35터보, 작은 심장에서 터져나오는 맹렬함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1월 20일 09시 50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중형 세단 중 최소 배기량, 강렬한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
PHOTO_20190118144705.jpg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한국지엠이 최근 자신있게 내놓은 중형 세단 말리부 1.35 터보 모델을 처음 마주했을 때 외관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이전 모델의 멋이 계승돼 질리지 않았다.

전면부에서는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 라디에이터 그릴 각 부위의 디자인이 소소하게 바뀌었다. 

헤드램프의 경우 이전 모델이 수평 형태를 이뤘다면 신차는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 좀 더 매서워졌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경우 두 영역으로 나뉜 그릴 사이에 크롬 재질이 적용되고 세로폭은 더 좁아졌다. 

또 아래 그릴의 면적이 더 넓어져 다른 외관과 더 잘 구분돼 강인한 인상이 부각된다. 주간주행등 디자인도 기존 모델이 낫의 날 부분을 연상시키는 모양이었다면 신모델에서는 골프채 헤드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 적용됐다. 

▲ 전면부 인상을 좌우하는 헤드램프와 그릴의 디자인이 개선돼 안정감이 더해졌다.
▲ 전면부 인상을 좌우하는 헤드램프와 그릴의 디자인이 개선돼 안정감이 더해졌다.

주간주행등 윤곽선이 그릴과 같은 방향으로 그어진 덕에 전면부 디자인의 일체감이 느껴지고 안정적이다. 후미등도 후진등과 방향지시등 각각의 램프가 위아래 대칭으로 장착돼 타 모델과 차별적인 멋을 나타낸다.

얇지만 날렵한 눈매의 헤드램프와 보닛 앞쪽 가운데로 날카롭게 모이는 윤곽과 보닛 라인은 유지됐지만 식상하지 않다. 사람 얼굴에 비유하면 여전히 '잘 생겼다'. 국산 중형 세단 디자인 중 가장 멋있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 이번에 새로 추가된 크림 베이지 내장 색상은 특히 실내 공간을 더 넓어보이게 연출한다.
▲ 이번에 새로 추가된 크림 베이지 내장 색상은 특히 실내 공간을 더 넓어보이게 연출한다.
인테리어의 경우 이전 모델과 거의 흡사하지만 역시 공간이 여유롭고 고급스럽다는 장점이 잘 계승됐다. 고객이 고를 수 있는 인테리어 색상은 5가지인데 이 가운데 이번에 새로나온 크림 베이지 색상 가죽 소재가 특히 더 넓고 정갈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중형 세단에서는 처음 겪은 배기량이라 주행성능을 비교할 타 모델이 없지만 운행하는 동안 결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핸들은 여전히 가볍게 잘 돌아가면서도 고속 주행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제어된다. 차량의 세로 길이(전장)가 이전 모델 대비 1㎝ 가량 늘어났지만 앞·뒷바퀴 간 거리(축거)는 동일하다. 이에 따라 실내 공간, 회전 반경, 운행 안정성 등 측면에서 큰 변화는 없다.

페달 답력도 이전 모델과 같은 수준이다. 현대·기아자동차 모델에 비해 뻑뻑한데 반응 수준은 떨어져 원하는 만큼 차량을 조작하려면 다소 깊게 밟아야 한다. 이에 따라 조작할 때 힘이 들지만 발목에 피로감이 쌓일 정도는 아니다. 타 국산차 브랜드의 페달 답력에 익숙한 고객이라면 적응기가 필요할 듯하다. 또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마다 내부에서 '찌이잉'하는 소리가 난다. 브라운관 TV를 처음 켤 때 느껴지는 소리를 연상하게 하는 소음이다. 불편할 정도는 아닌데 낯설고 의아한 부분이다.

▲ 말리부가 쉐보레 스포츠카 카마로의 감성을 벤치마킹했다면 오르간식 페달을 도입해 스포티함을 더하는 건 어떨까 싶다.
▲ 말리부가 쉐보레 스포츠카 카마로의 감성을 벤치마킹했다면 오르간식 페달을 도입해 스포티함을 더하는 건 어떨까 싶다.

주행성능과 주행질감은 예상했던 것보다 양호하다. 가속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교통이 원활한 구간에서 정속 주행하기에 어렵지 않다.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힘도 배기량이 더 많은 모델 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발휘한다. 다른 차량을 추월하는 등 짧지만 민첩한 이동에 어려움이 없다. 마치 펜싱 선수가 좁은 보폭으로 스텝을 밟고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속력이 높아져도 엔진음이 거슬리지 않는다는 점은 차를 더욱 안락하게 만드는 요소다. 터보 엔진이 장착됐다보니 저속에서도 '가르릉'하는 회전음이 들리지만 배기량이 적어서인지 거슬리지 않고 경쾌하다.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도 다른 브랜드 차종에 비해 잘 차단되는 등 정숙성이 대체로 양호하다.

다만 톨게이트에 도달하는 등 운행을 하다 잠시 정차하는 상황에서 창문을 내려놓고 있으면 차량 속력이 시속 0㎞에 이를 때쯤 '펑펑'하는 소리가 엔진에서 밖에서 들린다. 처음에는 차량 앞부분이 톨게이트 통로 난간에 부딪혀서 나는 소리로 착각할 정도였다.

제동 성능은 다른 브랜드 최신 모델에 비해 약간 뒤처진다. 달리다 멈추는 상황에서 페달을 아주 민감하게 조작하지 않으면 차가 다소 거칠게 멈춘다. 

다소 불규칙한 노면을 지날 때는 차가 덜컹거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약간 흔들리지만 2차 움직임이 잘 잡혀 금세 안정감을 되찾는다.

▲ 실제 연비는 공인 연비와 비슷하거나 더 잘 나오는 편이다.
▲ 실제 연비는 공인 연비와 비슷하거나 더 잘 나오는 편이다.
실 연비는 잘 나오는 편이다. 오후에 서울역에서 남양주시로 가는 26.8㎞ 구간과 새벽 출근길 남양주에서 서울 성수동까지 31.7㎞ 구간을 주행하며 연비를 한 차례씩 측정했다. 둘 다 서울 시내를 지날 때는 신호를 받거나 교통량으로 인해 이따금씩 가다 서기를 반복했지만 강변북로와 남양주를 다닐 때는 원활히 운행했다. 관성력을 이용한 운전을 최대한 실시했고 히터는 간헐적으로 이용했다.

서울에서 남양주까지 코스에서는 연비 16.9㎞/ℓ를 기록했고 남양주에서 서울로 왔을 때는 14.0㎞/ℓ로 나타났다. 1.35 모델(E-TURBO)의 타이어 규격별 공인 복합 연비 13.3~14.2㎞/ℓ와 비교하면 실제 운행상황에서 거의 비슷하거나 좀 더 잘 나오는 편이다.

말리부는 각종 매력을 갖추고 있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이번 모델은 전 모델에 비해 문이 약간 무거워졌다. 이전 모델의 장점 중 하나는 문과 트렁크 도어가 굉장히 가벼운 점이었는데 이번 모델의 경우 트렁크 도어는 여전히 가볍게 열고 닫을 수 있지만 문은 약간 더 묵직해졌다.

▲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좋지만 터치 반응이나 기능 실행 속도가 느린 단점이 있다.
▲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좋지만 터치 반응이나 기능 실행 속도가 느린 단점이 있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의 처리 속도도 느리다. 화면을 터치할 때 선택한 기능이 바로 실행되지 않고 약간 지연된다. 창이 전환되는 데도 시간이 다소 소요된다.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말리부 1.35터보 모델은 기존 말리부의 다지안 요소를 잘 살렸을 뿐만 아니라 세금 혜택, 가격 경쟁력, 주행 성능과 같은 내실도 충분히 다져진 모델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중형 세단으로서 장점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 패밀리카나 비교적 젊은 고객층이 타기에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감성을 보유하고 있다. 동급 국산 모델이 너무나 쉽게 발견되는 길거리의 풍경을 바꾸는 차로서 입지를 이어갈 만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