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스턴 스포츠 칸, 오프로드를 정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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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렉스턴 스포츠 칸, 오프로드를 정복하다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1월 13일 0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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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성능·질감은 기존 렉스턴 스포츠와 대동소이, 험로 탈출 능력엔 눈이 '휘둥그레'

▲ 파르테논 신전 기둥에서 영감을 얻은 그릴 디자인은 지프의 폭포수 그릴 디자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 파르테논 신전 기둥에서 영감을 얻은 그릴 디자인은 지프의 폭포수 그릴 디자인을 연상시킨다.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렉스턴 스포츠 칸은 기존 렉스턴 스포츠와 함께 판매되지만 디자인이나 제원은 부분변경 수준에 가깝게 변화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라디에이터 그릴 모양이다. 기존 모델의 그릴 디자인에 하나의 크롬 가로줄이 그어져 있는데 비해 칸의 그릴은 세로줄 8개가 기둥처럼 세워진 형태를 갖추고 있다. 쌍용차는 파르테논 신전 기둥에서 영감을 얻어 그릴 디자인을 개발했다.

하지만 그릴은 보기에 따라 미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 브랜드 지프의 차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폭포수형 그릴'을 연상시키는 게 사실이다.

적재 공간인 데크만 31㎝ 길어져 차 길이(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진 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장이 길어져 회전반경도 더 넓어졌다. 유턴하는 상황에서 핸들을 끝까지 돌리고 돌기 시작하는데도 차량 앞부분이 3차선 바깥 선을 넘어갈 정도다.

이와 함께 앞·뒷바퀴 거리(축거)가 기존 대비 11㎝ 가량 길어진 점도 체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앞바퀴가 턱을 넘고 나면 잠시 차가 수평을 유지하다 뒷바퀴가 턱을 넘는 게 느껴진다. 데크가 길어졌지만 엔진룸은 그대로 계승돼 상용차 같은 투박함에서 벗어난 점도 매력 포인트다.

▲ 대시보드 전경은 아주 소소한 부분을 제외하면 기존 모델과 구성과 디자인이 흡사하다.
▲ 대시보드 전경은 아주 소소한 부분을 제외하면 기존 모델과 구성과 디자인이 흡사하다.

실내는 기존 모델과 흡사하다. 기어 스틱의 미세한 디자인 변화나 운전석 시트에 전동식 요추받침대가 탑재되는 등 소소한 변화를 제외하면 계기판이나 기능별 버튼 구성, 대시보드는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됐다.

다만 실내공간 크기는 변함없이 좁다. 1열 좌석 레그룸은 무난하지만 2열 좌석에 앉았을 때 앞 좌석 시트 등받이와의 거리가 거의 준중형 세단 수준이다. 데크 활용성에 중점이 맞춰진 차량이라 고객들이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 뒷좌석에 엉덩이를 끝까지 밀어넣고 앉아도 무릎과 앞 좌석 사이 간격이 10cm가 채 안될 정도로 좁다.
▲ 뒷좌석에 엉덩이를 끝까지 밀어넣고 앉아도 무릎과 앞 좌석 사이 간격이 10cm가 채 안될 정도로 좁다.

승차감에 더욱 주력한 5링크 서스펜션(프로페셔널 트림)과 적재 중량을 200㎏ 더 감당할 수 있는 파워리프 서스펜션(파이오니어 트림)이 각각 탑재된 모델을 번갈아 탑승했다.

칸의 두 트림은 서스펜션 성능으로 구분되지만 승차감이 좋은 쪽은 탑승자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시내 주행 상황에서 승차감을 중시한 프로페셔널 트림은 충격을 부드럽게 완화시키지만 노면의 작은 굴곡에도 많이 흔들린다. 적재 중량 증대에 초점을 맞춘 파이오니어 트림은 서스펜션이 약간 경직된 느낌이지만 차의 움직임을 초기에 잡아주는 특징이 있다. 같이 두 차를 시승해본 일행 1명은 쌍용차 의도와는 반대로 파이오니어 트림이 더 타기 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심 주행과 같은 온로드(ON-ROAD) 주행 성능이나 주행 질감은 기존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것이 또 하나의 장점이 될 수 있는 것은 차량이 더 커진 만큼 무게가 기존 대비 50~60㎏ 가량 늘었음에도 둔해지지 않고 변함없는 주행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성능이 이전 모델 대비 강화한 엔진이 장착된 덕이다.

▲ 차도에서 지켜본 옆 모습. 길어진 데크에서 이국적인 감성이 느껴진다.
▲ 차도에서 지켜본 옆 모습. 길어진 데크에서 이국적인 감성이 느껴진다.

두 모델이 시내 주행 상황에서 발휘하는 성능과 질감은 거의 동등하다. 핸들은 양손으로 제어할 때는 가볍게 느껴지는데 유턴하거나 굴곡이 깊은 곡선 구간을 지나기 위해 한 손으로 조작하면 약간 묵직하다.

페달은 가볍게 잘 밟히지만 답력은 약한 수준이다. 급발진이나 급제동을 실시할 일이 없어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하다. 다소 답답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험로를 지날 때는 차량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어 강점에 가깝다. 

칸은 오프로드에 특화됐기 때문에 온로드에서 출력은 밋밋하다.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느긋하게 가속된다. 기어 단수가 바뀔 때마다 약간 뜸 들이는 듯한 변속충격도 미세하게 느껴진다.

▲ 두 페달 모두 가볍게 밟히지만 답력은 다소 약한 편이다. 험로에서는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 두 페달 모두 가볍게 밟히지만 답력은 다소 약한 편이다. 험로에서는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다만 정숙성과 충격 차단 능력은 양호한 수준을 보인다. 고속 주행 상황 시 뒷좌석에서 데크를 향해 나있는 뒷유리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다소 들리기는 하지만 탑승석 문에서는 풍절음이 잘 차단된다. 중저속 주행 상황에서 엔진음이 들리지만 아래에서 간간히 느껴질 정도여서 거슬리지 않는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속력을 약간 높여도 차가 많이 덜컹거리지 않는다. 다만 매끈한 아스팔트 도로를 지날 때도 잔떨림이 적잖게 느껴지는 건 흠이다.

실 연비는 공인 복합연비에 아주 가깝게 나타났다. 서울 양재동에서 출발해 경기 남양주시 북한강로를 거쳐 춘천 소남이섬까지 96.9㎞ 구간을 왕복 이동했다. 일행과 번갈아가면서 운전했기 때문에 북한강로에서 소남이섬까지 54㎞ 구간과 북한강로에서 양재동까지 42.9㎞ 구간 두 코스를 직접 운전하며 연비를 측정했다.

▲ 두 차례에 걸쳐 측정한 연비. 공인 복합 연비와 거의 유사하거나 약간 더 잘 나온다.
▲ 두 차례에 걸쳐 측정한 연비. 공인 복합 연비와 거의 유사하거나 약간 더 잘 나온다.

북한강로에서 소남이섬으로 이동하는 동안 신호를 받아 종종 멈췄다 가기를 반복했지만 교통량은 원활해 고속 주행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강로에서 서울로 운행할 때는 서울-판교 방면 도로에 들어서면서부터 서울 시내까지 약간의 정체를 겪었다. 신호를 받거나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등 이유로 브레이크를 종종 깊게 밟았고 이외 교통이 원활한 구간에서는 가끔 고속 주행을 실시하면서도 최대한 관성력을 이용해 운행했다. 히터는 24~26도 수준으로 3~4단 틀었다 끄기를 반복했다. 

이 때 측정된 연비는 각각 10.8㎞/ℓ, 10.0㎞/ℓ이다. 공인 복합연비는 이륜구동 또는 사륜구동 상황에 따라 9.7~10.0㎞/ℓ 수준이다.

▲ 육중한 몸집에도 섬세한 차체 컨트롤 능력을 발휘한다.
▲ 육중한 몸집에도 섬세한 차체 컨트롤 능력을 발휘한다.

파이오니어를 타고 쌍용차가 춘천 소남이섬 캠핑장에 조성한 인공 오프로드 구간에서 운행했다. 각도 50도가 넘는 경사로 구간을 비롯해 구덩이(다운범피) 구간과 작은 둔덕(업 범피), 사면 경사로 구간 등을 지났다.

경사가 깊은 구간을 지날 때 엔진음이 다소 크게 들리지만 등판력이 양호하다. 오르막길에서 잠시 멈췄을 때 차가 후진하는 것을 막고 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언덕 밀림 방지장치(HSA)와 내리막길에서 시속 4㎞로 자동 운행하는 경사로 저속주행장치(HDC)도 잘 작동한다.

▲ 렉스턴 스포츠 칸이 둔덕(모굴) 코스를 지나는 모습.
▲ 렉스턴 스포츠 칸이 둔덕(모굴) 코스를 지나는 모습.

칸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락킹 디퍼런셜(LD)이다. LD는 기존 렉스턴 스포츠에는 장착돼있지 않고 칸의 모든 트림에는 기본 장착됐다. 큰 장애물이나 일반 승용차로는 지나갈 수 없는 험로를 지나는 동안 좌우 바퀴 중 한 쪽이 공중에 떠 공회전하는 것을 막는 기능이다.

좌우 바퀴의 회전 수를 땅에 접지한 바퀴의 회전 수에 맞춰 다른 한쪽 바퀴의 회전 수가 조정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거친 구간을 힘 있게 돌파할 수 있다. 처음에는 디퍼런셜이 잠기는 소리를 차량의 하부가 지면에 부딪쳐 나는 소리로 착각해 긴장됐지만 적응되자 차가 험로를 막힘없이 통과하는 걸 지켜볼 수 있었다. 여느 승용차처럼 시내에서부터 무난히 달려온 차가 험로를 거침없이 지나가는 모습은 새삼 경이로웠다.

칸은 우리나라에서 2000만원 후반에서 3000만원 초반대 가격에 오프로드를 탐험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차량이라는 독보적 가치를 지닌다. 지프, 포드 등 해외 픽업트럭 브랜드에 관심을 집중하는 레저 애호가들의 눈길을 돌릴 감성을 어필할 수 있다면 적잖은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후면부에 차명 '칸(KHAN)'이 영문 철자로 크게 붙어있는 점은 차량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낸다.
▲ 후면부에 차명 '칸(KHAN)'이 영문 철자로 크게 붙어있는 점은 차량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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