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의 작년 판매량은 7956대로 전년 1만299대 대비 22.7% 감소했다.
혼다의 지난해 실적은 일본 수입차 브랜드 전체 실적과 비교하면 더 초라해진다. 작년 일본차 판매대수는 4만5253대로 전년 동기 4만3582대 대비 17.4% 증가했다. 특히 토요타와 렉서스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는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전년 2만4301대 대비 23.9% 늘어난 3만114대를 판매해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이처럼 혼다의 지난해 실적이 줄어든 가장 큰 요인으로는 '녹 게이트'가 거론된다.
혼다가 2017년 4월 출시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의 내부 금속 부품 등 부위에서 녹이 발견된다는 소비자 제보가 같은 해 7월부터 이어졌다. CR-V 뿐 아니라 어코드, 씨빅 등 주요 차종에서도 녹이 발견된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며 혼란이 가중됐다.
혼다는 정우영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녹 현상이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차량 뒤틀림, 실내 공기 오염 등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혼다는 결국 같은 해 8월부터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해당 차량 고객을 위한 녹 제거 및 예방(방청) 작업을 무상 실시했다.
녹 사건의 발단이 된 CR-V가 출시된 해 5~7월 3개월 간 혼다 실적은 3920대로 비교적 선전했다. 하지만 혼다가 무상 조치를 개시한 다음 달 판매실적이 541대로 급락하는 등 하락세가 시작됐다. 혼다는 같은 해 10월 미니밴 오딧세이 5세대 모델을 출시하고 어코드 등 주력 차량에 대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했지만 부진을 씻어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5월 혼다 대표 차종 어코드 10세대를 출시한 데 이어 12월 대형 SUV 뉴 파일럿을 내놓는 등 신차를 앞세워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지만 돌아선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혼다는 작년 판매목표를 전년 대비 소폭 줄인 1만대로 제시했지만 이마저 달성하지 못했다.
문제는 올해도 이 같은 하락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판매량 반등을 위한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혼다는 통상 본사 방침에 발맞춰 새 회계연도를 시작하는 매년 4월 전에 신차 출시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올해는 비교적 조용하다. 녹 사건과 디젤차 사양화 추세가 맞물려 작년 5월 판매 중단했던 CR-V의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모델 재출시 외엔 출시를 공식화한 모델이 없다.
혼다 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한 어코드와 뉴 파일럿을 비롯해 현재 출시된 모델의 판매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며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사회공헌활동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선 혼다가 한국 시장에 대한 역량 투입 규모를 일시적으로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혼다 본사 차원에서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차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내연기관차 라인업과 약소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줄인 여파로 혼다코리아의 사업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혼다는 8~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 중인 CES 2019서 자율주행 플랫폼 세이프스왐을 선보이는 등 미래차 기술 홍보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앞서선 오는 2025년까지 친환경차 판매 비율을 3분의 2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시장 규모는 일본차 브랜드 여러 개에 대한 니즈가 발생할 만큼 넓지 않아 토요타 등 톱 브랜드만 인기를 누리는 상황"이라며 "혼다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차종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옵션, 인테리어 등 요소에서 국내 소비자 감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혼다가 한국 실적을 지금보다 끌어올리려면 프로모션과 보증 서비스 등 고객 혜택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실시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현재 점유율에 목매지 않는 것은 미래차가 상용화하는 시점에 기존 브랜드 호응도와는 별도로 새롭게 평가받는다고 보고 미래차에 역량을 집중한 행보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