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헐값 매각도 불사하나…인수가격 보다 시기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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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헐값 매각도 불사하나…인수가격 보다 시기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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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가격 밀당 보다 빠른 정리 택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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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규상 기자]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매각을 공식화했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아 매각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이 확정된 데 이어 이달 금리인상이 결정되면 조달금리 또한 상승해 카드사에 대한 인수 매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매각 금액을 낮춰서라도 빠른 정리를 택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협의해 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롯데카드를 품을 마땅한 인수자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롯데카드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롯데카드에 러브콜을 보낸 곳은 없다.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는 롯데카드를 섣불리 인수했다가 인수 후 역효과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1066억원) 대비 48.9% 급감한 54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611억원) 대비 9.7% 줄어든 552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들어 순익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결과로 경쟁력이 회복된 것은 아니다. 올해 3분기 롯데카드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7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7% 증가했지만, 이는 지난해 3분기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카드사업부문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권 상각액 318억원이 반영된 결과다.

최근 카드 수수료 인하 등 당국의 카드사 압박이 거세지면서 향후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1월 말부터 연매출 500억원 이하의 가맹점에 대해 카드 수수료 인하 혜택을 주기로 결정했다. 이번 수수료 인하를 통한 연간 가맹점 수수료 인하 규모는 1조4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또한 한국은행이 오는 30일 기준금리 인상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조달금리 인상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롯데카드의 올해 상반기 조달금리는 2.35%로 7개 전업계 카드사 가운데 삼성카드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조달금리는 대출자금을 조달할 때 드는 금융비용 금리다. 카드사는 자체적인 예금 수신 업무 기능이 없어 채권을 발행하거나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에 큰 영향을 받는다.

여신금융협회의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여신전문업 영향 점검' 보고서를 보면 카드사의 조달금리가 시장금리 인상에 상응해 25∼50bp(1bp=0.01%) 오를 경우 카드·캐피탈사의 자금조달비용은 연간 최대 83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도한 인수금액이 아니라면 롯데카드가 충분히 매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범위한 유통망을 보유한 롯데그룹과 마케팅 제휴 여부에 따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롯데그룹이 매각 금액을 낮출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카드업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매각을 공식화했다는 것은 인수가격 보다 인수시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그룹이 수익성이 악화된 롯데카드를 빨리 매각해 경영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지주사로 전환해도 법적으로 계열사 매각까지는 1년 남짓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굳이 이 시기에 매각을 공식화 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매각을 결정했다고 해서 바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내년 10월까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라며 "어차피 금융사들을 정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인수자를 찾고자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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