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영의 뷰티플] 화장품 로드샵, 출혈경쟁 대신 중장기적 수익모델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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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영의 뷰티플] 화장품 로드샵, 출혈경쟁 대신 중장기적 수익모델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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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송가영 기자] "오늘까지 진행되는 최대 50% 할인 놓치지 마세요!"

화장품 로드샵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갈 때 한번쯤은 들어본 사람이 대다수다. 가게 앞에서 매장 직원들이 마이크와 바구니를 들고 할인행사와 다양한 프로모션을 외쳐대는 모습은 최근 들어 자주 목격되고 있다.

화장품 로드샵들의 오프라인 할인 행사와 제품 출시 프로모션 등은 하루이틀 있는 일이 아니다.

모든 화장품 로드샵들이 매달 원플러스원(1+1) 행사부터 일정 금액 이상 구매시 제품 증정 프로모션, 최대 50% 할인 행사, 카테고리별 할인행사 등 다양한 종류의 이벤트를 실시한다.

문제는 이러한 이벤트들이 예전에 비해 너무 잦아졌다는 점이다. 온라인 단독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가 하면 한 종류의 이벤트 기간을 줄이고 거의 매주 다른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 사이에 할인행사까지 추가된다.

통상적으로 신제품의 경우 할인품목에 포함하지 않아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온라인 단독 행사를 비롯해 일정 금액 이상에 해당하는 제품 구매시 추가·중복 할인 등을 적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소비자들은 당초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행사를 통해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살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가맹점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2일 LG생활건강 사옥 앞에 모인 20여명의 가맹점주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는 온라인 가격 경쟁으로 상권이 죽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종필 더페이스샵 및 NC가맹점 협의회장은 "온라인 판매 가격이 가맹점주에 공급되는 가격보다 싸다"며 "가맹점주들은 수익률이 나아지지 않아 고통에 시달리며 산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사들도 경쟁 속에 최대 70% 세일 등 온라인 공급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시장을 흐리고 있다"며 "대기업의 과도한 매출 목표와 경쟁심리로 가맹점주들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점주들의 요구를 가맹본사가 모르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수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할인 행사와 이벤트 등으로 실적이 반등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외형성장과 경쟁우위 확보에만 몰두하다 제 살만 깎아먹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 1·2위를 다투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최근 실적부진이 이를 증명한다. 

LG생활건강의 대표 로드샵 더페이스샵은 분기를 거듭할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더페이스샵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5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고 매장수는 꾸준히 감소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실적이 떨어지다가 올해 2분기 반짝 반등했지만 3분기 다시 하락세를 맞았다. 대표 로드샵인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은 영업이익 감소과 적자가 길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가맹본사들이 행사 및 이벤트 일정을 현재의 무리한 수준을 유지할 경우 가맹점주들의 수익률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 최악의 경우 하나둘 문을 닫게 돼 제품을 판매해줄 유통로를 잃어버리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이는 본사 입장에서도 손해다.

할인행사가 불가피하다면 적어도 온라인 단독 행사는 자제하고 신제품은 할인 행사에 제외하는 등 가맹점주들의 수익 감소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선은 정할 필요가 있다. 

시장개편 가속화, 경기침체, 시급인상 등 국내 화장품 로드샵이 처해있는 위기상황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려다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상실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할인과 이벤트 행사로 당장의 수입확대에만 골몰할 게 아니라 가맹점주들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중장기적인 수익모델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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