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로 EV의 외관은 기아차 준중형 SUV 스포티지와 닮은 구석이 많지만 인상은 더 순하다. 보닛 위나 측면에 그어진 굴곡(캐릭터 라인)은 스포티지의 캐릭터라인보다 볼륨감이 덜해 비교적 매끈한 느낌을 준다. 스포티지를 사나운 야생마에 비유한다면 니로 EV는 잘 길들여진 준마 같다.
헤드램프는 날렵하면서도 세로폭이 스포티지보다 넓어 가운데 있는 내부 LED 램프가 더 커 보인다. 주간주행등과 전면 그릴, 후면부 반사등 등 각 부위에 배치된 민트색 데코 라인은 니로 EV의 친환경차 정체성을 드러낸다.
실내에도 곳곳에 민트색이 적용돼 전기차 감성을 물씬 풍긴다. 핸들과 시트에 박음질된 부분(스티치)이나 송풍구, 문 손잡이 등에 민트색상이 자연스럽게 배치돼 있다.
나머지 버튼 위치나 모양새, 대시보드 등 요소는 일반적인 기아차 차량과 유사하다.
니로 EV는 국내 자동차관리법상 준중형 SUV로 분류되지만 같은 차급인 스포티지보다는 좁은 편이다. 트렁크 용량도 451ℓ로 스포티지(503ℓ)보다 협소하다. 그래도 뒷좌석을 접으면 1305ℓ까지 확장시킬 수 있어 실용성은 좋다.
1열에서는 기어 스틱 자리에 대신 장착된 다이얼식 쉬프트 바이 와이어(SBW)가 눈에 띈다. 스틱을 위아래 또는 좌우로 움직여 운행 모드를 변경하는 방식이 아니라 성인 손바닥 크기 만한 다이얼을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조금씩 돌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처음에는 조작하기 낯선데 익숙해지면 기어 스틱보다 더 편하다.
다이얼을 돌려서 설정할 수 있는 운행모드는 후진(R), 중립(N), 전진(D) 등 3가지가 있고 주차(P)는 다이얼 한가운데 있는 버튼으로 설정할 수 있다. 기어스틱이 익숙한 사람은 스틱 조작 시 눈으로 보지 않고도 원하는 모드를 조작할 수 있지만 종종 헷갈릴 때도 있다.
반면 니로 EV의 다이얼은 전방을 기준으로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살짝 돌리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기 때문에 조작을 실수할 가능성이 더 낮다.
주행 모드를 에코 모드가 아닌 노멀 모드로 할 경우에도 필요에 따라 0~3단계의 네 단계로 이뤄진 회생제동단계를 수시로 조작해 원하는 방식으로 운전할 수 있다. 또 왼쪽 시프트를 길게 누르면 회생제동단계는 바뀌지 않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듯 감속할 수 있다. 이 때 브레이크 등도 밝혀진다.
왼쪽 패들 시프트를 이용하면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보다 차의 관성에너지를 전력으로 더 많이 전환시킬 수 있다. 다만 브레이크보다 감속 반응이 느려 신속한 제동이 필요한 경우에는 쓰지 않는 게 좋다.
직접 몰아보니 고속 주행 시 차체 안정성도 좋고 노면 충격도 잘 흡수한다. 자잘한 굴곡이 있는 아스팔트 도로를 지날 때는 덜덜 거리는 잔떨림이 느껴지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곡선 구간을 달릴 때도 적당한 크기의 시트가 등과 엉덩이를 잘 고정시켜줘 몸이 너무 기울지 않도록 잘 잡아준다.
전기차의 연비에 해당하는 전비도 공인 수치보다 잘 나오는 편이다. 수석호평고속화도로를 지나 강변북로를 거쳐 서울 중구 서소문로로 이어지는 38.0km 거리의 출근길을 54분간 달렸다. 히터는 3~4단으로 잠깐씩 틀었다 끄고 가끔 급제동했다. 도착 후 계기판에 기록된 전비는 100km 당 18.4kWh다. 이를 1kWh당 주행거리로 환산하면 6.1km/kWh로 공인 복합전비 5.3km/kWh보다 약간 높게 나타난다.
니로 EV는 전기차와 SUV의 강점을 모두 지닌 동시에 열선·통풍시트, 열선 핸들, 안전·편의사양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까다로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에도 충분하다. 또 다양한 첨단 요소들로 새로운 운전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국내 출시된 전기차 모델 중에서도 구매 우선순위로 꼽을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