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의 밑줄긋기] 현대차 갑질 의혹…'응답하라 정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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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의 밑줄긋기] 현대차 갑질 의혹…'응답하라 정의선'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10월 18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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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대자동차가 부품 협력사에 대해 자행한 갑질이 세세히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현대차 백 모 부장이 협력사 고려산업이 부도 위기에 처하자 사실상 토사구팽했다. 백 부장은 기존 고려산업이 생산해온 금형의 견본품을 다른 협력사 태광공업에 전달하며 "저품질이면 너 나한테 죽어"라는 말을 던지고 부품 생산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거래처와의 의리를 매몰차게 저버린 점도 비난받을 만한 일이지만 원청 직원이 하청 직원을 부하 다루듯 대한 태도가 공분을 사고 있다.

현대차는 또 협력사에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직원 관련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증폭시켰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현대차는 상생 협력자금 500억원을 지급한다는 명분으로 2차 협력사에 직원들의 고용형태, 직무구분, 수당 등 정보가 담긴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더해 현대차가 그간 협력사들에게 전속거래를 진행해왔다는 점도 국감을 지켜보는 이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국감에서 그간 협력사들이 현대차에 들어갈 부품만 생산해 공급하는 계약을 맺어 의존성이 심화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대차는 원하는 물량과 시기에 맞춰 협력사가 부품을 공급하도록 하는 직서열 생산방식(JIS)을 사업에 도입했다. 또 부품 원가를 매년 일정 비율로 절감시키는 납품계약(CR)을 협력사와 체결해 협력사에 금전적 피해를 입혀왔다.

손정우 자동차산업중소협력업체 피해자협의회 총무는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현대차 1차 협력사들이 JIS에 대한 부담 때문에 2·3차 협력사의 금형을 빼가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1차 협력사가 직원과 차량을 동원해 하위 협력사의 생산물을 실어나르는 모습은 과거 봉건주의 시절 종종 발생한 약탈 사건을 연상하게 한다. 현대차가 21세기 자본주의 시대에 국제적 위상을 갖춘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유발한 촌극이다.

이번 의혹에 대해서는 현대차를 이끌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나서야 한다. 국감에서 언급된 사례는 앞서 정 수석부회장이 2009년 8월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재직 기간 내내 발생했고, 이를 방지하지 못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장기간 실무 일선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책임을 피하면 안된다. 정 수석부회장의 머릿속에 협력사 상생보다 더 우선하고 있는 사안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상생을 그토록 강조한 현대차가 이율배반적인 행보를 보여온 점에 대해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번 현대차 국감에서 모습을 드러내진 않은 건 국회의 부름이 없어서다. 그렇더라도 부하 임원을 공개석상에 세워 전 국민 앞에서 망신당하게 하지 말고 직접 나서서 각종 의혹에 떳떳이 대응하는게 책임있는 모습 아닐까. 이제는 정 수석부회장이 응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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