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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항공사, 잦은 사고로 위상 추락

대형항공사의 인색한 안전분야 투자와 대형항공사 봐주기식 행정이 원인으로 지목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기사 출고: 2018년 10월 12일 오전 7시 54분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각 사 여객기가 김포공항 주기장에서 이륙 대기 중인 모습.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국적 대형항공사 위상이 최근 지연, 결항 등 사고로 추락하고 있다. 사고가 잦은 원인으로 대형항공사의 안전분야에 대한 인색한 투자와 대형항공사에 대한 정부의 봐주기식 행정이 지목된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적 항공사 8곳에서 발견된 항공안전장애는 262건으로 집계됐다. 2013년 117건에 비해 4년 새 2.2배 증가했다.

항공안전장애는 항공기 운항, 항행 안전시설 등에서 항공안전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사례를 의미한다.

여객기 운행 1000회당 항공안전장애 발생비율은 저비용항공사보다 대형항공사가 더 높게 나타났다.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의 장애발생비율은 각각 0.553%, 0.5%로 집계됐다. 비율 수치는 비교적 낮지만 매 건마다 인명피해를 동반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간과할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대형항공사들은 기체가 손상되는 아찔한 사고도 심심찮게 일으켜 승객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국내 공항 내 항공기 이동지역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6건으로 작년 2건보다 3배 늘었다. 6건 모두 대형항공사 2곳이 얽혔다.

지난 6월 김포공항에서 탑승게이트로 이동하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멈춰있던 대한항공 항공기와 추돌해 각각 날개와 후미 부분이 파손됐다. 지난 4월에는 인천공항에 착륙한 아시아나 여객기가 주행착륙장치(랜딩기어) 결함으로 활주로 중간에 한동안 대기했다. 앞서 3월에도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2대가 서로 부딪혔다.

두 항공사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종종 기체가 손상되는 사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4월 일본 간사이 공항에 착륙하던 대한항공 여객기의 후미 부분이 활주로에 접촉돼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시아나 항공기도 지난 5월 터키 이스탄불공항에서 이동 중 서 있던 터키항공 여객기와 충돌했다.

대형항공사의 지연율 또한 저비용항공사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연율은 당초 일정보다 15분 이상 지연돼 운항되는 비율을 의미한다.

국토위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8월 국토부로부터 받은 연도별 국제선 항공기 지연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리나라에서 출발한 국제선 항공편 14만7618편 중 6.06%인 8933편이 지연 이륙했다.

이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지연율은 각각 6.14%, 7.77%로 집계됐다. 두 항공사의 올 상반기 국제선 운항편을 합할 경우 7만9431편이고, 이 중 지연 사례는 5397편으로 지연율이 6.79%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저비용항공사 6곳은 운항편 6만8187편 중 지연 사례는 3536편으로 5.18%의 지연율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대형항공사를 둘러싼 각종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항공사들이 안전 개선 활동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항공사들은 통상 업계 관행에 따라 정비 및 조종 인력, 교육 훈련, 안전기자재 등 안전 과 연관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투자 분야는 동시에 항공운송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항공사들이 투자를 계획할 때 항공 서비스의 안전성 측면을 고려하겠지만 사업적 판단에 따라서도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이 같은 상황은 달리 말해 안전 분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뜻으로 연결된다. 대형항공사들은 안전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를 공시할 기준이나 의무가 없다. 항공사가 안전 확보를 위해 실시 중인 방안을 수치로 가시화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투명히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항공사의 안전관리를 감독하는 국토부의 대형항공사 봐주기식 행정 또한 안전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토위는 국토부에서 대형항공사에 편의를 봐줘 항공안전 분야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신상필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국토부로부터 받은 공사별 정비인력 보유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형항공사 계열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갖춘 정비인력은 국토부 권고 수준(항공기 1대 당 12명)에 못 미쳤다.

저비용 항공사 3곳의 대당 정비 인력은 △진에어 7명 △에어부산 8.7명 △에어서울 3.5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나머지 저비용항공사 3곳의 인력 규모는 △제주항공 12.6명 △이스타항공 13.4명 △티웨이항공 13.8명으로 당국 기준을 충족시켰다.

국토부는 지난 2016년 정비인력 권고 기준을 발표한 뒤 이를 준수하지 않는 항공사에 노선 배분 등에서 패널티를 부여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실제로는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 의원은 “국토부의 행정편의주의가 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출발 지연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항공사별 항공기 1대당 정비인력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벌칙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5일 항공사의 안전투자 공시 및 안전마일리지 도입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이 제도에는 항공운송사업자와 공항운영자가 안전분야에 대한 자발적인 투자계획을 공시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정부는 안전관리 노력을 실시하는 항공사에 일종의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우리나라 항공안전 수준을 증진시키려는 것이 목적이다.

이진종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과 주무관은 “기존에는 안전 관련 항목이 구체화돼있지 못해 항공사의 안전분야 투자가 어떤 것인지를 명확히 제시할 수 없었다”며 “이번 제도를 통해 (구체화한) 안전분야 기준을 바탕으로 항공사들의 안전투자에 대한 자발적 경쟁을 이끌어 냄으로써 항공 안전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에 앞서 작년 12월 항공안전정책 기본 계획을 수립해 고시했다. 항공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안전투자 확대와 자율경쟁을 통한 건전한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려는 것이 취지다.

계획에는 안전투자 공시 및 안전 마일리지 제도를 비롯해 △항공기 100만대 당 사고 감축 및 사망사고 제로화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기술 접목된 항공안전관리체계 구축 △조종사 등 직원 피로관리제도 개선 등 운항안전 고도화 추진과 같은 사안이 안전 분야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업계에서는 국내 항공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국적 항공사들과 정부가 각각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으로 관측한다. 항공 관련 문제의 발생 원인으로 기상 악화 등 불가항력적 요소를 제외한 항로 계획, 여객기 연속 운항(접속) 등 인적 요소가 한 데 얽혀 각 주체의 동시다발적인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항공 안전 분야에 있어 정부가 할 몫과 민간 항공사가 해야할 몫이 각각 있다”며 “두 주체가 자발적으로 각자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 실시한다면 부정적인 요소를 해소할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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