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김동현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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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김동현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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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이 HMD라는 인식 벗어야…업계서도 고민 거듭"
▲ 김동현 (사)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장
▲ 김동현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장
[컨슈머타임스 송가영 기자] 가상현실(VR)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어 다양한 업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VR 시장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정부나 투자자들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국내 콘텐츠 개발업체들은 하나둘 사업을 접고 있고 그나마 남아있는 개발업체들이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다수다. 또한 국내 시장이 워낙 협소하고 하드웨어 생산 업체들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 개발 업체들에 과감히 자금을 쏟을 수 있는 투자자들도 부재하다.

정부는 무궁무진하고 예측할 수 없는 기술 개발 가능성으로 섣부른 규제와 법 제정을 논의조차 못하고 있고 시장 형성도 주도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10여년전 게임산업의 안착을 주도하는데 일조했던 김동현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장을 만나 국내 VR의 현실, 안고 있는 문제점, 나아갈 방향 등을 들었다.

Q.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는 어떤 계기로 출범하게 됐나요.

==게임산업이 완전히 양극화되면서 업계 탑5 기업들이 시장을 70% 가까이 잠식하고 있어 기술은 갖고 있지만 설 자리가 없는 업체들이 VR시장으로 넘어왔습니다. 여기서도 이미 반은 문을 닫았고 겨우 살아남은 업체들이 입지를 굳혀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는데 바로 국내 시장이 너무 작다는 것입니다. 콘텐츠 업체들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머리뿐인데 눈에 보이는 자산으로 취급받을 수 있지 않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결국 국내 VR콘텐츠 개발 업체들이 하드웨어 생산 업체들의 등에 업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한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수억원이 드는데 하드웨어 업체의 하청업체처럼 콘텐츠가 팔리면 하나에 30~40만원 수입이 전부입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VR콘텐츠 업체가 모두 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상황을 바꾸기 위해 모였습니다. 지난해 초에는 컨소시엄을 만들었고 올해 8월초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공식 인가를 받았습니다.

Q. 스마트폰의 보급이 대한민국의 산업, 특히 유통의 구조를 바꿨습니다. VR이 대한민국의 산업과 유통 구조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유통 구조는 다양하게 갈 수 있다고 봅니다. B2C 시장규모가 크고 수익이 많이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장이 커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엔터테인먼트와 방송 분야입니다.

올해말이든 내년초든 5G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현재로서는 유통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습니다. 여기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려면 360도로 볼 수 있는 VR방송 등을 개발하고 집중 투자해야 합니다.

Q. 국내에서는 VR을 체험하기 위해서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HMD)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사실은 가장 위험한 기기입니다. VR산업을 HMD로 연결시키는 것도 굉장히 위험합니다. VR의 궁극적인 기술 달성은 인간의 '오감(五感)'을 사용하는 것인데 HMD는 단순히 시각만 사용할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시야까지 차단해 사고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린이들이 HMD를 사용하는 사례도 본 적이 있습니다. 보통 6세까지 입체인지 능력이 형성되는데 그 전에 HMD를 착용해 사용하기 시작하면 입체인지 능력이 떨어집니다. 7세부터 18세까지는 급속 성장기로 머리도 커지고 눈동자 간격도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그 사이에 HMD를 착용하기 시작하면 자칫하다 사시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만큼 장시간 사용이 위험한 기기이기 때문에 최근에 나오는 콘텐츠들이 모두 15분 이상을 넘어가지 않습니다. 만약 이 HMD를 대체하지 못하면 3D TV처럼 역사속으로 묻힐 수도 있습니다.

Q. VR이 HMD라는 인식이 생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VR이 처음 나온 것이 30여년 전입니다. 그 당시에는 HMD가 1억5000만원쯤이었습니다. VR에 사용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그래픽 워크스테이션은 5억원, 3D사운드 스피커는 7000만원이었습니다. 당시에 7억원이 넘는 VR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연구소 밖에 없었으니 기술이 발전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약 5년전 HMD 개발업체인 '오큘러스'를 신규 사업 확장을 위해 페이스북이 인수했고 이를 지켜보던 삼성도 여기에 뛰어들어 적극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래창조경제 혁신센터에서 HMD를 실착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이러한 연쇄 반응으로 HMD가 마치 VR의 미래를 구현할 것처럼 인식이 굳혀졌습니다. 

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며 곡면스크린 확대 등 여러 가지 해결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 사진제공=(사)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
▲ 사진제공=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
Q. 해외 VR 시장과 국내 VR의 차이점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기술은 완성단계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아이디어, 즉 콘텐츠 싸움입니다. 가까운 나라인 중국과 비교할 때 다행이도 우리나라가 창의력 있는 콘텐츠들이 더 다양합니다.

중국은 여전히 공산주의이기 때문에 모든 콘텐츠들에 대한 검열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어느 나라보다 강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선택한 것이 자신들의 하드웨어에 한국의 콘텐츠를 함께 판매하는 전략입니다.

이러한 점을 이용하면 국내 콘텐츠 개발업체들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중국내에서 사드 보복 때문에 게임산업 진입은 사실상 불가한 상황인데 VR은 규제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Q. 국내에서도 VR산업에 대한 법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규제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VR 콘텐츠 개발업체들은 국내에서 테마파크 등의 사업을 시작할 때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VR 테마파크에 대한 영업허가를 받으려면 오락시설이나 유원시설로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오락시설과 유원시설에는 정부의 심의를 통과한 제품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VR 콘텐츠를 갖고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찾으면 유기기구로 가라고 하고, 유기기구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알아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VR콘텐츠를 할 수 있는 테마파크를 게임의 한 카테고리로 판단할 것인지, 관광진흥법으로 판단할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된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정부가 VR 산업과 관련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VR은 신흥사업입니다. 규제도 없고 시장도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형평성을 따져서도 안된다고 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미 VR 산업과 관련한 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별도의 법안에서 자유롭고 다양한 형태의 VR 산업을 확장시키다보면 이용자들을 보호해야 할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 때 새로운 룰을 만들고 규제를 만들어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개발되지 못한 기술들이 남아있고 미래의 불확실성까지 고민하며 법을 제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 틀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기술을 적용한 디바이스들이 나오기 시작할 때 어떤 규제를 적용할지 차차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Q. 업계에서는 VR 산업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VR산업의 발전을 위해 향후 협회의 행보를 알고 싶습니다.

==우리는 자본 유입과 시장 형성, 두가지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합니다. 이르면 내년초 중국과 함께 '한중 VR 펀드' 조성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중국의 하드웨어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시도입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투자를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중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결론적으로 한국 시장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콘텐츠 개발업체 중 한 곳이라도 상장될 경우 막대한 자금이 몰릴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3년 이내 VR 산업이 국내에서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김동현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장은

1999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게임종합지원센터 소장을 지냈다. 세종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사이버텍홀딩스 기술연구소 소장, 푸토엔터테인먼트 가상현실 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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