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송가영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가 임박했지만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정부마저도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출시하더라도 모빌리티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카풀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카풀은 목적지가 동일하거나 같은 방향인 운전자들이 한 대의 승용차에 동승한다는 의미다. 카풀앱은 동승자를 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택시업계서 이 서비스 형태가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예정대로 출시하지도, 사업을 접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알선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출퇴근시 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지만 '시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이를 두고 전국법인택시조합과 개인택시조합이 카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카풀앱 운영을 두고 현행법 위반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카풀 사업은 '개인 차량'으로 유상 운송을 하는 형태라는 지적이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측은 카풀 서비스로 이용자들에게 이동수단 선택지를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기 어렵지만 현재 출퇴근 시간 카카오T로 택시를 호출하고도 장시간 기다리는 이용자들이 다수"라며 "출퇴근 시간에 택시에 대한 수요는 연일 증가하는데 공급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는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카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이용자 대상 중복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약 70%가 출퇴근 시간 카풀 서비스를 이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응답자 중 50%는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어 굳이 이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가 일자리를 뺏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에 정해진 대로 출퇴근 시간 운영 방식을 지키고 승차 횟수도 제한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양측의 골은 깊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운영 시간과 방식 등에 대해 제대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카풀 사업 문제를 포함해 규제혁신을 위한 토론을 벌여왔다. 위원회는 택시업계에 40차례에 가까운 대면, 유선회의를 관련 논의에 참여해줄 것을 거듭 호소했다.
설상가상으로 택시업계는 지난달말부터 카풀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나섰다. 여기에 서울시가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의 24시간 영업 행위를 불법으로 판단하고 경찰에 고발하면서 택시업계의 반대에 힘이 실렸다.
이러한 상황으로 당초 이번달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기사 사전모집 시행도 불투명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 중계 플랫폼으로서 이용자들의 니즈(Needs)를 반영해 카풀이라는 새로운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택시업계의 일자리와 수익을 빼앗으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속적인 설득 작업에도 택시업계는 반대로 일관하며 국회에 앱 통과를 금지하는 관련법을 제출했다. 택시산업에 관심을 표하고 있는 SK텔레콤과도 손을 잡았다. SK텔레콤의 T맵택시를 이용함으로써 기존의 카카오T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 방안을 찾지 못하면 투자자들을 모두 해외 모빌리티 시장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해외 기업들이 어부지리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모빌리티 시장에는 미국의 '우버', 중국의 '디디추싱', 싱가포르의 '그랩', 인도의 '올라캡스'가 각 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디디추싱에 180억원을 투자하며 모빌리티 시장 확대에 나섰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우버, 디디추싱, 그랩 등에 통크게 투자해 '글로벌 연합군'을 구축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투자대상 또는 모빌리티 사업 파트너로서의 고려대상에서 한국업체들은 한 발 밀려나있는 상황이다.
소프트뱅크는 1조원을 들고 한국의 모빌리티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렇다 할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결국 발길을 돌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국토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중재역할을 해야 할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 여파로 모빌리티 관련 규제개혁 논의를 뒷전으로 미루면서 일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풀 사업을 시장에 먼저 진입시키고 이후에 규제 방안을 찾아도 늦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먼저 우버를 적극 도입한 후 교통량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하며 시장을 안정적으로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길어질수록 국내 모빌리티 산업은 성장하지 못한다"며 "당장 디디추싱이 제주도에 시범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하면 국내에서 시작도 못한 모빌리티 스타트업들과 기업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가 꼽은 규제개혁 핵심과제에도 차량 공유 서비스 허용이 포함돼 있다"며 "국토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고 규제를 마련해 국내 기업들이 모빌리티 시장 선점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