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간 어느 한 앨범도 소홀히 한 적 절대 없습니다. 저는 팬을 좇아 음악을 하지 않았습니다. 내 음악을 해왔고, 그래서 29년을 해왔습니다. 팬들과 함께, 젊게 늙어가길 바랍니다"
이승환이 속내를 털어놨다. 공연이나 음악에 대해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은 물론, 입을 열기엔 다소 예민할 수 있었던 최근 일각의 논란에 대해서도 말했다. 팬을 넘어 골수 팬을 칭하는 '빠'들 앞이기에 가능했다.
뮤지션 이승환이 9월 8일과 9일 양일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빠데이X2: 너만 오면 돼' 공연을 마쳤다. 최근 발표한 신곡인 '너만 들음 돼'를 살짝 바꿔 '너만 오면 돼'라는 제목으로 공연 부제를 지었으나, 그 '너'가 얼마나 많았던지 양일 공연 객석은 빈틈 없이 들어찼다.
이승환은 이런 팬들의 우려를 알고 있었는지 "기록 경신에 의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관 문제로…"라면서도 "하지만 올해는 연이틀 도합 10시간이 넘는 공연을 할 예정이다. 전 세계 이렇게 하는 가수는 나밖에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결론은 양일 도합 순수 공연시간만 총 12시간17분, 4번의 앵콜 포함 총 114곡을 불렀다. 그야말로 괴물같은 체력과 성대다. 단독 공연시간 기록은 수립하지 못했지만 연이틀 최고의 목상태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8일 공연에서 너무 목을 아끼지 않아 다음날 공연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닌가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사실 이번 '빠데이X2: 너만 오면 돼'는 이날 관객들인 '빠'들에게 있어선 색다른 공연은 아니었다. 발라드 위주의 '온리 발라드' 공연이 1부에, 화려한 볼거리로 채워진 '공연의 끝: HIGH END'가 2부에 배치됐다. 어지간한 '빠'들은 이 두 공연에 가봤기에 공연 구성은 색다를 것이 없었지만, 다시 볼 수 없는 주옥같은 공연을 복습해본다는 의미에서도, '빠데이'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승환의 멘트도 모두 '빠'들에겐 선물같은 것이었다.
작은 규모의 공연장임에도 불구하고 이승환은 무대 규모를 축소하거나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14인조 스트링 팀과 색소포니스트, 코러스 2인과 이승환 밴드가 모두 참여한 것은 물론, 주경기장에 들어갈 법한 규모의 조명 물량을 투입하고, 자신이 개인 소유한 각종 레이저와 특수효과 장비들을 전량 투입해 되려 작은 규모에 이승환의 공연 노하우가 고밀도로 집약돼 있음을 확인케 했다.
대규모 공연에서 해왔듯이 곡 콘셉트에 맞춰 무대를 계속 전환하기도 했다. 이승환 소속사 드림팩토리 측에 따르면 이번 공연의 작업 난이도가 높아 국내 최고의 스태프들이 참여한 것은 물론, 이승환 역시 관객 돌발 사태에 대비해 40명이 넘는 진행요원을 배치시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음향덕후'라는 이승환의 별명처럼 공연장 음향 역시 장내 어디에서도 완벽한 사운드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승환은 자신감 넘치는 말과 함께 공연 콘셉트라고 할 수 있는 SNS 해시태그 주제를 '#나만 할 수 있다', '#우리만 할 수 있다', '#빠데이' 등이라고 얘기해 큰 환호를 받았다.
이승환은 공연 초반부터 최근 자신을 괴롭혀온 정치·사회적 사안과 주변인에 대한 언급을 했다. 그간 SNS에서도 되도록 말을 아껴왔지만, '빠'들 앞에선 거짓 없이, 가감 없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물론 '빠'들 앞에서 얘기한 것이고, 이승환 본인이 "우리끼리만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기에 내용은 전달하지 않는다. 다만 이승환이 그간 많은 오해 속에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비록 가수라곤 한 명 밖에 없고, 직원 두 명 밖에 없는 회사지만, 한국에서 떳떳하고 정의롭고 정직하게 운영한 최초의, 최고의 기획사입니다"
드림팩토리에 대한 자신감을 이렇게 표현한 이승환은 "내년이 데뷔 30주년이다. 내년에도 조그만 공연장에서 공연한다면 속상할 것 같다"고 못내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응원해주신다면 내년에 최고의 인생공연 만들어보도록 하겠다"고 팬들을 독려했다. 또 "내년엔 폴투플라이 후(Fall to Fly-後)편 나와야 한다"고 새로운 앨범을 예고해 환호를 자아냈다.
이날 '빠데이X2: 너만 오면 돼'는 단지 6시간 가량의 공연이 연이틀 이어졌다는 말로 표현하긴 부족해보인다. 이승환은 멘트 외에도 노래를 통해 '빠'들과 교감했고, '빠'들과 대화했다. 그야말로 '너만 오면 돼'라는 공연을 통해 '너만 들음 돼'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나이 많은 이들을 다 '어른'이라 부를 수 없는 사회에서 "제일 나이 들면서 갖고 싶었던 것은 통찰력이었다. 그러려면 지혜와 지식이 잘 어우러져야 하는데 아직 부족한 것 같다", "가르치려 하지 않고, 타이르듯 얘기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스며들듯이, 내 삶의 목표나 생각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내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생기길 기다린다"고 말하는 이승환은 가요계의 '어른'으로 불릴 만 하다.
비록 "오늘 좀 내가 많이 칭얼댄 것 같다"며 어린 모습을 보여도 괜찮다. 이승환이 말했듯 "그만큼 기댈 수 있는 여러분이기에 그랬던 것"이기에. 그래서 이날 이승환의 칭얼댐을 받아준 관객들은 그냥 '팬'이 아닌 '빠'이기에. 그래서 이날이 '빠데이'였기에.
(본 공연리뷰에 대해 아티스트나 기획사 측에서 알려지길 원치 않는 내용이 있다는 의사를 표할 경우 즉시 일부 내용 삭제를 포함한 리뷰 수정에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본 공연리뷰 작성에 있어서 별도의 프레스를 제공받지 않았음을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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