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아주리 군단 '피를로'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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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아주리 군단 '피를로'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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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용(오른쪽에서 두번째)
▲ 기성용 (오른쪽에서 두번째)
[컨슈머타임스 조규상 기자]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의 정석을 보여주며 파울루 벤투감독의 데뷔전 승리를 이끌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대표팀은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에서 이재성, 남태희의 득점을 앞세워 2-0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에서는 남태희가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지만, 뒤에서 묵묵히 승리를 이끈 숨은 주역 기성용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기성용은 이날 정우영과 함께 4-2-3-1 전형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안정적인 수비와 더불어 정확한 롱패스를 뿌려대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도 담당했다.

선제골 역시 기성용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전반 32분 기성용이 후방에서 정확하게 뿌려준 공이 남태희에게 직접 연결됐고, 다급해진 코스타리카 수비수 감보아가 남태희를 잡아채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그리고 이 페널티킥은 이재성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기성용은 전반 45분을 뛰면서 안정적인 경기조율을 통해 한국 대표팀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이끌어냈다. 기성용이 뛴 전반전 점유율은 한국이 코스타리카에 65대35로 크게 앞섰다.

이처럼 아직도 중원의 핵인 기성용은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후 대표팀 은퇴를 고려했다. 우선 30대에 접어들면서 축구선수로서 서서히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또한 러시아 월드컵에서 자신이 출전한 경기가 모두 패하고, 마지막 독일전 승리의 순간에는 부상으로 뛰지 못하면서 기성용에 대한 입지가 좁아지는 분위기였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주역이자,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2015 AFC 아시안컵 준우승 등 수많은 대회에서 대표팀 중원을 이끈 기성용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대로 쓸쓸히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모든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기성용은 역시 기성용이었다. 마치 '유로 2012'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한 레지스타(이탈리아어로 연출가) 안드레아 피를로처럼 말이다.

피를로는 이탈리아 유니폼을 입고 2002년 '유로 2004 예선' 아제르바이잔전에서 데뷔해 2015년까지 통산 116경기를 뛰며 이탈리아 대표팀 중원의 핵으로 군림했다. 이 기간 동안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브론즈볼을 수상했으며, '유로 2012'에서는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피를로에게도 영예로운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피를로는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이 조별리그 꼴찌로 탈락 하는 순간을 함께했다. 피를로는 개막을 앞두고 치렀던 멕시코와의 친선경기 도중 왼쪽 종아리를 다쳐 조별리그 2경기를 결장했고 마지막 슬로바키아전에서는 후반 교체 투입된 것이 전부였다.

이후 그는 내리막길을 타며 '한 물 갔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했던 33세 나이에 출전한 '유로 2012'에서 그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이탈리아 대표팀을 결승까지 끌어올렸다. 결승전에서 비록 스페인에 0-4로 패했지만 그가 대회기간 보여준 활약만큼은 찬사를 이끌어 내기 충분했다.

기성용과 피를로는 플레이스타일에서도 닮았다. 둘 다 수비형 미드필더이면서 딥-라잉 플레이메이커이다. 이들은 수비진 앞에서 공수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담당한다. 수비할 때는 상대팀 공격이 시작되는 길목을 미리 선점하고, 공격으로 전환할 때는 측면과 중앙 중 공격이 용이해 보이는 쪽으로 공을 보낸다. 때로는 과감하게 문전으로 침투하는 동료에게 장거리 어시스트도 하고, 공간이 보이면 중거리 슈팅도 때린다.

벤투 한국 대표팀감독은 기성용에 대해 "기술력이 평균 이상이다. 볼 전환 능력이 정확하고 좋다"고 평가했다.

기성용은 이제 피를로가 그랬듯이 다시 일어나 내년 1월 열리는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멋진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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