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영의 뷰티플] 친환경 역행하는 화장품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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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영의 뷰티플] 친환경 역행하는 화장품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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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송가영 기자] 유통업계에 부는 '친환경' 열풍에 화장품 업계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내 주요 화장품 업체가 운영하고 있는 공식 온라인몰과 직영샵 등에선 아직도 불필요한 포장관행이 여전하다. 한 손에 잡히는 작은 화장품 하나와 샘플 2개를 포장하면서 성인이 한 손으로 들기 어려운 크기의 택배 상자를 이용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내부 포장도 제품이 비닐 에어캡으로 둘둘 말려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제제기도 줄을 잇고 있다. 한 소비자는 "올해 발생한 쓰레기 대란으로 유통업계가 친환경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품에 맞지 않는 크기의 박스를 보내는 관행은 여전해 너무 낭비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5월 우리나라는 쓰레기 대란으로 플라스틱 등 재활용과 전쟁을 벌였다. 대란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 7월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중단한 조치에 따른 결과다.

재활용 업체들이 폐비닐과 플라스틱을 수거하지 않자 아파트, 주택 등을 구분하지 않고 재활용품들이 굴러다니기 시작했고 제대로 분리하지 않은 재활용품들 사이에서는 심한 악취까지 풍겨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재활용 쓰레기 배출량을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경우는 재활용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도 배출량이 많은 편에 속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t이다. 미국은 93.8t이고 일본은 65.8t으로 우리나라와 두 배 차이가 난다. 특히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일회용 컵, 비닐봉투, 화장품 케이스 등 플라스틱 배출량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물론 유통업계가 지금까지 친환경 대책을 시행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일부 업체에서는 제품을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물에 녹는 스티로폼 충전재,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충전재로 에어캡 사용을 줄이는 노력들을 기울여 왔다. 포장 또한 주문한 제품에 맞게 크기를 조절해 불필요한 폐지 배출을 최소화해왔다. 

화장품 업계도 완제품에 대해서는 친환경 대책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식물유래 포장재와 잉크를 사용하거나 공병 수거 캠페인, 쉬운 재활용을 위한 용기 확장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유통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박스 포장지 크기구분은 커녕 그 흔한 물에 녹는 완충제나 재활용이 쉬운 종이 완충제 사용을 시도한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른 업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대책들과 비교할 때 눈에 띄는 행보도 보이지 않고 있다. 커피점에서는 일회용컵은 물론 빨대조차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친환경 정책에 협조하고 있다. 반면 화장품업계는 여전히 기존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 

온라인몰을 이용해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화장품 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이어진다면 정부와 타 유통업계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폐지와 폐비닐 배출량은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화장품 용기에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화장품 업계는 정부 눈치만보며 기존의 친환경 대책을 쥐어짤 것이 아니라 대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유통과정 전반을 세심히 살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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