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큰 기둥같은 존재" 이왕표 별세에 하늘만 바라본 프로레슬러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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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큰 기둥같은 존재" 이왕표 별세에 하늘만 바라본 프로레슬러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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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이왕표 한국프로레슬링연맹 총재(사진=김종효 기자)
▲ 고(故) 이왕표 한국프로레슬링연맹 총재(사진=김종효 기자)
[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쓰러지지 않을 것 같던 한국 프로레슬링의 거목, 이왕표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이왕표의 제자 및 동료들은 하나같이 허탈해했다.

9월 4일 별세한 고(故) 이왕표 한국프로레슬링연맹(WWA) 총재(이하 직함 생략) 빈소가 꾸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영면을 비는 조문객들 발걸음이 이어졌다.

셀 수 없을만큼 많은 조화는 고 이왕표가 그간 살아온 발자취는 물론,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챙겼는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탤런트 조형기나 방송국 및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낸 조화도 많았지만, 고 이왕표가 생전 받은 사랑에 대한 나눔을 실천했던 사회봉사 단체, 장애인 단체 등의 조화 역시 눈에 띄었다.

이왕표 사망 소식이 알려진 4일, 정신없는 가운데서도 가족과 함께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이한 이들은 바로 이왕표와 링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한 제자 등 동료들이었다. 생업에 종사하기도 바쁜 가운데 스케줄을 다 취소하고서라도 한달음에 달려온 노지심, 남태령, 홍상진, 김종왕, 임준수, 김민호, 조경호 등이 프로레슬링 관련 조문객들을 안내했다.

▲ 노지심 한국프로레슬링연맹 대표(사진=장태현 작가 제공)
▲ 노지심 한국프로레슬링연맹 대표(사진=장태현 작가 제공)
특히 한국프로레슬링연맹 대표이자, 고인과 긴 세월을 함께 한 노지심은 선수 측 상주를 맡아 조문객들의 손을 맞잡으며 슬픔을 함께 나눴다. 노지심은 이왕표의 임종 순간 곁을 지키기도 했다. 노지심은 조문객을 맞이하다 때때로 밖으로 나가 허망한듯 하늘만 바라보기도 했다.

오후 늦게 빈소에서 만난 선수들은 대부분 마음을 달래고 침착한 모습이었지만, 고 이왕표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땐 먹먹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 홍상진 한국프로레슬링연맹 부대표 겸 선수(사진=장태현 작가 제공)
▲ 홍상진 한국프로레슬링연맹 부대표 겸 선수(사진=장태현 작가 제공)
WWA 부대표이자 프로레슬러 홍상진은 "(이왕표 별세 소식에)깜짝 놀랐다. 20일 전만 해도 함께 식사하고, 열흘 전만 해도 '괜찮다'고 하셨다"며 "그런데 항암치료 받고 며칠 있다가 돌아가시고… 이게 진짜인지(실감이 안난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1994년부터 인생의 거의 절반을 이왕표의 곁에서, 이왕표와 함께 했던 홍상진은 "고인과 매우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이 추억"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홍상진은 "고인의 별세는 안타깝지만 다르게 보면 이제 남은 선수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아직도 커 나가고 있는 선수들이 더 잘되게, 똘똘 뭉칠 수 있게 형님으로서 이끌고 싶다"며 "고 이왕표 회장님보다 잘할 수는 없겠지만, 회장님 못지 않게 잘하도록 하겠다. 회장님이 하늘에서 보고 계실 테니까"라고 굳은 다짐을 했다.

▲ 김민호 선수(사진=장태현 작가 제공)
▲ 김민호 선수(사진=장태현 작가 제공)
김민호와 조경호도 침통한 모습이었다. 임종을 함께 하진 못했지만 이날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들을 챙기는 등 막내라인의 역할을 했다. 

김민호는 "지난 1일 입원 소식을 접하고 많이 놀랐다. 항암 치료를 받으며 고인이 너무 고통스러워 해 내가 다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민호는 "병원서 상태가 심각하다는 소식을 접한 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어떻게 아름다운 마지막을 만들어 드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었다. 또 한국 프로레슬링의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이 됐다. 많은 선수들이 만나 회의를 하며 단합을 다짐했다"고 밝혔다. 

김민호는 전날 병원에서 이왕표의 상태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 잠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3시간도 채 못 자고 아침부터 병원으로 한달음에 달려와 빈소를 지켰다.

고 이왕표는 어떤 존재였냐는 물음에 김민호와 조경호 모두 약속한듯 하늘을 바라봤다. 잠시 후 침묵을 깬 김민호는 "아버지같은 존재였다"고 답했다. 김민호는 "팬이기도 했고, 좋아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내가 속상하게 해드리기도 했다. 우리가 부모님께 그러듯… 정말 아버지와도 같은 분이었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 조경호 선수(사진=조형규 기자 제공)
▲ 조경호 선수(사진=조형규 기자 제공)
조경호는 자신이 이왕표의 프로레슬링 후배나 제자 이전에 그의 팬이었다고 고백했다. 조경호는 "나는 어디 가서 늘 '내가 최고'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그렇게 얘기할 때는 늘 믿고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이왕표는 그런 점에 있어서 늘 든든했던, 가장 큰 기둥이었다"고 말했다. 

조경호는 고인과 함께 한 여러 순간 가운데 지난 5월 5일 WWA 대회를 준비할 당시 의견이 엇갈려 고인과 언쟁을 했던 당시와, 이 대회 후 자신을 토닥여준 고인의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고 말했다. 

조경호는 당시 김민호와 극동 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걸고 명승부를 펼쳐 국내 프로레슬링 경기 수준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당시 경기에서 승리해 극동 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김민호도, 패배했지만 부상을 입은 가운데서도 월드 클래스급 경기를 펼쳤다는 호평을 받은 조경호도, 경기 후 여러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이왕표는 울고 있는 조경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조경호는 "내가 힘들 때 내 어깨를 두드려주신 분이다. 반대로, 나는 그 분(고 이왕표)이 힘들 때 그렇게 해드렸는가 하는 후회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경기 이후 고인에게 처음 칭찬을 받았다. 이제 처음으로 인정 받았다고 생각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경호는 "(고 이왕표가)많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존재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민호와 조경호는 이런 가운데서도 자신들이 막내의 역할, 젊은 피의 역할을 더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이대로 한국 프로레슬링이 더 침체되면 안된다. 고인이 힘든 가운데서도 은퇴라는 결정을 함부로 내리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이제 우리가 지켜야 된다"며 "물론 우리만 잘한다고, 우리만 튀어 보인다고 되는게 아니다. 어설프지 않게, 제대로 화합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2013년 암 판정 후 세 번의 담도암 수술을 거쳐 그간 꾸준히 건강 관리를 해온 이왕표는 최근 거의 완치된 것으로 보일 정도로 건강이 좋아진 모습이었다. 지난 4월 말 컨슈머타임스와 인터뷰 당시 이왕표는 "병원에서 5년 정도 지나서도 이 정도로 건강하면 어려운 순간을 넘긴 거라고들 했다. 올해가 5년째"라며 좋아진 건강에 뿌듯해했다. 하지만 너무 맹신했을까, 혹은 과한 관리였을까. 최악의 더위가 찾아온 올 여름, 무리한 관리는 되려 암이 재발하는 결과를 낳았다. 거의 완치된 줄 알았던 암은 뇌로 전이됐다. 이왕표는 결국 4일 오전 눈을 감았다.

이왕표 빈소는 서울 현대 아산병원에 마련됐다. 일반인 조문도 가능하다. 발인은 8일, 장지는 일산 창하공원이다.

WWA는 오는 10월 대회를 앞두고 있었다. 당초 노지심 은퇴식 중심으로 하는 대회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이왕표 추모 대회의 형식으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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