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응의 펜촉]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이게 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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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응의 펜촉]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이게 최선인가
  • 박준응 기자 pje@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08월 31일 0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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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박준응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6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총수 일가가 지분 20%를 보유한 상장·비상장 기업을 포함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이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231곳에서 607곳으로 대폭 늘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승계나 총수일가 사익편취는 반드시 근절해야 할 '사회악'이다. 하지만 이번에 공정위가 내놓은 규제 방향성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개정안을 통해 강화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기준을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으로 보기 어렵고 기준 자체도 획일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로 인해 보조적인 사업을 주로 수행해 구조적으로 계열사 간 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는 A/S 서비스, 유통, 보안, 정보시스템(SI) 등 계열사까지 일률적으로 규제대상에 포함됐다. 심지어 LG 트윈스 등 대기업이 사회 환원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 구단까지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이에 국내 기업집단 특성상 계열사 간 시너지를 위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업의 경우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과정서 이미 계열사 간 거래관계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예를 들어 화학업체의 경우 원자재 확보부터 중간재, 최종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거나 정제·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다른 계열사와 거래하는 등 사업효율을 높이고자 노력하다 보면 관련 계열사와 이해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다.

공정위 압박에 지주사 체제로 개편한 기업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주사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을 수밖에 없어 지주사 산하 비상장 자회사 대부분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총수일가 지분율을 일률적으로 20% 이하로 낮춘다고 해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승계나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모두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당장 교묘하게 지분율을 29.99%로 맞춰 현 규제기준에만 안 걸리게 해놓고 편법을 일삼는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규제효과가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기업의 경우에도 다시 지분율만 조정하면 돼 근본적인 문제해결이라고 볼 수 없다.

지분율이 어떻든 일감 몰아주기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거래 자체에 대한 부당거래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은 어차피 필요하다는 의미다.

거래 자체가 시장 논리에 따라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진행됐는지, 부당한 가격을 책정하거나 특혜를 준 것은 없는지, 해당 거래로 인해 공정한 경쟁체제가 위협받는지 등을 꼼꼼하게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부당거래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굳이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어 기업 경영활동에 지장을 줄 이유가 없다.

일관성 없는 정부의 스탠스도 문제다. 한 쪽에서는 투자와 고용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강도 높은 규제를 연이어 신설·강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특히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 대부분의 정책에 함의돼 있던 '재벌은 악하고 규제를 통해 범법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식의 강경 일변도의 접근법에 대해서는 이미 각계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쏟아지는 우려를 규제에 따른 의례적인 불만으로 치부하기보다 각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더 나은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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