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시뇨라 사장 부임 후 첫 임단협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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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시뇨라 사장 부임 후 첫 임단협부터 삐걱?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08월 21일 0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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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과 다른 깜깜이 교섭과정에 의구심 커져…실적 부진 속 무분규 타결 힘들 수도
▲ 르노삼성자동차가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깜깜무소식이다. 사진은 르노삼성 부산공장 전경.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취임 후 첫 임금 및 단체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6월 임단협을 개시한 후 지난달 말까지 6회에 걸쳐 실무진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양측은 이 과정에서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 대한 견해를 나누고 교섭안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교섭안에 기본급 인상과 단일 호봉제 재도입 등 요구사항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통상 그간 임단협 기간이 되면 르노삼성 직원들이 있는 블라인드 채팅방에 임단협 관련 정보들이 게재되기도 했는데 올해는 전무하다"며 "현재 교섭안에 대한 조율이 이뤄지고 있어 내용을 공유할 만한 상황이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예년과 다른 깜깜이 교섭양상에 진행상황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최근에는 작년까지 3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록을 세웠던 르노삼성이 올해는 각종 위협요소로 인해 임단협 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르노삼성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노사 양측이 이를 감안한 교섭안을 조율하는데 진통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년 협상을 통해 임금이 오르고 근로자 복지가 향상되지만 실적은 부진해 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기반이 점점 약화하고 있다는 게 근거다.  

르노삼성의 올해 실적부진은 시뇨라 사장의 사업 방침에서 비롯됐다.

시뇨라 사장은 신차를 출시하는데 주력하기보다 기존 출시차량의 국내외 판매 실적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도입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르노삼성의 상반기 국내외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7.3% 감소한 12만6018대로 집계됐다. 이중 수출량은 QM6, 닛산 로그의 증가세에 힘입어 2.5% 증가한 8만5098대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내수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22.6%나 감소한 4만920대에 머물렀다.

시뇨라 사장의 올해 신차 출시 전략도 기대 이하 성과를 냈다.

시뇨라 사장은 SM5를 제외한 세단 시리즈의 후속모델을 올해 개발해 내년 생산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대신 올해는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모은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지난 5월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 7월까지 2개월여 기간동안 판매량은 1700대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차량 가격이 비싸고 소형차나 해치백 모델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다.

작년 임단협에서 노사 양측 간 입장차가 심화해 노조가 부분 파업 직전 단계까지 이른 전력 또한 올해 임단협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에 힘을 싣는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8월 파업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조합원의 90%(2090명)가 찬성해 가결됐다. 다행히 실제 파업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칫 무분규 타결 기록이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노사 갈등의 주요 원인은 조합원 임금이었다. 노조는 작년 사측에 기본급을 15만원 이상 올리고 성과급을 기본 500만원에 200% 더해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교섭안을 내놓았다. 르노삼성이 2016년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한 점을 감안한 요구사항이다.

하지만 사측은 전년도에 비해 실적이 올랐다고 3배 이상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대치했다. 결국 노조가 파업을 단행하기 직전 사측이 추가 협상안을 제시해 교섭이 재개됐고 합의안을 도출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역대 최다 판매기록인 27만6808대를 달성했다. 내수 실적은 전년 대비 9.5% 감소해 부진했지만 수출량이 전년보다 20.5%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업계선 노조가 올해 임단협서 작년 호실적을 근거로 지난 임단협 때보다 향상된 수준의 요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올해 실적부진에 방점을 찍은 사측과 마찰을 빚을 소지가 다분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작년에 이어 지난 상반기에도 100%에 가까운 가동율을 보이며 원활한 생산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근로자들이 잔업과 특근을 도맡아하며 바쁘게 작업하고 있는 점을 안정적인 기업 운영의 신호로 보고 더 나은 처우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시뇨라 사장이 르노삼성 경쟁력의 원천인 노사 화합을 지속하기 위해 무분규 협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 시뇨라 사장이 앞서 내놓은 중장기 전략을 노조가 수용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쟁심화로 국산차업계 전반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 감정을 잘 활용해 노사가 서로를 이해하고 힘을 합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혜안이 르노삼성에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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