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자본확충 해외서 국내로 눈돌린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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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자본확충 해외서 국내로 눈돌린 배경은
  • 장건주 기자 gun@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08월 21일 0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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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해외 발행금리 부담…영구채 발행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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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건주 기자] 현대해상(대표 이철영·박찬종)이 자본확충 무대를 해외에서 국내로 옮기기로 했다. 당초 우량한 글로벌 신용등급을 보유해 해외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해외 채권금리 상승 등 발행 조건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현대해상은 지난달 말 열린 이사회에서 이르면 이달 말에서 늦어도 내달 중에는 국내에서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현대해상은 하반기 목표로 5억달러(55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해외에서 발행할 예정이었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현대해상의 기업 신용등급을 'A'로 올려잡았다. 영구채 발행금리가 발행회사 신용등급에 따라 책정되기 때문에 현대해상은 금리 측면에서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해외 채권 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등 발행 조건이 악화되면서 커진 금리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영구채는 발행회사가 청산하면 투자자가 원리금을 돌려받는 순위가 뒤로 밀리는 후순위 채권의 성격을 띠어 통상 일반 회사채보다 신용도가 낮고 금리가 높다. 일반적으로 선순위 채권에 비해 1~2단계 낮은 등급과 같은 수준에서 금리가 형성된다.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더욱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 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가산금리 또한 높아진 상황이다. 올해 들어 한화생명과 KDB생명이 해외 영구채를 발행했고 신한생명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올해 초까지 연 4% 중반대를 기록하던 발행금리는 최근 6% 후반에서 7%대까지 높아졌다. 지난 4월 한화생명이 해외 영구채를 발행할 때 금리가 연 4.7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세 달여 만에 2%포인트 이상 올라간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비교적 우량한 글로벌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보험사들 또한 영구채 발행에 신중해진 분위기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10억달러 규모의 해외 영구채 발행을 잠정 보류했고 신한생명도 3억달러 규모의 해외 영구채 발행 계획을 재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달 31일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19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현대해상을 비롯한 보험사들이 영구채 발행 무대를 국내로 옮기는 것은 금리 문제만 해결한다면 영구채가 현재 보험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영구채는 만기 5년 전부터 매년 20%씩 자본 인정액이 줄어드는 후순위채와 달리 발행액 전액을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지급여력(RBC)비율을 계산할 때 분자에 해당되는 가용자본이 그만큼 늘어나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현재 비교적 발행금리 부담이 적어진 국내 시장을 택해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현대해상의 올해 2분기 기준 RBC비율은 182.4%로 이번 영구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업계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으로 보는 200%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우선 투자 수요를 확인하기 위해 사모 방식으로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많으면 공모 방식으로 추가 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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