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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의 요리조리] ‘탁상행정’ 일회용 컵 단속에 현장은 아수라장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기사 출고: 2018년 08월 06일 오전 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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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잠깐만 마시다 갈 건데 그냥 일회용 컵에 주시면 안돼요?”

그야말로 카페 알바생 수난시대다. 왜 갑자기 일회용 컵은 안되냐는 고객과 음료가 남으면 나갈 때 옮겨주겠다는 알바생이 옥신각신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스 음료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에는 자연스럽게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늘어나는데, 정부가 이를 단속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방침을 발표했다.

16개 커피전문점과 5개 패스트푸드점이 환경부 정책에 뜻을 함께 하겠다며 일회용 컵 사용 감축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매장에서는 다회용 컵 사용을 권유하고 텀블러 혜택을 음료 가격의 10%까지 확대하게 됐다. 매장 면적과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리고 약 3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1일부터 지자체가 매장 내 일회용 컵 단속을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계도기간부터 곳곳에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알바생들은 밀려드는 머그컵을 설거지하느라 바쁘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컵을 더 많이 들여놨지만 깨지거나 분실하는 경우가 많아 속수무책이라는 직원들의 증언이 인터넷 상에 빗발치고 있다.

불편한 것은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아이스 음료를 불투명한 머그컵에 제공 받는 것도 께름칙한데, 우유 비린내가 가시지 않거나 휘핑크림 찌꺼기가 뭍은 경우가 많아 불쾌하다. 3개월간의 계도기간이 충분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매장에서 단 1명이라도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모습이 담당 공무원에게 발각될 경우 과태료를 물린다는 것 자체가 ‘탁상공론’이라는 지적도 터져 나왔다.

일회용 컵을 쓰겠다고 우기거나 테이크 아웃이라고 말해놓고 그냥 매장에서 마시는 경우에도 과태료가 부과되는 촌극도 빈번하다. 모든 책임을 점주가 지는것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막무가내로 일회용 컵을 요구하는 진상 고객은 안 받으면 된다는 식의 황당한 지침은 점주는 물론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기에도 부족했다.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는 초기에는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지만 이번 경우는 시작부터 결점투성이였다.

처음부터 ‘사용 자제’가 아니라 맹목적으로 ‘사용 금지’를 관철하려다 보니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청취 노력이 부족했다고 보여진다.

환경부는 계도기간 마지막 주인 지난달 26일, 자발적 협약을 맺은 21개 업체와 간담회를 가졌지만 이 때도 해결된 내용은 없었다.

혼란의 정점은 본격적인 단속일자를 이전 계획보다 하루 미룬 8월 2일로 변경한 것이다. 1일 오후에서야 전국 17개 지자체 담당자와 간담회를 열고 사용점검 기준 등을 논의했다는 사실은 아마추어 행정의 민낯은 드러낸 행보였다.  

결국 환경부는 “매장 내 사용이 불가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게 이번 정책의 핵심”이라고 꼬리를 내렸다. 또 담당 공무원은 현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태료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2016년 기준 한국인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사용량은 98.2kg으로 전세계 1등이었다. 해안가에 밀려드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생태계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플라스틱 용품 줄이기는거부할 수 없는 전 세계적 흐름이다. 이에 걸맞는 정책 수정과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 동반돼야 성공할수 있는 문제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줄이기에 공감하고 있지만  문제는 방식이다.

지난해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로 한 바탕 홍역을 겪은 환경부가 또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선 보다 심도있는 정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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