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승 이상 차량용 소화기 탑재 의무화 재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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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승 이상 차량용 소화기 탑재 의무화 재추진해야
  • 김필수 교수 perec@naver.com
  • 기사출고 2018년 07월 16일 0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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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관련 주제는 항상 넘치고 관심 있는 분야지만 최근 관심 없이 지나갈 수 있는 내용 하나가 눈에 띠었다. 바로 5인승 이상의 차량용 소화기 탑재 의무화다. 2년 전에 추진하겠다고 하더니 슬그머니 없던 일이 돼 기존대로 하겠다고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리 관심 없는 내용이 될 수 있으나 차량용 소화기는 목숨과도 관계된 비상용품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지난 2017년 국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망자수는 4180명으로 OECD국가 평균의 3배를 넘기고 있다. 올해 초 정부에서 20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항상 하던 외침이어서 이제는 그리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상태로는 사망자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한계가 크다. 그래도 이 사망자 중 비상용품이라도 잘 탑재돼 제대로 사용했더라면 다수의 목숨을 구했을 것으로 확신한다.

국민안전처는 앞서 지난 2016년 국토교통부와 함께 현재의 7인승 이상의 차량용 소화기 탑재 의무화를 5인승 이상의 차량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국토부 관련법에서 국민안전처 소방법으로 이관해 소방안전을 도모하겠다고 야심차게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자동차 전문가의 의견 등을 참고로 해 기존 관행대로 하겠다고 다시 발표했다. 참으로 어이없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소화기 적재공간 부족, 소화기 설치로 인한 차량 중량 증가, 연비영향 등 핑계도 있었고 소화기가 흉기로 작용해 안전에 위협을 준다는 의견도 있었다. FTA로 인한 다른 국가와 무역마찰도 언급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우선 사람 목숨과도 관계된 설비에는 이유가 필요 없다. 특히 최근에 출시되는 소화기는 가볍고 크기도 작다. 공간이 적어도 된다는 의미다. 크기 대비 성능은 좋아져서 디자인도 세련되고 초기 진화에 매우 효과적이다. 무게가 늘어나 연비가 준다는 발상은 기가 막히다. 무게의 이유도 어이가 없지만 공간의 경우도 필요 없이 무거운 옵션만 끼워 판매하는 메이커의 관행이나 비용을 생각하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설치비용도 저렴해 필요 없는 옵션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에코드라이브 운동본부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의 3급 운전으로 약 30% 이상 연료가 과낭비된다는 것을 인지했으면 한다. 필요 없는 물건으로 꽉 찬 트렁크만 정리해도 한 사람 몸무게 저감은 가히 될 것으로 판단된다. 

소화기가 살상무기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은 자동차 전문가의 얘기는 아닐 것이라 본다. 창피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 살상무기가 된다는 것인지, 도리어 대시보드 위에 얹어놓은 물건이 흉기가 되고 안전운전만 하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설득력 있는 이유가 필요하고 명분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자동차 관리법에서 관련 항목을 국민안전처에 뺏기는 국토부의 생각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메이커의 로비에 의하여 비용 부담만 되고 필요한 옵션을 판매하기 어려운 이익률 저하를 고민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화기는 간단한 물건이다. 이 장치의 의무화와 더불어 유리 깨는 비상망치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는 어릴 때부터 배우고 필요성을 느끼고 차량에 다수가 탑재하고 있으며 비상 시 중요한 수단임을 알고 의무 장착이 아니어도 차량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해외 선진국이 의무가 아니어서 우리도 의무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해당 국가의 문화나 시스템을 모르고 단순 비교하는 무지라 판단된다. 차량에 화재가 날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사진 찍거나 구경하느라 교통체증이 발생하지만 해외 선진국은 너도나도 하나씩 소화기를 꺼내서 함께 소화하는라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   

연간 국내에서 발생하는 차량 화재는 5000건이 넘는다. 하루 평균 13건 이상이다. 한두 번은 운전하면서 볼 정도로 많다. 또 위험하다. 단순히 부동산 다음으로 큰 재산상의 손실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고다. 

특히 다른 화재와 달리 자동차 화재는 유류로 인하여 화재 확대가 빠르고 크며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만큼 초기 진화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소화기와 비상 망치는 트렁크가 아닌 비상 시 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운전석 주변 설치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비상용품의 의무 비치는 고사하고 면허 취득 때 비상조치의 방법 등 교육 자체도 없고 전혀 모른다. 관련 교육도 없고 비상 장비 의무화도 돼 있지 않다. 관련 사고가 나면 운에 맡기고 재수 없으면 죽는 것이다. 후진국의 전형이다. 

지금의 의무화 과정을 보면서 참으로 어이없고 심각한 책임 회피라 할 수 있다. 방임인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전체를 보는 시각으로 생명 한명 한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깨달았으면 한다. 차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안전이 중요하다. 차량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구한다는 것을 생각하자. 전체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시기다.

당연히 차량용 소화기 탑재 의무화와 비상망치의 탑재는 꼭 재추진돼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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