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기아 쏘렌토, '에바가루'에 발목 잡히나
상태바
잘 나가던 기아 쏘렌토, '에바가루'에 발목 잡히나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06월 20일 09시 21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아차 "장비 무상교체 중이나 유해 여부 불투명"…소비자 "미확인 물질 마시라는 셈"
▲ 기아자동차의 인기 중형 SUV 쏘렌토에서 인체에 유해한 '에바가루'가 나온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소비자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 기아차 쏘렌토에서 인체에 유해한 '에바가루'가 나온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기아자동차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에서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에바가루'가 방출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기아차는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을 키우고 있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현재 기아차로부터 전달받은 쏘렌토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쏘렌토 차량에서 채취한 백색 가루의 성분 분석을 조사기관에 의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 쏘렌토 공조시설 통풍구를 통해 하얀 가루가 날린다는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제기됨에 따라 이번 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들어 보배드림 등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구입한지 1년 안팎 정도 된 쏘렌토 차량에서 백색가루가 발견됐다는 게시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지난 4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쏘렌토 백색가루의 유해 여부 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글이 게시돼 9000명 가량이 참여했다.

현재 성분분석이 이뤄지고 있는 백색물질의 유해·위해성 여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비슷한 전례가 존재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기아차는 앞서 지난해 2월 '올 뉴 쏘렌토' 모델의 공조시설에서 백색가루가 나오는 현상을 인지하고 자체 조사에 나선 결과 대응에 나섰다. 

당시 에바가루는 히터나 에어컨같은 공조시설 내부 구성장치인 열교환기(에바포레이터)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열교환기는 액체 냉매를 내부에 흐르게 해 공기 중의 열을 빼앗아 증발시키면서 임의 온도의 공기를 만드는 과정에 관여한다.

이 장치가 가동되는 과정 중 표면에 처리된 코팅 물질이 산화하면서 에바가루가 만들어진다. 기아차가 채취해 백색가루를 성분 분석한 결과 수산화알루미늄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선 이 성분이 위궤양 치료제에 쓰이고 독성은 약하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미세먼지 입자 형태를 갖춘 에바가루가 인체 기관지에 다량 침투할 경우 호흡기 관련 질환이나 암을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아차는 당시 소비자 우려를 감안해 가루가 발생한 차량에 한해 열교환기를 무상 교체해줬다.

당시 발견됐던 백색가루와 이번에 발생한다고 제보되고 있는 백색가루는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 사이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기아차의 반응은 아직 미온적이다.

기아차는 현재 보유 차량에서 가루가 나타나 장비교체를 요구하는 고객에 한해 무상 교체해주고 있다. 하지만 백색가루가 실제 발생하는 차량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번 이슈에 대해 무감각하거나 인지하지 못한 쏘렌토 차주들은 기아차 조치에 대해 전혀 전달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차가 이 같은 태도를 취하는 건 백색가루가 발생하는 쏘렌토 차량이 일부에 국한된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부정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쏘렌토 판매대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쏘렌토의 지난 1~5월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7.6% 증가한 2만9520대로 집계됐다. 월별 판매대수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시시비비를 가릴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도 기아차의 태도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관계자는 "작년 2월 쏘렌토발 백색가루가 수산화알루미늄으로 판명되면서 해당 현상을 겪은 소비자들에게 열교환기를 무상 교체해주고 장비 납품사인 두원공조에 공정 개선을 요청하는 등 적극 조치했다"며 "이번 사례에 대해서는 일단 현재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면서 국토부의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안일한 대응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실증적·과학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소비자 안전을 보장해야 할 기업으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져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쏘렌토 고객은 "인체에 해로운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우리는 뭔지도 모를 물질을 마셔야 되는거냐"면서 "쏘렌토가 여전히 잘 팔리고 있어 기아차가 문제를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색가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지만 현행법상 백색가루가 추후 유해물질로 판명되더라도 정부 차원의 리콜이 이뤼질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법상 리콜 사유는 자동차의 운행상 안전기준에 부적합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이 있는 등 자동차의 제작결함 사례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위상을 갖고 있는 기아차가 소비자 의견에 더욱 귀기울이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거나 배상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유해물질 판정이 나올 경우 소비자들은 질병 등 피해가 발생했거나 그럴 개연성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 법규상 에바가루에 대한 대처 근거가 미비하고 제조사의 조처도 그들의 의지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소비자를 안심시키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아차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미비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