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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모자를 쓴 아이들

김은상/멘토프레스/1만2800원

우선미 기자 wihtsm@naver.com 기사 출고: 2018년 04월 30일 오후 2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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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우선미 기자]‘진정한 사랑은 헌신을 잉태하며, 헌신은 헌신을 통해서만 불멸에 가닿을 수 있다.’

2018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폭력과 가난을 이겨낸 한 가족의 실재 이야기가 온다.

이 글의 저자 김은상은 자신의 불우했던 가족사를 실재로 재구성하면서 다음처럼 말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뷰를 하는 동안 어머니는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 기억을 더듬는 일은 어머니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이야기의 첫 전개부터 극적이다. “남편을 살해했습니다. 나는 살해를 잘못 발음해서 사랑을 말하는 실어증 환자처럼 매일매일 나를 살해하며 살아왔습니다.” 무차별한 남편의 폭력, 그리고 아이를 낳을 때마다 잇따르는 시련과 고통.

비탄에 젖은 어머니에 대한 지나친 연민으로 인해 자칫, 이야기가 신파조로 흐를 수도 있었지만 작가는 아버지 대 어머니, 2인 화법을 과감히 구사하며 날실과 씨실을 엮듯 어머니와 아버지의 독백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면서 이야기를 완성해 나간다.

소설 곳곳에는 은유와 암시를 상징하는 언어들로 번뜩인다. 특히 ‘간’과 ‘신장’ 등 장기의 일부를 심리표출의 매개로 사용하는 부분은 압권이다.

“간이 비극을 벗어나기 위해 소금을 거부하면 신방이 먼저 우울해졌다. 그래서 내 살아온 삶이 비극을 향해 가는 간이었다면, 아내는 간의 횡포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장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설 속 ‘빨강 모자’는 주인공이 차마 꺼내고 싶지 않았던 봉인된 기억의 상징이다. 폭력과 가난에 시달렸던 어머니가 여섯 살배기 어린 아이에게 폭력을 가하고 그 사과의 의미로 사주었던 선물이며 자신에게는 한없이 부끄러운 아픈 기억이다.

저자는 어릴 적 자신의 가족처럼 지금도 어디에선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어머니가 존재하거나 부모의 학대에 못 이겨 길거리를 헤매고 있을까 걱정한다. 또 무엇보다 ‘폭력의 유전’에 대해 우려한다.

‘빨강 모자를 쓴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폭력과 가난에 노출된 한 가족이 어떻게 이를 딛고 희생해 가는가를 보여주며 진정한 사랑과 용서, 구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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