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통사고 과반 줄이기,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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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교통사고 과반 줄이기, 과연 가능할까?
  • 김필수 교수 perec@naver.com
  • 기사출고 2018년 04월 2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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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오는 2022년까지 현재의 과반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작년 말 기준 연간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약 4190명으로 OECD국가 보다 약 4배 정도 높은 수치다. 구체적으로 1만명당 OECD 평균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약 0.5명 정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9명에 이르고 있다. 이웃 일본의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약 3900명 수준인데 우리보다 차량이 4배 많은 것을 고려하면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과연 정부 말대로 4년간 약 2000명 이상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줄일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니라 할 수 있다. 근본적인 대책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도심지 등에서 최고속도를 10㎞ 이상 줄이고 어린 보호 구역 준수, 고령자 운전자격 등 강화, 운전면허 세분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의미 있는 대책이지만 좀 더 세밀한 알맹이가 빠진 부분이 많아서 한계가 있다. 

이미 예전에도 여러 번 이러한 목표를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했다.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 실질적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교통사고 발생건수나 사망자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운전면허 제도의 회귀 및 강화이다. 우리나라는 8년 전부터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용이한 운전면허 취득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다. 지난 이명박 정부시절 국민을 위한 간소화라는 명분으로 단 13시간 만에 취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운전면허 제도를 구축했다. 

이러다보니 우리보다 훨씬 못한 중국도 우리 정부에 공문을 요청할 정도로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 운전면허가 가능한 국가에서도 우리나라 운전면허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언급까지 나왔다. 일본이나 중국만 해도 교육시간이 기본적으로 50시간이 넘는다. 호주나 독일 등은 정식 면허까지 수년이 소요되며 비용도 많이 든다. 

간소화라는 명분으로 엉망으로 만들었으니 비용이라도 줄여야 하는데 이전과 다름없이 비용은 줄어든 것이 없다. 지금의 제도로 인해 운전면허를 취득해도 실제 운전을 못하니 다시 도로주행을 위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면허가 의미가 없는 후진국 제도로 복귀한 셈이다. 한 번 맛본 쉬운 시험으로 다시 강화한다는 명분도 만들어야 하나 운전면허 자체가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만큼 우리가 항상 언급하는 규제완화와는 차원이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최근에도 각종 정책토론회에서 운전면허 제도 강화를 언급하고 있으나 주무부처인 경찰청은 아직은 요지부동이다. 확실히 운전면허 제도 강화를 하지 않는다면 교통사고는 절대로 줄지 않고 더욱 심각한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은 크다. 동시에 최근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고령자 운전 사고도 당연히 대책이 요구된다. 고령자에 대한 적성검사의 강화와 형식적인 검사 기준 탈피, 일본과 같이 고령자 운전면허증 반납운동 등 다양한 대안이 요구된다. 

한 가지 고민해야 할 사항은 고령자 일자리 창출 등과 상충될 수 있는 만큼 택시 고령자 운전 등 다양한 상충 문제를 현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규제 일변도의 제도 강화도 의미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중장기적으로 운전자의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 일본 등은 어릴 때부터 교통의 중요성을 교육이나 실제 사례를 통하여 항상 인지시키는 교육을 진행 중이다. 배려나 양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시키고 여유 있는 운전과 에코드라이브 등 예방 차원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한 성인이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양보와 배려 운전이 가능하고 교통법규 준수나 사고 없는 운전이 가능해진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기초 교통이 없이 성장해 말도 안 되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길거리에 나오니 양보와 배려는 커녕 보복운전과 난폭 운전이 팽배하다. 지금의 3급 운전인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도 지속적으로 교육시킨다면 분명히 자동차 분야에서는 여유운전이 가능해질 것이다. 당장 효과는 아니어도 길게 보는 시각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기조는 변하지 말고 5년, 10년을 시행한다면 분명히 효과는 배가되고 극대화될 것으로 확신한다. 

세 번째로 도로 운전방법의 강화이다. 최근 예전과 달리 차로를 달리는 차종의 혼재가 더욱 악화되면서 자신의 길만을 달리는 차량이 없어지고 있다. 선진국의 차량 운행 약속인 좌회전 추월은 언제부터인지 아예 없어지고 좌우 구분 없이 추월하고 있다. 1,2차로에 트럭 등이 습관적으로 운전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느린 대형 차종이 우선 차로에 운행하다보니 승용차 등은 추월을 아무 곳으로 하는 습관이 발생하고 차로 변경으로 인한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대형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예전에는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주행로에 차량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추월선을 계속 달리면 멀리서 단속하던 교통경찰의 모습은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확실하게 차로에 따른 차종 운행을 준수해야 하고 아니면 강력한 단속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교통법규 준수라는 기본 공식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네 번째, 도심지 등의 운행속도 감소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물론 무조건 더욱 낮게 감속을 하면 당연히 교통사고는 감소하는 만큼 가장 적절한 속도 규정을 통하여 교통소통과 사고감소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도심지에서 과속이 큰 만큼 약 10㎞ 감소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생활도로의 속도를 시속 60Km에서 50Km로 줄이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이다. 

특히 속도를 줄였을 때 이동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불편해하는 오해도 있지만 실제로 신호등 등 교통조건으로 도리어 이동시간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문제는 전혀 없다. 즉 오해라는 것이다. 이러한 속도 줄이기는 골목길에서도 스쿨존과 같이 시속 30㎞ 미만이 아니라 영국 등과 같이 시속 20~25㎞ 정도로 낮춰 위험한 구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더욱 필요하다. 여기에 스쿨존에서의 더욱 강력한 규제와 안전시설은 물론이고 어린이와 고령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 대한 확실한 안전대책도 중요할 것이다.

다섯 번째로 양재대로와 같이 자동차 전용도로의 기능을 상실한 곳은 하루 속히 이를 해제하고 생활도로로 편입해 속도를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동차 전용도로로 지정돼 속도는 약 80㎞에 이르면서 전용도로에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있는 앞뒤가 맞지 않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많다. 실태 파악을 해 정상적인 생활도로로 편입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섯 번째는 사거리 등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접촉사고의 감소방법이다. 보행자도 횡단보도를 급하게 달리고 운전자도 신호등이 깜빡이면 자동차 정지선에서 움직이면서 서서히 나가는 급한 운전으로 보행자와 운전자가 조우한다. 더욱 철저하고 시스템화 된 교통 인프라 시설과 운전자에 대한 반복적인 교육으로 근본적으로 횡단보도에서의 문화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횡단보도는 그 중심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밖에도 과속방지턱의 정리와 단속기의 정리 등 다양한 교통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고민도 많아야 하지만 우선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운전자의 자정 가능과 양보와 배려 운전이 가능한 정신적인 인성 교육의 지속적인 필요성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당근과 채찍이라는 양면적인 부분을 얼마나 적절히 섞는가도 중요한 방법일 것이다. 특히 경찰청의 전향적이고 자신 있는 정책 시행과 국민 설득은 물론이고 중장기적인 실질적인 정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수 과반 목표를 확실히 달성하기를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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