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121.7%로 전년(131.3%) 대비 9.6%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최근 6년간 단 한번도 100%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손해율은 소비자가 납입한 보험료 대비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통상 80% 아래를 유지해야 보험사가 흑자를 거둘 수 있다.
여기에 손보업계는 이달부터 판매를 시작한 유병력자 실손보험 때문에 걱정이 커졌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보, DB손보,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흥국화재 등 7개 손보사는 이달 2일부터 유병력자 실손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지병이 있는 소비자들의 실손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각 보험사에 요청해 나온 정책보험 상품이다. 기존 5년이었던 치료이력 심사를 최근 2년으로 줄이고 투약여부도 심사에서 제외하는 등 가입 절차를 대폭 완화한 것이 특징이다.
손보업계에서는 기존 실손보험도 손해율이 높은데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더 높을 것이 뻔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병원 이용이 잦은 만성질환자나 유병력자의 특성상 보험금 지출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이러한 '고위험군 가입자'를 받아야 하는 까닭에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의 병원 방문 빈도 등과 같은 제대로 된 관련 통계치도 없어 손해율을 예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손보사들은 유병력자 실손보험 판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활성화 방안을 찾기보다는 판매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실손보험의 사각지대가 있으므로 초기 판매 추세에 따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몇몇 보험사들은 유병력자 실손보험 대신 간편심사보험 상품을 판매중이다. 간편심사보험은 특정 항목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해 보험사들이 손해율을 관리하기가 비교적 쉽다는 이유에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기존 실손보험도 손해율이 100%를 넘는 상황이라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게다가 유병자 실손보험의 판매율도 상승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