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의 요리조리] 무늬만 명품이었던 샤넬(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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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의 요리조리] 무늬만 명품이었던 샤넬(CHANEL)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04월 16일 07시 59분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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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한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저렴이'라는 용어가 유행했다. 값비싼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과 비슷한 발색, 질감을 가진 제품을 뜻하는 말이다.

저렴이에 정착한 소비자도 있었지만, 이내 다시 '고렴이'로 갈아탄 소비자도 많았다. 대체할 수 없는 '1%의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샤넬의 '복숭아 메베', 맥의 '소바' 등으로 고유명사화 된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일반 헬스앤뷰티(H&B) 스토어나 편집숍에서는 만나기 힘든 귀한 몸이다.

하지만 최근 백화점 내 샤넬 매장을 방문하면 어딘지 낯선 기분이 든다.

검은색 유니폼을 갖춰 입고 있던 직원들이 편안한 사복 또는 '임금인상' 등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맞춰 입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 진열대에는 '저희는 지금 쟁의행위 중입니다'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300여명의 샤넬 노조 조합원들이 근 한달 간 이어오고 있는 '복장 파업'이다.

지난달 말 맥과 에스티로더를 판매하는 엘카코리아와 함께 쟁의를 시작했지만 이들은 사측과 협상을 마무리 짓고 자리를 떠났다. 샤넬 노조만 외롭게 쟁의행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크게 3가지로 임금 인상과 고강도 노동환경 개선, '그루밍 룰'(몸치장) 완화 등이다.

노조는 두 차례 협상에서 사측에 0.3%의 임금인상률을 제시했다. 직원 1인당 월 평균 6000원이 오르는 데 그치는 수준이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작은 매장의 경우 1명에게 개장∙마감을 맡겨 노동 강도가 세졌다고 주장한다. 매장에서 혼자 일하는 경우가 빈번해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고객 응대를 하는 실정이라고.

완벽한 색조 화장에 매니큐어까지,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그루밍 룰에 대한 불만도 팽배하다. 노조는 그루밍 룰 때문에 출근 시간이 일러져 '꾸밈 노동'이나 마찬가지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도 양산되고 있다.

샤넬은 올해 초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화장품 가격을 평균 2.4% 인상했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의 임금은 0.3%도 올려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자 소비자들은 '우롱당했다'는 반응이다.

쟁의에 나선 판매 직원들이 주로 여성이라는 점에서 고객들도 동요하고 있다. 화장품, 특히 샤넬처럼 여성 라인업이 풍부한 브랜드의 주된 소비주체는 여성이다.

노조는 브랜드 명성에 걸맞은 합리적인 임금과 근로 환경을 제공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편집숍과 면세점, H&B 스토어, 온라인 몰까지.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는 채널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로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를 무시하긴 힘들 것이 자명하다. 지금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까지 직원들의 노고도 상당하다.

지난 1991년 한국에 첫 발을 들인 샤넬. 사상 초유의 집단 파업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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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어느땐데 2018-04-16 12:37:57
직원들이 어렵게 쌓은 이미지일텐데
회사가 공든탑 다 무너뜨리네요..
직원 소중한지 모르고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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