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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한의 세상이야기] 메이지 유신 150년, 사카모토 료마의 가이엔타이

김경한 justin747@cstimes.com 기사 출고: 2018년 04월 03일 오전 1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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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신들의 이야기다. 역사는 사람들의 스토리다. 교과서대로 하자면 사실 그대로를 기록하는 것이 역사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후대가 만들어내는 부분이 더 매력적인 역사로 자리 잡기도 한다. 있지도 않았던 사실을 허무맹랑하게 조작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가감첨삭은 기본이다. 시대상황이나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역사적 인물은 관점의 기교가 만들어내는 역할이 지대하다.

봄이 오는 항구는 따뜻한 남풍으로 가득했다. 고베는 오사카를 서쪽으로 연결해주는 해안선상의 도시다. 반대쪽으로 천년의 고도 교토가 자리한다. 일본역사의 본거지이면서 간사이(關西) 지역의 핵심이다. 태평양을 건너온 바람이 부두를 넘고 있었다. 고베시가지 뒤쪽 기타노(北野)언덕과 록코산(六甲山)의 만물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처절하게 부서졌던 한신대지진의 기억은 말끔히 지워졌다. 2킬로미터의 접안시설은 이전보다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되었다.

메이지 유신의 영웅 사카모토 료마(1835-1867)의 개혁이 숨차던 현장에는 가이엔타이(海援隊) 기념물이 깔끔한 모습으로 재등장해 있었다. 일본 해군의 시작점이다. 료마가 헌신했던 가이엔타이를 중심으로 근대 일본은 유신 후 20년 만에 군함 20척을 건조했다. 병부성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청일전쟁(1894)과 러일전쟁(1904)에서 승리를 거머쥔 신의 한수가 되었다. 개항을 받아들이고 초단기간에 만들어진 해군력은 국가를 제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름도 없던 일본이 세계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계기였다.

수 만 명의 지진 희생자를 새겨 넣은 추모관 옆으로 조국의 개항과 미래를 꿈꿨던 청년 료마의 발자취는 살아있었다. 가이엔타이 기념물을 돌아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올해가 메이지유신 150주년이기 때문이다. 일본 근대화의 전기를 마련해준 영웅의 이야기를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하기에 더 없이 좋은 타이밍이다. 역사는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된다. 

▲ 일본 고베항구, 가이엔타이 기념조형물 앞에서
▲ 일본 고베항구, 가이엔타이 기념조형물 앞에서

 료마는 일본의 국민작가 시바 료타로에 의해 다시 살아났다. 메이지유신 100년 만(1968)에 일본의 국민적 영웅으로 각색되었다. 혁명기의 풍운아였지만 19세기 말 당시에는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가 수줍음을 잘 타는 시골(시코쿠 고치현)출신이라는 점, 놀라운 검술과 뛰어난 조정력으로 삿조도 동맹(사쓰마, 조슈, 도사번이 가담한 막부 반란군)을 성사시켜 유신이 무혈혁명으로 마무리 되었다는 점, 일본 근대화의 기초가 되었지만 아까운 나이(32세에 살해됨)에 생을 마친 인생역정은 스토리텔링의 완결판이 되기에 충분했다. 한 소설가의 터치에 일본인들은 열광했다.

료마는 도사번의 탈번 무사다. 오직 혈기 하나로 나라에 도움이 되는 길을 고민하고자 했던 인물이다. 사이고 다카모리처럼 반란군 대장도 아니었고 가쓰 가이슈처럼 막부정권의 고위직을 지낸 적도 없다. 이름 없는 낭인이었지만 내전을 피하고 사무라이 왕국을 개항으로 이끌어 부국이 되는 방법을 고민했다. 메이지 유신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은 료마의 설득과 협상이 낳은 작품이다.

고베항구는 료마와 인연이 깊다. 규슈의 나가사키에서 고베까지 배로밖에 올수 없는 메이지 유신 당시 그는 선상에서 수많은 고뇌를 거듭했다. 뱃전에서 구상해낸 선중팔책(船中八策)은 백미다. 일본의 역사를 바꾼 비책이었다. 참의원과 중의원의 양원제, 차별 없이 인재를 등용시키고 헌법을 만들자는 제안, 만국공법(국제법) 준수로 서구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자는 제안들은 시대를 뛰어넘는 것들이었다. 일본은 아직까지 료마의 구상을 골격으로 유지하고 있다. 인생경험이 일천한 20대 후반 청년의 제안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부분이다.

시바 료타로는 잊혀져가는 인물 료마를 현실로 초대했다. 그를 통해 존왕양이를 극복하고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강대국으로 도약해나가는 일본의 꿈을 담아냈다. 불후의 소설 료마가 간다NHK 48부작 대하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료마역에는 국민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발탁되었다. 청년의 야망과 헌신이 극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료마는 단숨에 최고의 정치가 반열에 올랐다. 아사히신문이 조사한 지난 천년동안의 위대한 정치가 순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메이지 유신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개화기 청년들의 애국심과 결단이 빚어낸 성공이다. 공익에 헌신하고자 했던 젊은 선각자들이 유신의 물줄기를 잡아냈다. 후세들은 그들을 정확히 관찰하면서 옳은 평가를 내리고자 했다. 치밀한 분석과 따뜻한 시선이 유지되어야 가능한 영역이다. 인간의 역사는 만들어지는 부분이 많다. 위대함과 추악함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할 때가 많다.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빛나는 역사가 되기도 하고 불편한 과거가 되기도 한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대표기자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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