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의 연예의발견] 진짜 '블랙리스트'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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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효의 연예의발견] 진짜 '블랙리스트'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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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중요쟁점 중 하나는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이었다. 1만여 명에 달하는 문화·예술인들을 당시 정권의 입맛에 맞게 나눠 경제적 지원을 중단, 예술인들 목숨과도 같은 표현의 자유를 국가 차원에서 억눌렀다.

최종적으로 대법원 심판을 앞두고 있지만 지난 1월 항소심에서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실형을 선고 받아 현재까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실재했으며 정부가 이를 주도했다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최근 해외에서 시작된 미투(#MeToo) 운동이 국내서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내에서 미투 운동은 지난 1월 검찰청 내부 성추문 폭로가 기폭제로 작용했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큰 불은 문화·예술계에서 일었다. 대중 관심도와 별개로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파장이 훨씬 컸다. TV나 공연에서 얼마 전까지 봤던 인물이, 각 분야의 대가라 불리던 상징적 인물들이 자고 일어나니 더럽고 추한 성폭력 피의자로 둔갑해 충격을 줬다.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들의 SNS 글이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거론된 이름만 십여명이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일부는 강력히 의혹을 부인했고, 누구는 영혼없는 '유체이탈' 사과를 했으며, 누구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정황상 현재 맡고 있는 직무나 역할 등을 내려놓은 것 역시 암묵적인 사실 인정의 행동으로 분류한다면,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성희롱, 성추행 및 성폭행 의혹은 정도만 다르지 사실이었던 것으로 추측 가능하다.

도제적 성격이 크고 후배에 대한 선배의 영향이 절대적인 문화·예술계 특성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이 일어난다. 다른 분야의 성폭력과 경중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그간 대중의 눈과 동료 선후배가 입을 2차 폭력, 혹은 강요받은 침묵으로 인해 더 억눌려왔던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들이 긴 시간을 고통받아온 것을 생각하면 현재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쏟아지는 비난이 절대 가혹하지 않다.

미투 운동이 확산될수록 곳곳에 부작용도 나타난다.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척 거짓 사실을 게재해 피해를 주거나, 정치성을 결부시켜 본질을 왜곡하려는 시도도 보인다. 이런 부작용들을 이른바 '물타기'해 미투 운동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기도 한다.

몇몇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미투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침묵이 계속됐다면 앞서 언급한 문화·예술계 특성상 같은 폭력의 대물림이 계속 됐을 것이다. 최근 미투 운동으로 인해 문화·예술계의 추악한 다른 얼굴이 수면 위에 드러난 것은 불행중 다행일지도 모른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가해자들은 정권 유지를 위해 정치적 의도로 분류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자신이 몸담고 있는 문화·예술계 자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한 '자발적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다. 이런 류의 블랙리스트는 확실히 걸러내야 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성폭력이 사실로 드러난 이들은 물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성폭력을 자행했음에도 여러 이유로 도의적인 책임만을 진, 또는 그마저도 외면한 몇몇은 일정 시간의 자체 자숙을 거친 뒤 재기를 노릴 것이 뻔하다. 대중은 더 건강한 문화·예술을 누릴 자격을 얻기 위해 이런 파렴치한들의 재기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대중의 변화, #MeToo가 원하는 최종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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