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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안준모 서강대학교 교수

“4차 산업혁명기 정부 규제, 잘 디자인하면 ICT 혁신 이끌 수 있어”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기사 출고: 2018년 02월 26일 오전 8시 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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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규제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보고 적극 개선하려는 의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들어 국내 ICT 기업들과 접촉하면서 규제 혁신에 대한 업계 목소리를 수렴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또한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낡은 규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속도감 있게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말했다.

규제는 일부 기업들이 특정 분야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막아 불평등을 막을 수 있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사업 추진 기회를 제공한다는 순기능이 있다. 다만 그 정도가 과하면 혁신 동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ICT업계에서 사업의 융·복합화가 진행되면서 관련 규제들의 득실을 단기간에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규제의 필요성을 판단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전세계 규제를 연구하고 있는 안준모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제의 본래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것을 잘 디자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우리나라가 규제를 바라보는 인식은 어떤가요.

== 지난 정권에서는 ‘규제 단두대’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고 지금도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인식도 ‘우리를 옭아매는 것’이라고 하고 행정 규제를 ‘레드 테이프(red tape)’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규제에는 순기능도 많습니다.

한 예로 과거 유럽에서 살모넬라균이 유행함에 따라 달걀 등 신선 제품에도 유통기한을 표시하도록 법이 제정됐습니다. 이것이 규제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유통기한을 표시하기 위해 레이저 프린트 기술이 개발됐습니다. 규제가 기술 혁신을 불러온 셈입니다.

규제 자체는 혁신 주체를 옭아매지만 마냥 나쁘다고 여기고 다 없애버리면 국민들이 불편해집니다. 규제와 혁신 간 영향 관계는 굉장히 복잡합니다.

Q. 피해야 할 규제는 어떤게 있습니까.

== 가장 낮은 수준의 규제가 커맨드앤컨트롤(C&C)이라 불리는 명령형 규제입니다. 타 산업에 적용돼 있는 것을 복사해 붙여넣기 하듯 그대로 따와 적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후진적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그 과정이 심화하고 관련 시장이 발전할수록 전례없는 변화로 인해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 데이터를 통해 규제에 대해 연구한 결과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규제가 기업의 기술혁신 의지를 감소시키는 강도가 더 세졌습니다. 신산업에는 전에 없던 속성이 있습니다. 이를 이해한 다음 그것을 바탕으로 규제를 디자인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불행해집니다.

Q. 그렇다면 규제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나요.

== 각 규제의 본래 목적을 지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추진돼야 합니다. 규제에 대해 논의할 때 숙지해야 할 것은 규제는 결국 ‘디자인’의 이슈라는 것입니다. 규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설계해서 시장의 높은 불확실성과 빠른 변화에 대응하고 공존해야 합니다.

P&G는 수많은 스타트업의 도전을 받고 있고 아마존은 스마트업을 인수합병하고 있습니다. 통상 운수업체로 잘 알려진 우버는 현재 음식 배달, 심부름 서비스도 시행 중입니다. 이를 통해 수집한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서비스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플랫폼과 아마존 같은 빅 플레이어의 등장을 비롯해 블록체인, 바이오 등 신흥 기술들이 합쳐질 때 우리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블랙박스와 같습니다. 블랙박스는 기존 규제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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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 접근법을 제시한다면요.

== 네거티브 규제, 규제 샌드박스, 혁신조달 등 3가지를 들겠습니다.

네거티브 규제의 예로 유럽연합(EU)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EU는 기존 자동차 분류 체계에 속해 관리될 수 없는 새로운 형식의 자동차들을 혁신차량 카테고리에 포함시켰습니다. 일종의 유예기간을 두고 대응법을 논의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규제 샌드박스는 일종의 테스트 영역입니다. 아이들이 모래밭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듯 제한된 규제 테두리 안에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KT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일종의 샌드박스입니다. 해당 범위 안에서 차세대 기술들을 자유롭게 시연할 수 있어서입니다.

혁신조달은 C&C의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목표지향적, 성과지향적 규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내년까지 탄소배출을 2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것을 규제의 최우선 방침으로 삼는 것입니다.

Q. 혁신조달이라는 단어가 생소합니다.

== 국산 문서작성 프로그램 아래한글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래한글 도입 당시 다른 나라처럼 우리나라에도 MS워드가 시장지배적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때 공공기관에서 아래한글을 사용하면서 시장이 새롭게 창출됐습니다.

혁신조달은 정부·공공기관의 수요에 연구개발(R&D) 지원 개념을 합친 것입니다. 정부가 어떤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기업들의 사업화 테스트부터 마케팅 과정까지 지원합니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이를 사용함으로써 수요를 만들고 시장을 구축합니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업이 하는 일 중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막는 규제가 아닙니다. 잘하고 있는 것을 강화하면서 하나의 길을 터줘 그곳을 따라 자연스럽게 걸어갈 수 있는 형식의 규제가 돼야 합니다.

Q. 더 나은 규제를 위해 정부가 개선해야 할 점을 든다면요.

== 규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기업의 사업 추진에 대해 유연성을 가지고 상대해야 합니다. 정부가 의욕이 심할 때는 기업의 실험에 대한 피드백이 아닌 선제적인 ‘피드 포워드’를 하려고 합니다. 정부가 옳다고 판단한 것을 기업이 따르도록 강제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부가 신사업의 부작용이나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시스템을 갖춰놓고 기술을 도입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부가 감사를 위한 감사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과거 한 감사 과정의 지적 사례 중 ‘건물 2층에 소화기를 불필요하게 비치해 뒀다’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 지적을 받은 기업·기관은 이 같은 지적 사례들을 규제로 받아들입니다. 위법 행위가 아님에도 말입니다.

감사를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지적사항이 곧 실적입니다. 이로 인해 현실에서 정부와 기업·기관 간 규제에 대한 이해가 달라졌고 결과적으로 기업이 지적을 피하는 데 급급하게 되면서 기술혁신 의지가 감소되는 것입니다.

Q. 규제 개혁를 위해 사회적 차원에서 요구되는 것이 있습니까.

== 더 나은 규제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조성돼야 합니다. 규제는 사회적 담론이기 때문에 각계의 의견이 맞춰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진국에 적용된 규제가 좋다고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은 순기능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법률 구조가 다르고 법을 대하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규제는 정책에 의해 만들어지고 정책은 결국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사례가 발견되면 이것이 공론화돼야 하고 또 이것이 모두가 함께 지향하는 목표를 이뤄나가는데 필요함을 모든 사회구성원이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안준모 서강대학교 교수는

서강대학교에서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와 과학기술혁신정책센터 센터장에 재임 중이다. 기술경영경제학회와 한국창업학회에서 각각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중소기업청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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