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酒인공 가리자" 무학-대선주조 소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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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酒인공 가리자" 무학-대선주조 소주전쟁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01월 23일 0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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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역풍에 힘 잃은 '좋은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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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수십 년간 소주 사업을 이어온 향토기업 무학(회장 최재호)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무학이 '좋은데이'를 앞세워 수도권 영업을 강화하는 동안 대선주조(대표 조우현)의 부산 지역 시장점유율이 무섭게 치고 올라온 탓이다.

무학은 지난 2006년 알코올 도수를 16.9까지 내린 '좋은데이'를 출시하며 고도수 소주 일색이던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소비자들의 반응에 힘입어 무학은 제2의 도시 부산까지 시장을 넓혔다. 당시 경남지역 시장점유율은 95%, 부산지역은 80%에 달했다.

하지만 부산에 연고를 둔 대선주조가 지난해 알코올 도수 16.9도의 '대선블루'를 출시하면서 부산지역 점유율은 역전됐다.

대선주조의 대표 브랜드는 '시원(C1)'이었다. 그러던 지난해 1월 '시원블루'를 리뉴얼한 '대선'을 출시하면서 판매량이 반등했다.

특히 탄핵 정국으로 성사된 19대 대선(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으로 바꿉시다'라는 상표를 입힌 제품을 출시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우는 업체들과 달리 '입소문'만으로 이룬 성과다.

대선주조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부산지역 업소용 소주 점유율은 64%로 집계됐다"며 "소주는 가정용, 대형마트용, 업소용으로 나뉘는데 업소 소비량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국이 잠잠해지면 일시적으로 치솟았던 대선주조의 점유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무학의 반등은 요원치 않았다.

무학의 부산지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초 75%에서 지난해 말 50% 밑으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대선주조의 점유율은 20%에서 50% 수준까지 확대됐다.

수 년째 답보 상태인 수도권 매출도 무학의 발목을 잡은 요인으로 분석된다.

무학이 수도권 진출을 선언한 것은 최재호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2015년이다. 무학은 당시 유행이던 과일소주 시리즈를 선보이고, 영업인력을 수도권에 전진 배치했다.

배우 박보영을 모델로 기용해 영업∙마케팅을 강화했지만 점유율은 지지부진하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무학은 본사가 자리한 경남에서도 입지가 좁아졌다. 한때 90%에 달했던 점유율은 하이트진로 참이슬의 약진 속에서 70%대로 떨어졌다.

그 결과 무학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818억원으로 전년동기(1890억)와 비교해 66억원 줄었다.

무학은 최근 11년만에 좋은데이의 신제품 라인업을 추가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좋은데이 1929'의 알코올 도수는 15.9도로 기존 제품보다 1도 낮다. 제품명에는 창립 연도인 1929년과 19∼29세 젊은층을 겨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손나은을 모델로 기용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무학의 실적 개선은 당분간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무학은 한때 80~90%에 달하던 부산∙경남 시장 경쟁력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도 판관비 절감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도권 등 신규 판매지역에서의 판매량 확대 속도도 더뎌 실적 개선 및 주가 반등이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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