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마르쿠스 엥만 이케아 디자인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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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마르쿠스 엥만 이케아 디자인총괄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12월 18일 0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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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크래틱 디자인이 우리 철학…韓 인재와 협업도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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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일상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병을 하나 만드는 데도 3년이 걸렸습니다. 이게 바로 이케아의 '데모크래틱 디자인'(Democratic Design)이죠."

2012년부터 6년째 이케아의 글로벌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마르쿠스 엥만 총괄은 이케아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더 많은 사람이 저렴한 가격에 보다 좋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사명이 이케아 디자인 철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까지 이케아가 거듭해온 디자인 혁신의 어제와 오늘을 마르쿠스 총괄과 함께 따라가봤다.

◆ "많은 사람이 보다 좋은 제품을 쓰도록 하자"

Q. 데모크래틱 디자인의 구체적인 뜻이 궁금합니다.

== 이 세상에는 굉장히 많은 제품이 있습니다. 이것을 보다 더 좋게 만드는 게 데모크래틱 디자인의 근간입니다. 데모크래틱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한 5가지 요소가 있는데요. 디자인(form), 기능(function), 품질(qua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낮은 가격(low price)이 바로 그것이죠. 우리가 만드는 모든 제품은 이 5가지 기준을 맞춰야만 합니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것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데모크래틱 디자인입니다. 디자인 과정에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것 역시 데모크래틱 디자인입니다. 하루하루 일상을 사는 여러분이 더 많은 걸 알고 있고, 우리에게 더 많은 영감을 주기 때문이죠.

Q. 물병을 직접 들고 나와서 설명한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요.

== 이 물병은 '카라페'라고 불리는 제품입니다. 물병은 흔한 제품이지만, 데모크래틱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과 고민이 들어갔습니다. 3년이 소요됐는데, 제품을 만들기까지 보통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물병을 냉장고에 넣고 쓰는 사람들을 고려해 냉장고 문과 선반을 조사해서 폭을 계산했습니다. 어떤 냉장고를 갖고 있던 냉장고 문에 들어가는 지름을 갖고 있죠. 설거지하기 간편하도록 입구를 크게 디자인 했습니다.

특히 이 제품은 한국에서 3900원이라는 굉장히 경쟁적인 가격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 이게 바로 데모크래틱 디자인입니다.

Q. 최종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필요한 정보는 어떻게 얻나요?

== 세계에는 유수한 연구기관이 많죠. 하지만 이케아는 직접 하는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모두 직접 만납니다. 한국에서도 도시별 가정방문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했습니다. 직원이던 엔지니어건 디자이너건 반드시 가정방문을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질문하면서 더 많은 아이디어와 문제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또 직접 관찰하면서 그들의 대답과 실생활이 일치하는지도 볼 수 있죠.

Q. 한국 가정방문에서 특이했던 점이 있다면요.

== 저 역시도 한국에서 한 가정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아침에 방문했더니 잠옷을 입고 반갑게 맞아줬죠. 아침식사 함께 하면서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경험을 많이 공유해줬습니다.

서울은 재활용을 위해 별도의 공간에 재활용 쓰레기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스웨덴도 재활용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런데 서울에서는 보통 비닐봉투나 플라스틱에 쓰레기를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미적이고 자연친화적인 물건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온돌처럼 열이 발생하는 카페트(전기장판) 였습니다. 마루에 카페트나 러그 대신 많이 깔아놓은 것을 확인했죠. 난방 효과가 있는 것 같던데 날씨가 추운 스웨덴에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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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과제 스스로 개척…韓 디자이너 협업 원한다"

Q. 합리적 가격과 유니크함을 한 번에 잡는 노하우가 있나요?

== 이케아는 낮은 가격을 보장하기 위해 제품을 대량 생산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 콘셉트를 유지합니다. 대량으로 제품을 만들면 많은 사람이 제품을 갖게 돼 유니크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무의자를 만들 때 표면을 조금씩 다르게 하거나, 도자기 화병을 만들 때 디테일을 다르게 살려냅니다.

디자인적으로 유니크함이 있다면 사람들의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100개의 물건이 다 똑같다면 아무거나 고르겠지만, 모두 다르다면 어떤 것이 더 맘에 드는지 고민하게 되죠. 물건을 더 자세히 살펴보고 맘에 드는 것을 고르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제품에 대해 더 애착을 갖게 되고 더 오래 쓰게 되면서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이게 되죠.

Q. 이케아의 미래 디자인에 대해 귀띔해주신다면요.

== 앞으로 어떻게 디자인을 해나갈지 도전과제를 스스로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자기술을 홈퍼니싱과 접목해 더 똑똑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이용해 가구를 더 똑똑하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죠.

사람들의 감각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디자인은 추억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예전에 가졌던 향수를 불러올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우주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죠. 미국의 우주항공 에이전시와도 협업 중인데요. 화성에서 살게 된다면 생활이 어떻게 바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주만큼 공간이 제약적인 곳도 없죠.

이케아는 데모크래틱적 방법으로 이것들을 수행할 생각입니다. 우리는 다수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Q. 내년 개최할 한국 신진 디자이너 어워즈는 어떤 방식인가요.

== 한국에서도 내년에 '영 디자인 어워즈'가 열립니다. 과거 어워즈 출신자 중 3명 정도는 저희 팀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또 15명 정도가 이케아의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죠. 우리의 인재를 찾는 방법이면서 이들을 디자인 분야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한국에서 열릴 어워즈에서는 학생이든 디자이너든 상관 없이 3명을 최종 선발할 계획입니다. 정기적인 행사가 되기를 우리도 희망합니다.

한국에는 굉장히 많은 인재들이 있고, 디자인이 강하기 때문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한국 대학들과 협업도 희망합니다. 인도나 미국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협업을 많이 하고 있죠.

◆ 마르쿠스 엥만 이케아 디자인총괄은?

이케아가 시작된 스웨덴의 작은 마을 알무트(Älmhult) 출신이다.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이케아 매장에서 주말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인연을 맺었고, 1980년대 중반에는 이케아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매리 에마크(Mary Ekmark)의 견습생을 했다. 이후 이케아 스웨덴의 글로벌 전략가와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다. 12년간 이케아와 동고동락한 마르쿠스 총괄은 2000년 유통 에이전시를 설립하며 잠깐 자리를 떠났다가 2012년 이케아의 디자인총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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