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의 연예의발견] 이승환 명품공연에 스크래치 낸 올림픽홀의 이상한 방침
상태바
[김종효의 연예의발견] 이승환 명품공연에 스크래치 낸 올림픽홀의 이상한 방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효 200.jpg
[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하나의 좋은 공연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여러 유기적인 관계가 필요하다. 팬들과 아티스트의 관계는 물론, 아티스트와 스태프들, 안전요원들과 팬들의 관계 역시 중요하다.

공연장 측과 공연인의 관계는 가장 큰 유기적 관계 중에 하나다. 공연인은 자신의 퍼포먼스를 가장 잘 펼칠 수 있는 공연장을 선택해 일정 약관에 동의한 뒤 공연장을 대여하고, 공연장 측은 공연장 대여료를 포함한 재화적 가치를 공연인에 대한 지원으로 답한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가 하나의 좋은 공연이 만들어지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지난 12월 2일 공연장인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 측이 공연인인 뮤지션 이승환 공연에 취한 방침은 이같은 정상과 상식을 벗어난 것으로 보여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승환은 12월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연말공연 '공연의끝-HIGH END'를 개최했다. 지난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공연의끝-HIGH END'는 고양, 천안을 시작으로 올해 연말까지 서울을 비롯해 수원, 부산, 대구, 광주, 부천 등에서 총 12회의 공연을 갖는 전국투어 콘서트다. (이승환, '미니멀한 세련미'의 정의를 내리다 '공연의끝: HIGH END' (공연리뷰))

문제는 서울 공연 이틀째인 12월 2일 발생했다. 관객들이 준비한 꽃가루 이벤트를 올림픽홀 측에서 금지시킨 것이다. 꽃가루 이벤트란, 종이를 잘게 만들어 준비했다가 특정 곡 특정 타이밍에 관객들이 하늘로 높게 흩뿌리는 것으로, 휴지폭탄 던지기·종이비행기 날리기 이벤트와 더불어 이승환 공연의 '3종 관객 이벤트'다.
▲ 사진=드림팩토리 제공
▲ 사진=드림팩토리 제공

그간 이승환 공연에서 꽃가루 이벤트는 가끔 제한돼왔다. 일례로 야외 공연장인 올림픽공원 수변무대에선 초저녁 바람에 날린 종이가 호수로 들어가 오염시킬 우려가 있어 자발적으로 제한해왔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홀 측의 꽃가루 이벤트 제한 조치는 이승환 측과의 협의를 거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무조건 금지' 원칙을 내세웠기에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힘들다. 이승환은 2일 공연 전 이같은 제한을 문제 삼으며 올림픽홀 측에 2층부터는 못뿌리게 하고 플로어에서만 꽃가루를 뿌리게 하겠다거나, 끝나고 청소를 하고 가겠다는 등의 조건을 걸었지만 역시 꽃가루 이벤트는 제한이 걸렸다고 밝혔다. 

잘 알려져있듯 관객 이벤트의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 이승환 팬들은 자발적으로 이벤트 용품을 준비한다. 2일 다수의 현장 팬들에 따르면 역시 공연장 건물 한켠에서 종이를 자르고, 휴지폭탄을 말고, 종이비행기를 접고 있는 팬들에게 올림픽홀 측 관계자가 다가와 일방적으로 '꽃가루 이벤트를 오늘부터 못 하게 됐으니 준비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전달했다. 이에 팬들이 이같은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하자 해당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하면 공연을 할 수 있나 한 번 보자'는 협박성 발언을 해 큰 반발을 샀다. 

이는 현장에 있던 다수의 팬들에게 확보한 발언 내용이다. 이같은 발언의 사실유무에 대해 기자가 올림픽홀 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하자 올림픽홀 측은 "우리 쪽 직원이 발언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었을 것", "뭔가 현장에서 (해당 관계자와 팬들의 말싸움 등)충돌이 더 있었으니 서로 격앙된 상태에서 잘못 나온 얘기가 아니었겠느냐" 등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해당 발언의 시인 여부와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나 감정섞인 대응은 자제해야할 것으로 조심스레 판단한다.
▲ 이승환 팬들이 직접 준비한 관객 이벤트 용품(사진=김종효 기자)
▲ 이승환 팬들이 직접 준비한 관객 이벤트 용품(사진=김종효 기자)

청소를 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해당 이벤트를 제한한 것 역시 당장 납득하기 힘들다. 공연 첫날인 1일 공연 후 꽃가루를 치우는 데 공연장 측이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것이 바로 2일 공연부터 꽃가루 이벤트를 제한한 이유다. 즉, 돌려서 말했을 뿐이지 청소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공연 내 이벤트를 아예 금지시킨 것이다. 

하지만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이보다 더 큰 공연장이나 비슷한 구조의 공연장에서도 같은 이벤트는 진행됐었고 특별한 경우엔 이승환 측이 해당 이벤트를 먼저 자제하도록 팬들에게 권유해 별 탈이 없어왔다. 

1일 공연 후에도 이승환 팬들, 이른바 '드팩민'들은 자발적으로 라텍스 장갑과 대형 쓰레기봉투를 준비해 장내를 일정부분 이상 정리·청소하고 귀가했다. 과거 그 거대한 잠실주경기장 공연 후에도 남아서 청소를 도왔던 '드팩민'들이다. 이승환이 앞서 '공연의 끝: HIGH END' 천안공연을 가졌던 천안 예술의 전당 측 공연 관계자는 기자에게 직접 "드림팩토리 스태프들과 팬들 역시 일류다. 공연장에 그 많던 휴지, 종이 비행기 다 깨끗하게 치우고 갔다. 무대감독이 끝까지 남아서 다 정리하고 갔다"며 "아는 사람이라 하는 말이 아니라, 보통 콘서트는 어느 정도 정리되면 무대감독들은 빠지곤 하는데, 드림팩토리 측은 다 정리하고, 청소 다 된 것 보고 제일 늦게 갔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천안 예술의 전당에선 꽃가루 이벤트가 없었다. 이는 공연장 좌석이 고정식이기 때문이다. 잘게 자른 종이(꽃가루)가 의자 사이사이에 끼면 청소를 하는 데 있어서 의자를 마음대로 옮길 수 없기에 일반 바닥을 청소하는 것보다 더 힘이 든다. 이 때문에 천안에선 해당 이벤트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림픽홀에선 1층 객석 전부를 플라스틱 의자로 만든, 이동식 좌석으로 만들었기에 청소가 더 용이하다. 간단하게 생각해도 의자를 한 쪽으로 몬 뒤에 바닥을 청소하고, 의자를 털어낸 뒤 의자를 정리, 이후 나머지 바닥을 청소하는 과정이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이승환이 올림픽홀 측에 1층만 꽃가루 이벤트를 하게 하고, 2층은 못 하게 하겠다는 조건부 이벤트를 제시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 사진=김종효 기자
▲ 사진=김종효 기자

설령 공연장 청소가 평소보다 힘들다고 해도 이는 관객들의 이벤트를 막을 만한 이유로 합당치 않다. 올림픽홀은 대관시 아티스트로부터 '장내정리비'를 받는다. 행사입장객 1인당 500원(부가세 별도)을 예상관객수만큼 정해서 예약금 형태로 사전 납입하고, 공연 후 차액을 돌려받는 식이다.(방식은 아티스트, 혹은 공연의 성격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장내정리비'엔 공연 후 청소 비용이 포함돼 있다. 기자가 올림픽홀 측에 문의한 결과, 이 '장내정리'에는 음식물 쓰레기, 목재, 현수막 등을 제외한 모든 일반 쓰레기 청소가 포함된다. 공연 후 발생할 수 있는 쓰레기는 어느 정도 자발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관례이나, 다음 공연을 위해 더 깨끗하게 청소하는 비용이 별도로 발생해 '장내정리비'를 받고 있다는 것이 올림픽홀 측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이승환이 제기한 '빅블래스터(꽃가루를 대량 살포하는 기계)는 허용되고, 팬들이 뿌리는 꽃가루는 안 된다'는 방침에 대해 문의했다. 올림픽홀 측은 "정확한 당시 상황은 모르지만"이라는 단서 하에 "빅블래스터라는 기계를 사용하는 것은 공연의 일부로 보인다. 그래서 허용됐던 것으로 추측된다"는 답변을 했다. 

하지만 이는 공연인들을 많이 맞이하는 공연장 측이, 오히려 공연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지는 답변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객은 공연의 3요소 중 하나다. 관객이 만드는 이벤트는 공연을 더 즐겁게하는 요소다. 공연장 측이 이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막은 것은, 이승환이 지적했듯 '행정 편의를 위해 공연의 즐거움을 팬들에게 포기하라고 한 것'은 물론, 공연 자체를 방해했다는 비판까지도 가능하다.
▲ 사진=드림팩토리 제공
▲ 사진=드림팩토리 제공

'공연의 신'이라 불리는 이승환의 공연은 언제나 대단했다. 하지만 공연 초반 이승환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처럼 보인 것은 기자 혼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이승환 본인이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분명 올림픽홀 측의 이상한 행정 방침은 '명품 공연'에 큰 스크래치를 낸 것이었다. 

공연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선 공연 문화를 담당하는 모든 이들의 노력과 발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공연 문화를 담당하는 이들은 공연인들만도, 팬들만도 아니다. 공연장 측의 '꼰대'같은 행동에 심한 유감을 표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8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름아 2017-12-09 01:38:57
김종효 기사님^^
약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내 불편했던 마음이 기자님 기사 덕분에 풀리는 기분입니다^^ 우리만 억울하게 당하고 끝나버리는 건 아닌 거 같아서요... 그들이 앞으로도 계속 불합리한 행동을 하는데 제동이 걸리는 기회가 될 거 같아서요...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되는 기사일 거에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유진지 2017-12-06 10:23:49
저도 이번 광주 콘서트 가는데 이벤트할 생각하면 설레는데 다녀오신분들 갑작스런 금지때문에 허탈하셨겠어요..

드팩00 2017-12-06 10:07:04
장내정리비까지 포함된다는건 기자님 덕분에 알게됐어요.
당일 올림픽홀때문에 상처받았을 사람들이 이 기사 덕분에 많이 후련해졌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개선되어야하구요.

드팩민 2017-12-05 23:49:22
감사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널리 알려 바로 잡아야 합니다. 비단 '공연의끝 highend' 가수와 관객들만이 본 피해는 아닐 겁니다. 앞으로도 더 성숙하고 진화한 대한민국 공연 문화를 위해 이승환님께서 끝까지 싸우신다 하셨고 이번 기사가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 2017-12-05 23:39:14
감사합니다 정말 기다려왔던 공연이었는데 급작스런 금지로 너무나 당황스럽고 그랬어요. 좋은 기사 감사해요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