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의 연예의발견] '더 마스터'의 힘, 음악의 위대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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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효의 연예의발견] '더 마스터'의 힘, 음악의 위대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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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예능 홍수 시대지만 '재미있는' 예능을 발견하긴 어렵다. 재미도 있고 '좋은예능'을 찾기는 더욱 힘들다. 재미를 목적에 두면 자극적인 편집과 선정적인 주제가 난무한다. 유익한 예능은 재미를 못잡아 조기종영하는 일이 허다하다.

지난 10일 첫 방송으로 베일을 벗은 Mnet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이하 '더 마스터')은 그런 의미에서 박수가 아깝지 않은 '좋은' 예능이다. 출연 아티스트들은 프로그램 취지에 공감해 만족했고 시청자들은 눈과 귀가 호강해 극찬을 쏟아냈다. 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 1.4%는 숫자보다 깊은 의미를 담아낸 첫걸음이었다.

'더 마스터'는 여러 명의 아티스트가 특정 주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최고는 마스터 감상단(현장 청중 300명)의 투표로 선정한다. 앞서 큰 인기를 얻었던 MBC '나는 가수다'와 비슷한 구성이다. '더 마스터'를 기획한 Mnet 의 신정수 국장은 바로 '나가수'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Mnet 이적 후 첫 프로그램으로 '더 마스터'를 런칭했다. 

경연 참가자들은 청중 평가단의 선택을 받기 위해 스타일을 버리고 밴드와 브라스, 록 스타일 편곡, 이른바 '고음병'에 걸린 청중을 단시간에 사로잡으려는 무리한 시도도 해왔다. 시청자들은 본인의 스타일 대신 '생존'을 선택한 아티스트들을 비판하곤 했지만, 스타일을 고수하던 아티스트들은 '탈락'이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곤 했다. 그래서 '경연 편곡'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여기에 단순하면서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더 마스터'엔 탈락자가 없다는 것이다. 경연 프로그램의 필요악으로 지목된 '탈락 방식'을 과감히 제거했다. 시청자 관심이라는 자극적 요소를 없앤 위험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아티스트들이 온전히 자기를 보여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마스터' 첫회 방송 말미 이승환은 "경연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경연 편곡'이 유행했는데 그런 편곡을 하신 분이 아무도 없었다. 딱 '이게 음악이다'라는 느낌이었다"고 평했다. 

탈락자를 없앤 대신 '더 마스터'는 '음악의 진정성'을 무기로 우직하게 밀고 나가기로 했다. 탈락자 발표 때 시간을 끌며 시청자를 '쪼는' 편집도 없앴다. 음악에 관한 얘기, 곡 선정 이유와 준비과정, 본 무대, 소감, 그랜드 마스터 발표라는 단순한 구성이 전부였다. 경연 프로그램이기에 1위의 개념인 그랜드 마스터를 선정했지만 다른 경연처럼 1위 아티스트에 대해 '탈락하지 않아서 좋겠다'는 다른 아티스트들의 부러운 시선은 없었다. 모두 한 마음으로 축하했다. 어떻게 보면 예능 프로그램이라기엔 밋밋한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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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마스터'는 음악 방송 사상 최고의 모험을 했다. 한 방송에서 전혀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준 것이다. 대중가요는 물론 클래식, 국악, 뮤지컬, 재즈, 밴드 공연 등 6개 분야를 선정했다. 각 분야에서 20년 이상 활약하며 '장인' 소리를 듣는 아티스트들에게 '마스터'라는 명칭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마스터'라는 명칭에 걸맞게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유럽에서 세계최고 반열에 오른 프리마돈나 임선혜(소프라노)는 어렵다는 클래식의 선입견 대신 스토리를 들려주고자 했고 이는 관객들의 찬사로 이어졌다. '가수' 보다 '가객'이 어울리는 최백호는 40년 음악인생 처음으로 경연 무대에 올랐다. 엄청난 고음 대신 목소리에 인생을 담아 목을 놓아 부르는 그의 무대는 대중가요 마스터가 되기에 당연했다. 최정원은 다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의자를 이용하면서까지 극적이고 화려한 뮤지컬 마스터의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 '클래식 마스터' 임선혜(사진=Mnet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
▲ '클래식 마스터' 임선혜(사진=Mnet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
▲ '대중가요 마스터' 최백호(사진=Mnet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
▲ '대중가요 마스터' 최백호(사진=Mnet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
▲ '뮤지컬 마스터' 최정원(사진=Mnet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
▲ '뮤지컬 마스터' 최정원(사진=Mnet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

이승환은 "노래가 중심이지만 쇼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방송 무대가 아닌 공연장에서나 쓰일법한 레이저, 조명을 총동원했다. 부채꼴로 은은하게 펼쳐지는 레이저나 공중에서 여러 갈래로 떨어졌다가 하나의 원통을 이뤄내는 강렬한 레이저는 관객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나보다 음악 잘 하시는 분은 많다. 하지만 공연에서만큼은 내가 최고라고 자부한다"는 이승환이 자주 언급하던 '공연은 자본의 미학'이라는 논리를 증명한 무대였다. 지난 1회 '사랑일뿐이야' 곡 후반 어둠이 걷히며 416 합창단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랑일뿐이야'를 반복하는 모습을 본 관객들은 울컥하는 가슴을 부여잡았었다. 
▲ '공연 밴드 마스터' 이승환, 그리고 416 합창단(사진=Mnet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
▲ '공연 밴드 마스터' 이승환, 그리고 416 합창단(사진=Mnet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

신정수 국장이 '더 마스터'를 기획하게 된 계기로 알려져 많은 주목을 받았던 국악 마스터는 6세부터 판소리를 시작한 명창 장문희였다. 한 서린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무대의 절정을 이뤘다. 국악의 편견을 깨고자 한 장문희는 소리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윤일상의 곡이 국악에 방해가 돼 아쉬웠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장문희의 목소리는 관객의 내면을 후벼냈다. 

재즈계의 대모 윤희정은 20년 이상 함께 해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빅밴드와 함께 공연의 진수를 보여줬다. '경연 편곡' 없이 화려한 스캣과 빅밴드의 잼 등을 통해 완벽한 재즈 곡을 탄생시켰다. "관객 수준이 높다"고 극찬했지만 그런 관객과 어우러져 관객을 공연의 일부로 만들어낸 윤희정이야말로 재즈 마스터로 불리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 '국악 마스터' 장문희(사진=Mnet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
▲ '국악 마스터' 장문희(사진=Mnet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
▲ '재즈 마스터' 윤희정(사진=Mnet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
▲ '재즈 마스터' 윤희정(사진=Mnet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

최정상급들이 모인 '더 마스터'는 Mnet 채널 이미지를 한 단계 높였다. 일반적인 방송에서 쓰이지 않는 120개의 오디오 채널 방식, 80명의 고정 연주자 기용 등 과감한 투자가 '더 마스터'를 띄우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이 분명 볼 수 있는 포인트는 음악이 주는 순수한 감동이라고 생각한다. 시청률은 어느 정도 나올지 모르지만 경쟁력은 음악 말고 아무것도 없다는 게 저희의 결론"이라는 신 국장의 각오는 신선했다.

"그동안 Ment이 이른바 '장사'가 되는 프로그램을 많이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와중에서도 내부에서는 '음악의 공존'이라는 프로그램을 꼭 하자고 했었다"며 "Mnet은 음악 채널의 진정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제작진의 소감은 Mnet 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게 하는 부분이다.
▲ 신정수 국장(사진=Mnet)
▲ 신정수 국장(사진=Mnet)

이제 걸음마를 뗀 '더 마스터'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이다. '더 마스터' 2회 방송분 경영곡인 '내게만 일어나는 일', '서울의 달',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등도 대중의 재주목을 받을 것이다  "1년에 한 번씩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돈을 벌기 위해 시청률이 높게 나와야 한다기보다는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많은 지지와 관심을 주셨으면 한다"는 신정수 국장. 다양한 음악이 대중에게 주는 선한 영향력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그것이 진정한 '음악의 공존'이기에 그의 바람이 현실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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