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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한의 세상이야기] 임진강의 보석 허브빌리지

김경한 justin747@cstimes.com 기사 출고: 2017년 10월 16일 오후 1시 52분

[김경한의 세상이야기] 멕시코의 한 소녀가 죽음을 앞두고 천사를 보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며 쓰러졌다. 그 자리에 피어나 ‘천사의 얼굴’ 이라는 꽃말을 가진 안젤로니아. 그 보라색 꽃들이 가득 메우고 있는 낮은 평원은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휴전선이 지척인 연천 허브빌리지는 무지개 색깔 타원형 화원에 깊어가는 가을을 가득 담아내고 있었다. 에비앙에서 프랑스 국경으로 넘어오다 만난 유럽 대지의 능선 같았다.

10년 이상 구석구석 정성의 손길이 닿은 허브빌리지는 이제 휴식을 위한 완전한 사색공간으로 매력 있게 성장해 있었다. 가든을 처음 시작했던 전직 대통령가의 사연도 거친 소문이 오고가던 시간도 다 기억 속으로 멀어져갔다. 3만평의 대지 가장자리에 서니 눈으로 만들어진 시가 손으로 버무려 내는 풍경과 함께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중앙 화원을 둘러가며 자리 잡은 40채의 빌라는 그대로 프로방스 마을 분위기다. 허브 가든과 50여 편의 시가 걸려있는 포엠 터널 옆쪽으로 나란히 서있는 하얀 건물은 몽생미셸(프랑스 노르망디 옛 수도원)을 꿈꾸게 한다. 72톤 무게를 가진 대장거북바위는 방문객들의 소원석으로 유명세를 치루고 있었다. 전곡 한탄강 선사지형의 주상절리가 그대로 옮겨져 있고 언덕 아래로는 중국에서 들여온 괴석들이 작은 마당을 이뤘다.

세계적 정원으로 꼽히는 일본 가나자와의 겐로쿠엔이나 오카야마의 고락구엔 기억과는 완전히 다른 질감이다. 상하이 예원이나 졸정원과도 비교할 수 없는 평온함이 베어있었다. 허브빌리지의 독특한 미학이 나의 발길을 점점 더 깊게 유혹했다.


▲ 연천 허브빌리지 '농부' 홍성열 회장과 함께
▲ 연천 허브빌리지 '농부' 홍성열 회장과 함께

이곳 주인 홍 회장은 농사꾼 차림이다. 허리춤에 전지가위와 톱을 차고 해질녘까지 분주하다. 5만 그루의 안젤로니아가 보랏빛으로 불타고 있는 빌리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정성을 쏟는다. 시인을 닮고 싶어 하는 농부의 전형이다. 이미 고향 당진에 2만평이 넘는 정원을 오랫동안 가꾸었던 내공을 연천에서 다시 꺼내는 중이다.

허브 빌리지의 백미는 임진강이다. 임진강은 북한에서 시작해 중부전선을 타고 김포로 나가는 한반도 중간의 젖줄이다. 그 강가, 정자가 있을만한 낮은 언덕에 허브 빌리지가 둥지를 틀었다. 이 공간에서 액스터시가 가장 깊게 오는 곳은 역시 화이트 가든 이었다. 아담한 사각 돌 허벅에 채워진 물의 수면이 멀리 떨어진 임진강 수평선과 묘하게 연결되었다. 임진강이 다시 하나의 꼭지점에서 석양녘 나의 시선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임진강 물결은 속으로 울면서 흘러가는 것 같았다. 분단의 아픔이 가득히 묻어나는 애잔함을 안고 말이다. 그 강가는 더욱 가까이 가봐야 깊은 호흡이 느껴질 것 같았다. 잡초더미 사잇길로 내려가 뒷물에 끝없이 밀려가는 앞 강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침묵에 마음을 적시며 보낸 화이트 가든의 석양은 그리 길지 않았다.


▲ 화이트가든에서 바라보면 임진강 수평선이 묘하게 연결된다

▲ 화이트가든에서 바라보면 임진강 수평선이 묘하게 연결된다

연천은 수많은 전투가 지나간 곳이다. 베티전투부터 태국왕실부대 무공까지 한국전쟁의 마지막을 장식한 격전지다. 군사분계선이 지척이다. 허브빌리지에서 태풍전망대까지는 멀지 않았다. 이쪽 철조망과 저쪽 철조망이 눈앞에서 곡선 평행을 이루고 있었다. 분단은 지울 수 없는 현실이고 전쟁은 과거가 아닌 현재로 살아 있었다. 남방한계선 아래로는 벌써 엷은 단풍이 분주하게 번져 나가는 중이다.

확성기를 통한 양측의 설전은 작은 소음거리였다. 남쪽의 말과 북쪽의 말이 허공에서 부딪치고 있었다. 아무도 관심 있게 듣지 않는 말들이 구름처럼 떠돌았다. 안젤로니아 벌판 위로 깨진 언어의 유탄들이 사선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분단의 경계선을 넘나들던 말들이 그렇게 흩어지고 있었다.

칠 흙 같던 어둠을 뚫고 만월이 떠올랐다. 불면을 이기지 못해 문을 나섰다. 아름다운 달밤의 허브빌리지는 이 세상이 아닌 듯 하다. 향기 가득한 꽃 숲에서 홀로 맞는 월광은 천년을 거슬러 이태백의 시간 속으로 나를 데려갔다.

꽃밭 가운데 술항아리/ 잔 잡아 권할 이 없어 홀로 마신다/ 술잔을 높이 들어 밝은 달을 모셔오니/ 그림자까지 셋이 되었구나/ 허나 달은 술을 마시지 못하고/ 그림자 또한 내 몸 따라 움직일 뿐/ 아무려면 어떤가/ 우리 셋이 모여 이 밤이 가기 전에 즐겨나 보세/ 내가 노래하면 달은 서성이고/ 그림자 어지러이 움직인다/ 마시고 취하는 동안은 이렇게 즐겁지만/ 술이 깨고 나면 또 뿔뿔이 흩어지겠지/ 그러나 우리 이 우정 깊이 맺어/ 이 다음에 은하수 저편에서 다시 만나세.(월하독주.이태백)

이 밤이 가고 이 계절이 지나면 안제로니아 벌판도 스러지겠지. 신은 만물에게 짧은 기간 동안만 힘을 준 것이니까. 늙어질 때까지 영원히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므로. 꽃은 그저 잠깐 신의 은총으로 필뿐이다. 그래서 영원하지도 않다. 그 끝없는 질문에 해답이 있을 수 없다. 앞으로도 해답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해답은 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임을 홀로 묻고 답하는 동안 달은 조금씩 기울어 갔다. 피고지고 다시 일어서는 허브빌리지 꽃 숲에 무상의 섭리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대표기자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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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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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7-11-16 10:50:11    
홍성열씨는 참 나라 망쳐먹는 인간들 잘도와주는듯 하네요 박근혜 전두환 돈줄잘되주고 참 서민들 돈뜯어 잘사시는듯 해요
117.***.***.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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