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 화이트칼라와 신 화이트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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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 화이트칼라와 신 화이트칼라
  • 우선미 기자 wihtsm@naver.com
  • 기사출고 2017년 10월 10일 0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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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우선미 기자] 각 잡힌 하얀색 셔츠, 반짝이는 커프스, 테이크아웃 커피는 기본이다. 말끔하게 옷을 차려입고 재촉하는 발걸음으로 여의도의 아침을 여는 이들을 우리는 '화이트칼라'라고 부른다.

화이트칼라를 동경하는 이유는 비단 화려한 겉모습 때문만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언제나 '억대 연봉'이 수식어로 따라다닌다.

신이 앞날을 예언하듯 증권시장과 기업의 미래를 단정 짓고, 수억원대 수조원대의 돈을 떡 주무르듯 하는 이들에게도 남모를 고충이 있나보다. 정직원과 계약직의 계급차(애널리스트는 제외하고), 노동조합 탄압, 실적 압박 등이 그것이다.

얼마 전 여의도에 A증권사의 소식이 퍼졌다. 이 증권사는 그동안 계약직 영업사원의 급여에 교통비, 중식비, 시간외수당 등 '포함해서는 안 될 것'을 포함해 월 150만원 정도를 지급해 왔다고 한다. 인센티브조자 받지 못하는 이들은 쥐꼬리만한 '열정 페이'로 한 달을 버텼다고 털어놨다.

A사는 노동청 감사를 앞두고 논란이 일자 허둥지둥 임금, 퇴직금, 연차수당 체불분을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원래 주려고 했었다는 듯이 말이다.

증권업계에서 '관행'으로 포장한 악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증권사가 '부진한' 직원을 점찍어 놓고 영업 목표치를 점점 높여 실적 달성을 어렵게 만들어 해고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영업 기반이 전혀 없는 타지로 발령을 보내거나 반대로 지방 지점 직원을 서울로 불러들여 장기간 교육을 해 '알아서 그만두게 하는 방법'도 쓰인다.

부당한 실적 평가는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 마냥 자연스럽다. 하지만 억울한 일을 당한 증권사 직원들은 노동조합 가입조차 쉽지 않다.

대다수 증권사가 노동조합 가입 자격을 대리또는 과장까지로 제한하고 있지만 힘이 약한 노조는 '단체교섭을 하기 위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화려한 가면 속, 그들은 마음 놓고 울 수조차 없다.

착잡한 마음을 머금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20살' 밖에 안 된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 흥행을 위해 전 직원에게 1인당 300만원씩 특별격려금을 지급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1년간만 따져 봐도 엔씨소프트의 특별격려금 지급은 이번이 세 번째다. 세 번 모두 정규직, 계약직 가리지 않고 똑같이 줬다. 앞서가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과연 어느 쪽일까. 진짜 화이트칼라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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