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의  영차영차] '시인의 사랑'서 휠라 홍보 효과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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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남의  영차영차] '시인의 사랑'서 휠라 홍보 효과 톡톡
  • 정수남 기자 perec@naver.com
  • 기사출고 2017년 09월 23일 06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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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 등에도 의류·식음료업체 대거 협찬…현대기아차는 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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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하는 옥분과 택기가 자신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컨슈머타임스 정수남 기자] 아름다운 풍경의 제주를 배경으로 한 차분하고 평화로운, 심장을 울리는 사건이 없는 '시인의 사랑'과 위안부 문제를 다룬 '아이 캔 스피크'가 관람객들에게 잔잔한 파문을 던지고 있다.

23일 영화계에 따르면 김양희 감독이 연출을 맡은 시인의 사랑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무명 시인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불혹의 시인 현택기(양익준 분)는 아내(전혜진 분)와 제주의 바닷가 마을에서 시를 쓰거나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글짓기 수업을 하면서, 종종 동인들과 품평회 등을 가지면서 여유롭게 살아간다.

식당을 운영하는 택기의 아내는 어느 날 "이제 돈 버는 것도 지겹다. 남들 하는 것 다 해 보고 싶다"면서 "아이를 갖고 싶다"고 택기에게 말한다.

오로지 시 짓기에만 관심이 있는 택기는 아내와의 관계에 소극적이면서 잠자리를 피한다.

▲ 택기는 아름다운 제주에서 시를 쓰고, 종종 동인들과 품평회를 가지면서 아내와 여유롭게 살아간다.
▲ 택기는 아름다운 제주에서 시를 쓰고, 종종 동인들과 품평회를 가지면서 아내와 여유롭게 살아간다.
그러다 병원에 간 둘은 택기가 정자감소증으로 임신이 쉽지 않다는 진단을 받고 낙심하지만, 시인 부부는 친구처럼 때로는 오누이처럼 다정하게 살아온 지난 10년을 돌아보면서 아이를 갖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친다.

어느날 이들의 집 근처에 도넛 가게가 문을 열고, 아내는 가게에서 도넛을 사다 택기에게 주고 택기는 도넛에 푹 빠져 늘 도넛을 입에 물고산다.

카메라가 도넛 가게와 제품 등을 포착하지만 브랜드는 노출하지 않는다. 관객은 도넛의 생김새가 spc의 던킨 도넛츠와 닮았다는 생각을 갖는데 그친다.

택기는 종종 도넛 가게에서 시을 쓰기도 하는데, 하루는 가게 아르바이트생 소년(정가람 분)이 여자 친구와 화장실에서 관계를 갖는 장면을 훔쳐보게 된다.

▲ 택기의 집 옆에 생긴 도넛 가게. SPC의 던킨도넛츠를 연상케한다.
▲ 택기의 집 옆에 생긴 도넛 가게. SPC의 던킨도넛츠를 연상케한다.

이 장면을 보고 흥분한 택기는 자신이 관계를 갖는 장면 때문에 흥분한 것인지, 소년 때문에 흥분한 것인지 헛갈려한다.

결국 택기는 자신이 소년 때문에 흥분한 사실을 알고 조심스럽게 소년에게 접근하는데…

평범한 시나리오가 제주의 아름다운 바닷가와 겹치면서 극중 드내놓고 펼쳐지는 자동차 PPL은 없다. 

극 초반 제주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기아차 레이와 K5 정도가 카메라에 잡히고, 관내를 운행하는 시내버스도 현대차 브랜드를 달고 있지만, 카메라는 노골적으로 이를 조명하지는 않는다.

▲ 극중 현대기아차가 등장하지만 노골적인 PPL은 아니다. 택기가 도넛 가게의  소년을 살피는 장면에서 잡힌 현대차 엠블럼.
▲ 극중 현대기아차가 등장하지만 노골적인 PPL은 아니다. 택기가 도넛 가게의 소년을 살피는 장면에서 잡힌 현대차 엠블럼.

그러다 택기가 도넛 가게 앞에서 한참을 서서 일하는 소년을 살피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택기 발치에 주차된 현대차를 세단을 잡는다.

라디에이터그릴에 있는 현대차 엠블럼이 한참 동안 관객의 눈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극중 사망한 소년의 아버지의 시신을 실은 장의차도 현대차 미니버스다.

택기가 도넛 가게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한국GM 스파크가 나오고, 택기의 아내는 현대차의 해치백 i30 디자인의 차량을 타지만 브랜드나 차명이 노출되지 않는다.

아울러 극의 배경이 제주라 제주은행이 자주 등장한다.

▲ 시인의 아내가 타는 i30과 제주은행.
▲ 제주은행 앞에 시인의 아내가 타는 i30이 주차돼 있다.
시인의 사랑에서는 패션과 식음료 브랜드의 PPL이 더 적극적이다. 농심 신라면과 휠라,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 편의점 GS25, 나이키 등이 등장하는 것.

극중 택기가 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에서 아내는 자신도 끓며 먹겠다고 신라면 한봉지를 들고 택기의 냄비로 접근한다. 카메라는 붉은색 봉지에 검은색 글씨의 '辛'라면을 스크린에 가득 잡는다.

택기가 소년의 집을 처음 찾던 날, 둘은 집근처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카메라는 소년이 입은 빨간색 상의를 자주 포착하고 상의 왼쪽에 새겨진 하얀색 'FILA' 로고를 자주 보여준다.

극 후반 함께 살자는 택기의 제안에 소년은 떠나고, 1년 후 돌아온 소년은 택기에게 함께 떠나자고 제안하지만 택기는 아이를 낳은 아내의 품으로 돌아간다. 

▲ 극중 등장한하는 신라면.
▲ 극중 등장하는 신라면과 소년이 입은 필라.

이어 제주를 떠나 뭍으로 나온 소년이 지하철 역사로 보이는 계단을 오르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소년의 발목 부근에 붙어 있는 GS25 홍보 스티커와 나이키 신발을 잡는다. 철저히 계산된 장면이다.

아울러 카메라는 동시에 소년이 입은 카키색 상의의 'M' 과 'Millet'를 클로즈업 한다.

극은 시인이 자기 아이의 기저귀를 살피면서 엔딩 크레딧을 올린다.

21일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문제작이다. 김현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나문희(나옥분 역), 이제훈(박민재 역) 씨가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 QQ
▲ 밀레 상의와 나이키 신발을 신고 뭍으로 나온 소년. 발치에 GS25가 잡힌다.

김 감독은 극 중반까지 관객을 철저하게 속이는데 성공한다.

옥분은 시장 상가에서 옷수선 가게를 운영하면서 혼자 사는 노인이다. 오지랍 넓은 그녀는 5년 간 구청에 8000건의 민원을 넣으면서 구청공무원과 시장 사람들의 기피 대상 1호다.

이로 인해 관객은 극 중반까지 영화를 코믹영화로 착각한다.

김 감독이 △쎄시봉(2015년)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년) △스카우트(2007년) △광식이 동생 광태(2005년) 등 코믹 드라마를 주로 연출한 점도 이 같은 착각에 힘을 보탠다.

▲ 민재가 첫 출근 날 박카스F를 직원들에게 돌리고 있다.
▲ 민재가 첫 출근 날 박카스F를 직원들에게 돌리고 있다.

옥분이 어렸을 때 헤어져 미국으로 입양 간 동생과 대화하기 위해 영어를 열심히 배우지만, 번번히 영어학원에서 쫓겨난다.

옥분은 극 초반 다른 구청에서 전근 온 박민재 주임을 우여곡절 끝에 과외 선생으로 모시고 영어를 열심히 배운다.

관객은 옥분이 정말로 한국말을 모르는 동생을 위해 영어를 배우는 것으로 알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다.

영어를 열심히 배운 친구 정님(손숙 분)이 치매로 병원에 입원하자, 그동안 자진의 과거를 숨기로 사는데 익숙했던 옥분은 마음을 고쳐먹는다.

▲ 옥분과  민재가 시장통에 있는 슈퍼에서 종종 막걸리는 마시는 장면에서는 빙그레와 매일유업이 홍고 효과를 누린다.
▲ 옥분과 민재가 시장통에 있는 슈퍼에서 종종 막걸리는 마시는 장면에서는 빙그레와 매일유업, 하이트맥주가 홍보 효과를 누린다.
정심 대신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두해 일제 강점기 위안부의 고통을 폭로하고 일본의 사과를 받아낼 것을 결심한 것이다.

옥분이 영어에 열심인 근본적인 이유다.

결국 옥분은 정심을  대신해 미 의회에서 위안부의 실상을 낱낱히 증언하는데…

아이 캔 스피크에서도 드러내 놓고 하는 PPL은 드물다.

▲ 민재가 자신의 방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카메라는 창가에 놓인 농심 캘로그를 포착한다.
▲ 민재가 자신의 방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카메라는 창가에 놓인 농심 캘로그 콘프로스트를 포착한다.

명진구청으로 출근하는 극 도입부, 민재는 한손에 박카스F 박스를 들고 동료 직원들에게 나눠준다.

이 장면에서 상사인 양 팀장(박철민  분)은 "박카스보다 인삼 음료 한뿌리가 좋다"고 말하면서 동아제약을 홍보한다.

옥분이 시장 상가 슈퍼에서 민재와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슈퍼에 있는 아이스크림 냉장고 표면의 '빙그레'와 그 옆에 냉장고의 매일 프레쉬 밀크라는 글씨를 포착하면서 동아제약과 매일유업이 동시에 홍보 효과를 누린다.

관객은 매일유업 냉장고 앞에 있는 진로 하이트 맥주 상자도 볼 수 있다.

▲ 혁기는 '희망'이라는 시을 쓰지만 자신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눈물 짓는다.
▲ 택기는 '희망'이라는 시을 쓰지만 자신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눈물 짓는다.

민재가 자신의 방에 앉아있는 장면에서는 농심 캐롤그 콘프로스트가 카메라에 오랫동안 잡히기도 한다.

미 상원은 일본의 잘못을 판결하면서 극은 옥분의 승리로 끝나지만, 일본은 아직까지 위안부 사태에 의미있는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두 영화는 극의 끝에서 모두 희망을 이야기 하지만 시인의 사랑은 이룰 수 없는, 아이 캔 스피크는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는 희망을 각각 말한다.

시인은  자신의 아이의 옆에서

▲ 미 의회에서 옥분의 증언이 끝나자, 의원들이 옥분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있다.
▲ 미 의회에서 옥분의 증언이 끝나자, 의원들이 옥분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있다.
이젠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언제부터인가 너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이젠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아무 때나 나는  눈물 흘리지 않는다

는 '희망'이라는 제목의 시를 쓰면서, 이룰 수 없는 자신의 사랑에 눈물 짓는다.

반면 옥분은 일본의 사죄를 받지못했지만, 넓은 오지랍으로 오늘도 시장 상가를 누비면서 미주알 고주알 시장 사람과 손님들에게 정겨운 잔소리를 한다.

이 영화를 본 회사원 김진아 씨(여,46)는 "극 중반까지 감독의 의도에 감쪽같이 속았다"면서 "옥분 할머니가 미 의회에서 "아이 캔 스피크"라고 말하면서 증언하겠다고 하는 장면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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