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제약사업' 같은 듯 다른 기회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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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제약사업' 같은 듯 다른 기회와 위기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9월 14일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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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늦었슈] "'삼성전자' 같은…" SK '글로벌 브랜드' 구축 절실

'늦었슈'는 '늦었다'와 '이슈'를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이른바 '한물간' 소식들 중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최신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제시합니다. 놓치고 지나간 '그것'들을 꼼꼼히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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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삼성이 최근 신약 개발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2010년 5월 바이오제약 분야를 '5대 신수종 사업'으로 꼽은 지 7년 만의 결실인데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일본 제약사인 다케다와 공동개발하는 형태입니다. 향후 삼성이 바이오제약 분야 육성에 공을 들일 것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실제 양측은 신물질 탐색부터 임상, 허가, 상업화(판매) 등 전 사업분야에 걸쳐 공동으로 책임지는 데 합의했습니다. 그렇다고 삼성은 신약 개발에 다급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삼성이 밝힌 5대 신수종 사업의 유효기간은 2020년까지입니다. 23조원 투자 계획이 이제 3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천천히 치밀하게 '일단 최선을 다한다'는 식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을 뿐입니다. 일종의 여유인데요.

'삼성전자'라는 굵직한 글로벌 브랜드 영향력이 여전한 만큼 굳이 '목술 걸 필요 없다'는 판단인 것 같습니다. '글로벌 세컨드 브랜드' 육성으로 한정, 속도감 보다는 안정감에 사업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회긴 하지만 이로 인한 위기는 고려치 않는' 정도로 설명이 됩니다.

SK그룹도 같은 분야에서 삼성과 맞닥뜨렸는데요.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됩니다.

2009년 초 입니다. 발광 소재 연구와 컨설팅이 직업인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SK그룹 차원에서 조명사업 시장성과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는 문의가 회사로 왔다는 군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라는, 전력이 적게 들고 플렉서블(휘어짐)도 좋은, 당시만 해도 신소재였던 이를 활용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었습니다.

이후 몇 개월간 양측 실무진들은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난상 토론을 벌였습니다. SK는 단순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 진출 의지가 강했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브랜드가 절실했던 겁니다. SK텔레콤으로 대표되는 당시 내수중심 사업형태로는 미래가 없다는 우려였습니다.

정부가 바뀔 때 마다 요금인하나 기본료 인하 등 영업이익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끊임없이 복제됐습니다. 성장한계가 분명했다는 의미입니다.

즉, 이 같은 내부변수를 최소화 하기 위한 경영진의 의지는 곧 글로벌 조명사업 검토로 이어졌습니다.

사업성이 없다는 종착점에 도달해 흐지부지 마무리 됐지만 경우에 따라 'SK형광등'이 나올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SK의 글로벌 제약사업은 당시 좌절된 꿈의 '완성형'으로 보면 틀림 없습니다.

지난 2년 간 SK가 제약·바이오에 쏟아 부은 투자 규모는 1600억원 수준을 위협합니다.

SK바이오팜이 보유한 SK바이오텍 지분 100%를 1238억원에 사들인 게 대표적입니다. SK바이오팜은 확보된 유동성을 신약개발 재원으로 쓰고 있습니다.

SK바이오텍이 지난해 매출액 971억원, 영업이익 281억원을 거뒀으니 성적표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국적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아일랜드 공장을 인수하는 등 외연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SK 입장에서 실패할 수 없는, 실패해서는 결코 안 되는 미래 청사진의 중심입니다.

'기회긴 하지만 이로 인해 위기와 맞닿을 수 있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삼성 제약사업과의 간극입니다.

"SK는 확실한 글로벌 브랜드 구축을 통해 경영적 새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정부나 내수경기 등 내부 변수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확실한 '캐시카우'가 절실한 실정이다. 그런 면에서 삼성에 비해 (제약사업 성공이) 간절한 게 사실이다."

재계에 정통한 인사의 분석입니다.

삼성과 SK의 제약사업은 이제 막 시작총성을 울린 상태입니다.

느긋한 쪽과 간절한 쪽 어느 쪽이 의미 있는 결과를 먼저 맺게 될 지 벌써부터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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